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기증 특별전 "패션 아트 멋져멋져"
철사, 구슬, 노방, 스팽글, 폐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한 금기숙 작가의 기증 특별전이 열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눈꽃 요정(피켓 요원 의상)을 기억하는 사람? "여기 있어요"라고 하고 싶은데, 전시회에서 작품을 본 후 검색까지 해서 알게 됐다는 거, 안 비밀이다. 故유리지 작가의 기증 특별전에 이어 서울공예박물관 개관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기증전이라는데, 아니 갈 수 없다.

손재주는 드럽게 없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좋은 전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공예나 미술 같은 전시회는 무조건 간다. 서율역사박물관에 이어 서울공예박물관은 기획전 소식이 들려오면 꼭 가는 곳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4분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금기숙 기증특별전
2025. 12.23~2026.3.15
전시1동 로비, 1층, 3층
TOWARD

1층은 금기숙 작가의 최근 대표작인 물방울과 물고기가 설치됐다. 물방울로 가득 찬 좁고 긴 공간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작품은, 패션아트에서 출발한 작업이 이제 독립적인 조형 언어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뭔가 꿈속에 온 듯한 느낌적이 느낌을 받았다. 세계 최대 유람선 Allure of the Seas의 거대한 아트리움, 미국 텍사스주의 Argo Group 본사, 중국 베이징의 POSCO China 본부 중앙홀 그리고 한국 기업 팜클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금기숙은 한국의 패션아트를 개척하고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선구적 작가이다. 일반적인 직물이 아닌 철사와 구슬, 스팽글, 폐소재까지 끌어들여 새로운 미적 세계를 열었다. 입기 위한 예술 개념을 근간으로 와이어 조각이라는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철사로 엮인 구조는 조화와 어울림을 상징하고 반짝이는 구슬은 깨우침의 빛이 된다. 총 55건 56점, 약 13억 1천만 원 상당의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금기숙 기증특별전


DREAMING

평창의 까만 밤하늘에 흰색의 와이어 드레스를 설치하며 연상된 유아기의 감꽃에 실을 꿰던 놀이가 천사와 구술을 엮는 패션아트로 이어진다. 감꽃을 실에 꿰어 놀던 아이는 수십 년이 지난 후 감꽃은 구슬과 리본이 되었고, 무명실은 철사로 바뀌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은 몽화적.
DANCING







작가는 철사, 노방, 구슬, 스팽글, 호박, 산호, 단추 등 이질적이고 비전통적인 재료들을 결합해 선과 빛이 끊임없이 변주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선은 드레스, 재킷, 코트, 베스트와 같은 구조를 이루고, 그 위에 촘촘하거나 느슨하게 꿰어달린 구슬과 스팽글은 조명의 강도와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한복 제작 후 남은 노방을 가위로 잘라 철사에 묶어 독특하고 화려한 작품을 만들었다. 붉은 노방이나 비닐로는 홍매, 흰색으로는 백매의 이미지를 담은 드레스를 제작했다. 폐단추나 빨대, 스펀지를 잘라 만든 작품도 보는 이에게 독특한 미간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단일 의상 형식을 넘어 작업을 벽과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드레스, 재킷, 코트, 베스트 등 인체를 감싸는 의복 구조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그의 와이어는 점차 인체를 벗어나 벽과 공간으로 이어진다. 착용자가 없는 빈 드레스는 금기숙 예술의 상징이 되었다.
ENLIGHTENING

한복의 선과 색, 흔들림과 여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인의 저고리와 당의, 직령, 사대부의 학창의까지 전통 복식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미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궁 안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해 가장 한국적인 의상인 당의를 먼저 떠올렸다. 이후 저고리와 원삼 같은 여성 한복은 물론 직령과 학창의 같은 남성 한복 그리고 아이들의 꼬까옷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철사와 구슬로 지어냈다. 철사의 유려한 선은 곡석미와 여백의 미를 구현하며 전통의 선을 시각화했고, 구슬과 스팽글은 그 면은 채우며 현대의 색으로 빛을 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보인 눈꽃 요정 의상은 금기숙 패션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국적 조형미를 현대 감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 패션아트가 국가적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작품은 한복의 구조와 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존에 단순한 반사체였던 노방과 스팽글을 떨림의 주제로 삼아 눈꽃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철사를 잇고 구슬을 꿰며 옷감을 매다는 작업은 작가에게 있어서 끊어진 관계를 다시 엮는 행위이자, 복잡하고 단절된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조화와 공존의 상징이라고 했다. 나혼자 산다도 좋지만, 인간은 관계로 이어져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 하나 보다. 멋진 작품을 보러 갔는데 인문학 강의를 들은 듯 마음의 양식을 가득 채웠다.
2024.11.07-"건축에 공예를 담다" 공예로 짓는 집 (in 서울공예박물관)
"건축에 공예를 담다" 공예로 짓는 집 (in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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