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 지금은 서울특별시청 그때는 "한성부입니다"
황희, 권율, 박문수, 맹사성, 서거정, 최명길, 민영환 등 이분들의 공통점은 한성부 판윤을 역임했다는 거다. 조선시대 한성부의 행정, 사법, 치안을 총괄하던 정2품 장관급 고위 관직으로 21세기 서울특별시장이라 할 수 있다. 도성의 호적 관리부터, 가옥 건축, 소방, 조세 업무뿐만 아니라 민간 분쟁에 대한 사법권도 행사했던 막강한 자리였다고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한성부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조선시대 서울을 운영하던 관청, 한성부의 이야기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이 현실이라면, 서울특별시가 아니라 여전히 한성부라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1분
월요일 휴관
기획전시 한성부입니다
2026.4.30 ~ 7.12

지금은 서울에 호랑이가 나타날 일이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고라니가 쓰러져 있고, 호랑이가 나타났단다. 지금은 119에 신고하면 되는데, 그때는 한성부가 담당했다.
어디까지가 한성부

조선 초 한양의 중심은 흔히 사대문 안이라고 불리는 한양도성 내부였다. 이곳에 궁궐과 관청이 들어서며 수도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도시가 확대되면서 주변의 군현과 나누어 다스리던 성저십리 지역이 한성부의 관할로 편입됐다. 즉, 메가 서울 이전에 메가 한양이 존재했다.


1395(태조 4) 6월 6일, 한성부는 500여 년 동안 조선의 수도이자 수도를 관할하는 관청으로 자리하게 된다. 한성부의 관아는 광화문 앞 육조거리(현 세종로)에 위치해, 중앙관아와 비슷한 형식과 위상을 지녔다.

한성부의 관할 구역은 대체로 오부와 도성 밖 10리까지였다. 오부는 한양의 행정구역이면서 한성부의 일을 현장에서 맡아 처리하는 조직이었다. 오늘날의 구청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하기에 앞서 직접 손으로 그린 대축척 전국 지도이다. 제1첩에 실린 경조오부도는 한성부의 행정구역인 오부전체를 그린 지도이다.


성저십리는 도성 밖 10리 안쪽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쪽은 양주 송계원(현 중랑구 묵동)과 대현(현 성동구 금호동 일대), 서쪽은 양화도(현 마포구 합정동)와 고양 덕수원(현 은평구 구파발), 남쪽은 한강과 노도(현 동작구 노량진)까지가 그 경계였다. 도성 밖이라도 동대문과 서대문 밖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숭신방, 인창방, 반석방, 반송방을 설치해 오부에 소속시켰다.
바쁘다 바빠 한성부

경국대전은 "한성부가 경도의 호구 통계와 호적의 작성·보관, 시전 관리, 택지 분급, 전답 관리, 산림 보호, 도로 관리, 교량 가설, 하수 관리, 공공 기물 관리, 조세 징수와 부채 처리, 폭력 단속 주간 순찰, 사체 검시, 차량과 우마 관리 등을 맡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성부의 조직과 업무를 자세히 정리한 경조부지에 따르면, 이러한 일들은 한성부의 여섯 부서, 즉 육방에서 나누어 맡았다. 이방은 관원의 근무 평가를 주관, 호방은 호적과 각종 장부 관리 담당, 예방은 간택 관련 업무와 산소를 둘러싼 분쟁을, 병방은 황재 예방과 봄가을철에 궁궐 및 도성의 순찰 등을 맡았다. 형방은 시신을 조사하는 일과 남의 집을 차지하는 사건을 다루었고, 공방은 방의 부역과 도로 정비 등의 업무를 처리했다.

한성부는 한양 사람들의 호적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호적 작성의 기본 규칙인 호적사목을 마련해 전국에 반포하는 역할도 맡았다. 3년마다 호적사목을 만들어 전국에 알리면, 백성들은 주민등록신고서와 같은 호구단지를 작성해 각 고을 관아에 제출했다.




정약용이 쓴 수령이 지켜야 할 책무, 통치 기술 및 지방 통치 이념을 담은 목민심서이다. 표시된 부분은 한성부 판윤 권엄이 가옥과 관련한 분쟁을 처리한 사례를 소개하며,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백성의 생활을 보호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성부는 도성의 준천과 같은 국가적 토목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이 과정에서 국왕이 한성부 관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한성부 판윤은 여러 도감의 책임자로 참여했고, 어가 행렬에서는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인도했다. 그리고 국상이 발생하면, 돈체사로 임명되어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일도 맡았다.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싼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은 왕실과 나라의 근본을 지키는 중요한 산으로 여겼다. 한성부는 이 사산에 백성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는 일을 금지했으며, 무덤을 쓰는 것도 엄격히 막았다.

