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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 아바이마을 & 청호해수욕장

여름인 듯, 여름 아닌, 가을 바다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에 왔다. 속초가 처음은 아닌데, 아바이마을은 처음이다. 예전에는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갯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 청호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속초에 왔고, 눈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뭔가 허전하다. 넘실거리는 파도는 물론 수평선도 보이지 않는다. 바다는 바다인데 호수같은 바다다. 저 건너에 아바이마을이 있고, 마을 끝에 청호해수욕장이 있다. 호수(?)가 아니 제대로 된 바다를 만나기 위해 갯배를 탄다.

 

아바이마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정착한 마을이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할아버지와 같이 친근하고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뜻한다고 한다. 아바이마을보다는 아바이순대가 더 유명하지만, 순대를 못 먹는 1인이라서 마을에 있는 바다만 구경할 예정이다.

 

갯배가 와요~

한강 유람선을 탔을 때에도 멀미를 했기에, 배는 무조건 싫어한다. 하지만 갯배는 거리가 매우 몹시 짧아 멀미가 올 틈도 없을 듯 싶고, 호수같은 바다라서 파도도 없다. 멀미약을 붙이거나 마시지도 않고 도전을 한다. 이것도 도전이라고 해야 할지, 매우 부끄럽다.

 

갯배는 속초 시내와 아바이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는 50m 남짓한 물길을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다. 작은 바지선 형태로 사람이 직접 와이어 줄을 끌어당겨야 움직이는 무동력 운반선이다. 요금이 무료(속초 시민)는 아니고, 성인은 500원(편도)이다. 금강대교와 설악대교가 생겨 갯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마을로 들어갈 수 있지만, 배를 탄 후에 알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 이동시간은 2~3분 정도, 배는 느리게 가지만 거리가 짧아서 금방 도착한다.

 

낚시배인가?

지독한 배멀미가 없었다면, 낚시에 미친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낚시로 갓잡은 고기를 바로 회를 쳐서 먹고 싶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살아 생전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갯배가 아닌 만성호를 타고 동해바다로 나가서 짜릿한 손맛과 함께 회에 라면까지 배불리 먹고 싶다. 

 

이룰 수 없는 꿈은 그만, 이제는 내릴 시간이다. 이건 배를 탔다고 해야 할까나? 거리가 겁나 짧으니 멀미가 올 틈도 없다. 요금은 아바이마을에 도착을 하면 매표소가 보이는데, 그때 내면 된다. 왕복은 안되고, 편도 요금만 내야 한다.

 

누가 아바이마을 아니랄까봐? 아바이순대를 파는 식당이 겁나 많다. 저기 보이는 골목을 지나면 바로 청호해수욕장이다. 순대는 싫어하지만, 오징어순대는 아니다. 식당 앞 커다란 철판에는 기름 샤워를 한 오징어순대가 있지만, 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숯불로 구운 생선구이를 든든히 먹었기 때문이다.

 

바다닷~ 동해바다닷~ 청호해수욕장이닷~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철 지난 여름바다는 고요하다. 고운 모래를 따라 바다 근처로 성큼 다가간다. 신발을 벗고 들어갔까? 잠시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쳐 먹었다. 왜냐하면 바다는 바라만 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굳이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느낌 아니깐~

 

작은 양산보다는 커다란 파라솔이 필요해~

하늘보다 바다 색이 더 진하다. 동해바다는 대체로 파도가 거친데, 여기는 정말 호수인지 잔잔하다. 강한 햇살은 여전히 여름이라고 말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은 가을이라고 외치고 있다. 여름과 가을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바다멍 중이다.

 

등대 그리고 속초항국제크루즈터미널
직접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카메라 줌으로 당겨당겨~
크루즈는 디따 큰 배라서 멀미로 부터 해방일까?
청호방파제

속초에 대관람차가 생겼나 보다. 검색을 하니, 속초 아이 대관람차라고 한다. 오호~ 갈까? 멀리서도 느껴진다.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크루즈 터미널처럼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사진을 찍는다. 겨울쯤 다시 속초에 온다면 그때는 놓치지 않으리.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아~
마치 내모습 같아서 나도 모르게 찰칵~

바다와 나. 지금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왁자지껄 놀았던 바다도 바다, 오롯이 혼자서 즐기는 바다도 바다, 우리가 변할 뿐 바다는 변함없이 그 곳에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갯배를 타기 위해 500원을 내고, 아까 있었던 곳으로 공간 점프를 한다. 아바이마을까지 왔는데, 순댓국을 아니더라도 오징어순대도 못 먹고 간다. 원피스의 루피(고무인간)는 아니더라도, 위가 고무였으면 좋겠다. 그럼 생선구이에 오징어순대 그리고 오징어회에 닭강정까지 다 먹을 수 있을테니깐.

 

2022년 8월의 끝무렵에 찾은 속초 아바이마을 청호해수욕장. 이렇게 또 추억이 쌓여간다.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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