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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양조장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

작년 겨울, 유튜브에서 한국인의 밥상이 아닌 술상을 봤다. 우리밀로 만든 밀막걸리 편을 보고 다음번 찾아가는양조장 투어는 저기로구나 했다.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이제야 갔다. 물맛 좋은 충북 옥천에 있는 이원양조장이다.

 

하늘이 참 예뻤던 어느날, 영등포역에서 옥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KTX와 달리 속도도 느리고 정차하는 역도 많지만, 아주 가끔은 덜컹거리는 완행열차가 좋다. 옥천역에서 이원양조장까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한적한 시골마을을 달리는 버스는 도심과 달리 배차간격이 꽤나 길다. 

운이 좋았는지 10분 후에 출발하는 31번 버스를 탔는데, 마침 옥천장날이라 만원버스다. 이게 시골버스 갬성이랄까? 코시국이라 도심버스는 고요한데, 어르신들에게 시골버스는 만남의 장소다. 외지인이라는 걸 숨기고 싶었는데, 버스에 탈 때 바로 들통이 났다. 서울과 달리, 옥천버스는 내릴때 버스카드를 찍는다. 

 

문패처럼 찾아가는양조장과 백년소공인 명패가 걸려있다!

금강을 끼고 있는 옥천은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그때문인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예전부터 많았다고 한다. 1930년 1대 강재선 대표가 창업한 이원양조장은 4대에 걸쳐 90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술맛 좋기로 소문이 나서 양조장 직원만 30여명, 하루 막걸리 판매량은 3,000병에 달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금강변의 이원면 대흥리에 있었는데, 잦은 홍수로 인해 현재의 양조장으로 이전을 했다. 4대 주인장은 증조부가 세웠던 원형을 그대로 옮겨와 복원을 했다. 

 

건물과 건물사이에 있는 열린 공간이랄까?

우물인가? 테이블인가? 우물 모양의 테이블인 줄 알았는데, 진짜 우물이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려고 마당 중간에 우물을 팠고, 커다란 항아리로 우물둔덕을 만들었다. 항아리에는 410리터 74.7이라는 숫자가 있는데, 이는 1974년 7월 세무서에서 나와 항아리와 용량이 정확한지 검정을 한 표식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술상 감사패와 막걸리

이원양조장은 옛 양조장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커다란 통은 자전거에 막걸리를 실어 배달하던 말통이라고 한다. 그 위로 커다란 모니터에는 한국인의 술상 이원양조장편이 흘러나오고 있다.  

 

양조장인가? 박물관인가? 말통과 커다란 항아리처럼 예전에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디에 쓰이던 물건인지, 안내문이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살짝 아쉽다. 아무도 없는 양조장(주인장은 출타 중이라 전화를 했고 5분 후 도착 예정)에서 나홀로 구경 중이다. 

 

고물? 보물? 판단은 알아서~
지게 위에는 말통, 관리번호와 용량이 적혀있는 항아리!

양조장 안에 꾸며 놓은 주안상 세트라고 한다. 먼지가 많다 싶었는데, 개방된 공간이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먼지가 쉽게 쌓인다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참, 찾아가는양조장은 지역의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서 술 시음 및 견학과 함께 지역 관광까지 할 수 있는 체험과 관광이 결합된 양조장 관광사업이다. 2020년 기준, 42개 양조장이 선정됐는데, 지금은 42 더하기 알파이지 않을까 싶다.

 

막걸리 숙성을 위한 오크통인가 했는데 아니다. 막걸리에 이어 2019년에 증류식 소주와 일반증류주를 개발했으며, 2020년에는 200리터 짜리 버버위스키 제조용 오크통 26개를 구매해 현재 숙성 소주를 빚는 중이라고 한다. 오크통으로 숙성한 소주는 어떤 맛일까?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재방문을 해야겠다.

 

왼쪽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오른쪽은 술만드는 체험을 하는 곳!

예전에는 원료 창고였는데, 지금은 술빚기, 누룩만들기, 나만의 원주 내리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료는 아니고 프로그램에 따라 유료로 진행되는데, 기본이 2인 이상이다. 진짜로 술을 만드는 곳은 촬영은 커녕 출입을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맘껏 사진을 찍어도 된다.

  

이원양조장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오래된 흑백사진!
찾아가는양조장 여권(?)에 이원양조장 스탬프 꾸욱~

이원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총 3개로, 아이원과 향수 그리고 시인의 마을이다. 그 중 2개를 구입했다. 그나저나 막걸리 이름치고는 꽤나 시적이다. 막걸리에서 좋은 냄새가 나서 향수라고 했나? 그건 아니고,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다. 즉, 시인의 작품에서 막걸리 이름을 지은 거다. 

 

우리밀로 만든 밀막걸리 향수!
걸쭉한 미숫가루 느낌이랄까?

지금은 쌀로 만든 막걸리가 대부분이지만, 한때 밀로 만든 막걸리가 있었다. 1965년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 부족으로 쌀로 술 빚기를 전면 금지한 법이다. 이로 인해 쌀이 아닌 밀가루로 술을 빚었다. 이원양조장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밀막걸리를 마셔보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지금껏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수입산 밀로 만든 막걸리이지만, 이원양조장의 향수(7,500원)는 100% 우리밀로 만든 밀막걸리다. 9도로 도수는 일반 막걸리에 비해 약간 독하다. 첫느낌은 겁나 걸쭉하다. 그리고 때깔이 꽤나 짙다. 보글보글 거품은 있지만, 탄산은 거의 없다. 

 

주인장 왈, 도수가 있으니 커다란 잔이 아니라 작은 잔으로, 벌컥벌컥이 아니라 음미하면서 조금씩 마셔야 한다. 양조장 근처에 있는 밥집에서 마시다 보니 따로 술잔이 아니라 물컵이다. 때깔도 다르더니 맛도 확연히 다르다.

우선 단맛이 거의 혹은 전혀 없고 가볍지 않고 겁나 묵직하다. 가끔 떡볶이에 들어 있는 떡이 쌀인지, 밀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막걸리는 눈을 감고 마셔도 찾아낼 수 있다는데 500원을 건다. 워낙 걸쭉하고 도수가 있어 물과 향수를 1:1로 섞어서 마시면, 조금은 가볍고 산뜻하게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내 취향은 걸쭉이다.

 

우리 쌀로 만든 쌀막걸리 시인의마을!

향수와 달리 시인의마을(7,500원)은 우리쌀로 만든 쌀막걸리다. 용량은 700ml로 동일하지만, 알콜은 1% 높은 10도다. 일반 막걸리에서 비해서는 확실히 독하지만, 쌀막걸리답게 달달하다. 아스파탐같은 합성감미료의 달달한 맛이 아니라, 쌀 본연의 단맛이다.  

밀막걸리가 처음이라 어색함을 인정하다고 해도, 나의 취향은 익숙하고 달달한 쌀막걸리 시인의마을이다. 참, 아이원막걸리는 밀과 쌀을 섞은 혼합 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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