한성부 청사는 모두 179칸이었는데, 그중 99칸이 호적을 보관하는 호적고였다. 호적 업무를 특히 중요시 여겼던 이유는 단순히 호적을 작성하고 보관하는 것뿐 아니라, 호적 내용을 서로 대조하고 확인하는 고적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한성부에는 3년마다 전국의 호적이 모이고, 이전 호적도 폐기하지 않고 보관되었다. 양은 계속 늘어나지만, 늘 공간이 부족했고, 시설 노후와 화재 등 재해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었다.
우의정 민백상이 아뢰기를, "지난번 회의에서 한성부 판윤 홍계희가 호적창고에 비가 새는 곳이 있으니 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호조판서 홍봉한은 이 창고가 선공감의 공식 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한성부가 직접 비용을 마련해 고쳐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비변사에서 논의해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중간생략)" 하니, 임금이 그리하라 하였다. < 비변사등록 영조(1760) 36년 12월 13일>

독녀는 조선시대에 남편이나 자식이 없어 혼자 사는 여성을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시처럼 아들이 있어도 남편이 없으며 독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라에서는 독녀를 가장 먼저 도와야 할 사람으로 정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먹을 것을 나눠주며 특별히 보호했다.
한성부 사람들

한성부의 수장인 판윤은 제수와 사직이 빈번했다. 또한 공석도 자주 발생했으며, 하루만 재임한 판윤도 존재했다. 조선 왕조 500년간 약 2,000대의 한성부 판윤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평균 재임 기간은 약 4개월로 추정된다. 이유는 다른 관직(육조판서가 가장 많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성부 판윤은 경관직 정2품으로 높은 품계였지만 그다지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다른 지방과 감영과 달리 독립적인 재정이 없었고, 늘 왕의 시야 안에 있어 재정을 임의로 운용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다른 관서에 비해 업무량도 많아 한성부 판윤으로 임명된 인물들은 곧바로 사직 상소를 내고 조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성부 관원의 평가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실시됐다. 한성부 서윤은 관원들의 근무 평가서를 작성한 뒤 새벽에 직접 판윤의 집을 찾아가 보고하고, 이어 좌윤과 우윤의 집을 차례로 방문해 결재를 받았다. 중을 세 번 받거나, 하를 두 번 받으면 파직됐다.
한성부 관원들은 오전 5~7에 출근해 오후 5~7에 퇴근하고, 겨울에는 오전 7~9에 출근해 오후 3~5시에 퇴근을 했다. 하지만 하급 관원들은 상급 관원이 퇴근한 뒤에야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출입하는 문도 신분에 따라 다르고, 출퇴근길에 상급 관원을 만나면 길을 비켜 예를 갖춰야 했다. 예법과 근무 태도가 근무 성적 평가에 반영이 되니,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었을 거다. 분명 조선시대 한성부 이야기인데, 왜 자꾸만 현재처럼 느껴질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인가 보다.
'전시가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난감으로 만나는 독립운동가 "유쾌발랄하다 뭉클울컥해" (in 서울교육박물관 특별전) (14) | 2026.04.17 |
|---|---|
| 광복 80주년 그라피티로 만나는 독립영웅 (in 서울교육박물관) (17) | 2026.04.08 |
|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우리땅!" (in 영등포 타임스퀘어) (17) | 2026.03.18 |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9) | 2026.03.02 |
| 새단장한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 "왕의 글과 글씨 어제어필" (8) | 2026.02.25 |
|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시간을 연장하고 밝히고 되살려 이어가다" (11) | 2026.02.19 |
| 새 옷으로 갈아 입은 '자수, 염원을 그리다' 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관 (18) | 2026.02.11 |
|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기증 특별전 "패션 아트 멋져멋져" (11) | 2026.02.04 |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 버틴스키의 추출 / 추상 "불편한 아름다움" (9) | 2026.01.28 |
| "사람내음 폴폴 나는 미술전" 정유정 작가의 우리, 공간과 삶 (in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 (12) | 2026.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