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고궁박물관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시간을 연장하고 밝히고 되살려 이어가다"
유물 속 시간과 기억을 읽고 되살리는 작업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보존과학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을 분석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그려내는 보존과학자는 시간과 대화하는 사람으로 그 손끝에서 유물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의 보이지 않는 세계, 보존과학의 현장을 담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주로 화요일에 찾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날은 경복궁이 휴관이라 관광객이 덜 찾기 때문이다. 추운 날이기도 했지만, 예상대로 한적하니 관람하기 딱 좋은 날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2025.12.3 ~ 2026.3.2
2층 기획전시실

관찰과 실험, 협업을 통해 우물이 다시 태어나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선택과 질문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본래일까?", "손상도 역사일까?"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보존과학이 기술을 넘어선 성찰의 학문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존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안내문에 나와있다. 그저 흙이나 털고, 광택(?)만 내는 줄 알았던, 과거의 내가 무지 부끄럽다.
LAB 1. 보존처리, 시간을 연장하다

보존과학은 시간을 이어가는 과학이자 사라짐을 머무르게 하는 일이다. 과거의 속삭임을 듣고 재료의 기억을 읽어내며, 유산이 품은 시간의 흐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세운다. 그리고 사라짐을 늦추고 의미를 회복시키며 유산이 미래를 향할 새로운 시간을 준비한다.


보존처리가 진행 중인 옥주렴은 청색과 무색의 유리구술이 꿰어진 형태(약 21,000개)이다. 구슬을 연결한 끈(마섬유)이 손상되어, 구슬이 분리 소실된 상태이다. 보존과학자의 고민은 연결 끈 교체 시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가? 상대적인 강도가 약하지만 원래 재료(마섬유)와 같은 재료를 대체한다 VS 강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합성섬유를 사용한다. 현재 두 가지 방안을 테스트 중이며, 올해 처리 완료 예정이다.

청록색과 적색 등의 유리구슬이 교차로 꿰어진 형태이며, 길상을 나타내는 희와 기학적인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구슬을 연결한 끈(견섬유)이 손상되어 구슬이 분리 소실됐다. 기존 끈을 재활용해 마감해 현재 형태 유지 VS 끈을 교체해 최대한 원형의 모습으로 복원, 테스트 중이며 올해 처리 완료 예정이다.



보존처리는 시간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산이 변화하고 회복되는 순간들, 그 연구와 기록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시간을 이어가는 과학의 길을 마주 한다.
LAM 2. 분석연구, 시간을 밝히다

분석연구는 유물의 표면 너머 숨겨진 세계를 비추는 일이다. X선을 비롯한 다양한 해석 과정은 재료와 구조, 장인의 흔적과 시간이 남긴 기록을 밝혀주는 통로가 된다.



X선 투과촬영을 통해, 나전 장식이 없는 바닥면에서는 목심저피칠기(목재 틀에 직물을 바르고 자개 조각과 금속선 등을 장식하는 전형적인 고려 나전 제작 기법) 양식으로 제작되었음을 알게 됐다. 목재판재 간에 결합된 부분에서는 못을 사용하지 않는 맞대임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나전 장식에 사용된 금속선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이라고 보존과학자는 분석했다. 2023에 이와 관련해서 특별전을 했다.
2023.12.13-세밀가귀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 상자 (in 국립고궁박물관)
세밀가귀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 상자 (in 국립고궁박물관)
세밀가귀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 상자 (in 국립고궁박물관) 나전칠기는 옻칠한 기물의 표면 위에 나전이라 불리는 전복, 조개, 소라 껍데기를 얇게 갈아 여러 가지 문양으로 박아 넣어 장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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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과 대한제국황실의 어보는 실제 사용한 도장이 아닌 의례용으로 왕, 왕비, 왕세자 등 왕실의 주요 구성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주로 혼례나 책봉 등 국가의례에 사용되었고, 바닥면에는 존호(덕을 기림), 시호(돌아가신 후 공덕을 칭송) 등을 새겨 넣었다.
현재까지 332과가 전하고 있으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323과가 소장되어 있다. 처음에는 따로 나와있는 2개를 제외하고 모형인 줄 알았다. 벽면에 있는 각각의 명칭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어보는 난생처음이다.

어보는 상부의 뉴, 하부 몸체인 신, 그 아래 호칭을 새기는 인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붉은색 끈 수가 장식되어 있다. 뉴의 형태는 거북(귀뉴), 용(용뉴) 등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보는 받는 이의 지위에 따라 보와 인으로 구분된다.
LAB 3. 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

실물 복원 복제는 단순히 옛 것을 다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기술과 재료 그리고 현대 장인의 손끝이 만나 새로운 K-문화유산을 빚어내는 과정이다. 복제는 과거 장인의 손길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현재로 이어내는 일이다. 복원은 물질적 재현을 넘어, 전통기술의 전승과 시대적 재해석이 맞닿는 지점이다.







디지털 복원은 잃어버린 시간을 현대 과학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남겨진 기록과 이미지 그리고 유사한 사례들을 겹쳐 가며 사라진 부분을 정밀하게 추적해 공백을 다시 채워 넣는다. 보이지 않던 시간을 현대의 언어로 다시 되살린다.
보존과학은 왕실, 황실 유산을 오늘의 기술로 되살리며, 문화유산과 산업 협업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 절대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무척 뜻깊은 관람이었다. 보존과학처럼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세계가 또 있지 않을까? 있다면, 그것도 전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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