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군자네
맛있는 녀석들을 즐겨 시청하지만, 방송에 나온 식당을 다 찾지 않는다. 그런데 군자네만은 다르다. 1년에 한번 꼴로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고등어 김치찜이 특별한 메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맛이기에,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군자네로 향한다.
브레이크타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오후4시부터 5시까지는 재료 준비 중이다. 휴일은 매주 일요일이다.
내부는 입식과 좌식 테이블로 되어 있다. 혼밥이라서 느즈막에 가다 보니, 늘 한산하다.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국내산과 중국산 김치가 만나서 어떻게 그런 맛을 내는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알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비법을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어보더라도 알려주지 않을 테니깐.
메뉴판을 새로 제작했기에 가격이 올랐나 했다. 그래서 계산을 하면서 물어보니, 5년 전에도 이 가격이었다고 한다. 잘못 본 건가 했는데, 작년에 업로드한 글을 보니 가격이 다르다. 왼쪽은 2023년, 오른쪽은 2021년 메뉴판이다. 숨은그림 찾기는 아니지만, 오르고 내리고 가격 변동이 있긴 하다. 늘 주문하는 고등어김치찜(10,000원)은 변함이 없다.
어묵볶음에 물엿을 많이 넣었는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볶음이 아니라 강정같다. 시래기무침은 곧 정월대보름(업로드는 정월대보름 다음날)이라서 나온 듯 싶다. 고깃집에서 주로 먹었던 시원한 무생채까지 군자네 반찬은 늘 3개가 나온다.
밥은 넉넉하게 나오지만, 리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주인장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추가는 셀프이며 공짜다. 저기 보이는 커다란 밥솥에서 직접 밥을 담으면 된다. 군자네는 맛도 맛이지만, 밥 인심이 후해서 아니 좋아할 수 없다.
찜이나 탕, 전골은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한 식당이 많지만, 군자네는 예외다. 대신 포장은 2인 이상이다. 요렇게만 보면 그냥 김칫국 혹은 김치찌개 같지만, 내 안에 너 있듯, 김치 안에 고등어 있다.
엎어진 김치를 뒤집으니 숨어 있던 고등어가 짠하고 나타났다. 1인분에 설마 한마리인가 했는데, 고등어도 뒤집으니 반마리가 들어있다. 고갈비라 부르는 커다란 뼈는 없지만, 잔가시는 있다. 노르웨이산답게 고등어 무늬가 꽤나 진하다.
찜인 듯 찌개 아닌 국이라 한 이유는 김치찜치고는 국물이 맑기 때문이다. 대체로 찜은 국물이 자박자박한데, 군자네는 마치 김칫국인듯 고등어가 들어갔는데도 국물이 시원하다. 매운맛은 없고, 청량감이 들 정도로 깔끔하다.
김치를 보니 이제야 찜답다. 생김새는 푹 익히지 않은 듯 싶지만, 젓가락만으로도 쉽게 잘라진다. 간은 강하지 않지만, 김치에 밥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돼지나 참치와 달리 고등어나 꽁치는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양념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강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간도 적당하고 비린내는 일절 없다. 김치와 고등어를 함께 익히지 않고, 따로 조리해서 합치는 건가? 나름 유추를 하긴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반공기를 먹고 난 후, 리필을 한다. 왜냐하면 비벼야 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오면 밥공기에 힘들게 비벼야 하지만, 혼밥이니 냄비 안에 밥을 넣고 쓱쓱 비빈다. 고등어김치찜 하나만으로도 완벽하지만, 남기면 버려야 하기에 반찬을 올려서 먹는다. 과식은 금물이며 탄수화물은 적게 먹어야 하는데, 군자네에서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저녁을 굶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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