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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동 알로이막막

짜장면을 먹을때 파김치를 찾듯, 더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음식궁합이 있다. 몸에는 나쁘지만 치킨을 먹을때 맥주를 찾게 된다. 태국식 볶음면이 처음은 아닌데, 마늘식초를 더한 팟타이는 처음이다. 팟타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만, 마늘식초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은 통인동에 있는 알로이막막이다.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알로이막막!
토속촌삼계탕 / 마지

팟타이를 먹기 위해 서촌에 간 건 아니다. 원래는 비건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마지에 가려고 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문득 연잎밥이 먹고 싶었고 폭풍검색을 하니 마지가 나왔다. 삼계탕으로 유명한 토속촌을 지나면 마지가 나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휴무(화요일)다. 

플랜b가 없었고, 때마침 내리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무작정 토속촌으로 들어갔다. 복날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삼계탕이라 먹을까 했는데, 입구와 달리 내부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는지 식당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여전히 많다. 빈 테이블이 있어 바로 먹을 수 있었지만 내키지 않아 그냥 나왔고, 주변을 서성거리다 알로이막막을 발견했다.

 

너무 맛있다를 태국어로 번역하면 알로이막막이라고 한다. 알로이막막은 태국음식 전문점이다. 딱히 태국음식이 먹고 싶은 건 아닌데, 어디를 갈지 생각을 전혀 안했기에 그저 눈에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후덥지근한 동남아 날씨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 서울 날씨가 동남아보다 더한 듯 싶다. 그래서 통인동인데 마치 태국에 온 듯한 착각 아닌 착각.

2층에도 공간이 있는데, 굳이 올라갈 필요는 없다. 창가석은 만석이지만, 일반 테이블은 널널하니깐. 코끼리 조각 소품이 곳곳에 있어 마치 태국에 온 듯한 착각 아닌 착각. 

 

원산지가 글로벌 해~

좋아하는 쏨땀은 고추그림이 3개라서 패스, 후덥지근한 날씨에 뜨거운 쌀국수는 버겁다. 고로 꾸워이 띠어우 탐하이엔 느어(소고기 파파야 냉 쌀국수)를 골랐다. 이제 직원을 부르고, 메뉴를 말하면 되는데 알로이막막은 주문 시스템이 사뭇 다르다.

 

주문을 하려면 입구로 나가야 한다~

대체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자리를 찾으면 되는데, 여기는 자리부터 정하고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테이블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암튼 시원한 냉쌀국수를 선택하면 되는데, 준비중이라서 주문을 안된다. 그래도 휴무는 아니니, 재빨리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13,000원)를 선택했다. 혼밥이라서, 메뉴를 딸랑 하나.

 

알로이막막에서 타이음식을 즐기는 팁~

테이블마다 마늘식초와 고춧가루, 설탕과 피쉬소스 고추가 있다. 태국음식은 신맛과 단맛, 매운맛, 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부족한 맛은 준비된 소스를 첨가하면 된다는데, 쌀국수에는 식초를 넣으면 태국 현지 맛을 느낄 수 있단다. 팟타이에는 마늘식초와 설탕을 넣으면 좋다고 나와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그냥 먹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다.

 

태국식 볶음면 팟타이 등장이요~

음식이 나왔는데, 이상하게 허전하다. 피클이나 단무지같은 반찬이 같이 나와야 하는데, 알로이막막은 없다. 팟타이가 느끼한 음식이 아니라서 딱히 반찬은 필요없지만, 없으니 살짝 허전하다. 

 

고소함을 담당하는 땅콩 / 오이와 토마토는 디저트
신맛을 내기에는 라임이 너무 작아 / 새우는 튼실해

쌀국수 면은 폭은 넓지만 두께가 얇아서 먹는데 부담스럽지 않다. 적당히 탄력도 있고, 아삭한 숙주나물을 더하면 식감이 좋아진다. 신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짠맛이 8할, 단맛이 1.5할,  매운맛이 0.5할이다.

 

숟가락은 작고, 볶음면이라서 젓가락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연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계란이 있지만 양념맛이 강해서, 이게 계란이 맞나 싶다. 그에 반해 새우는 양념이 아무리 강해도 본연의 맛은 확 드러난다.

 

마늘식초를 넣기 전까지 급하게 찾은 곳이라, 사진은 찍지만 업로드는 못하겠구나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맛보다는 배만 채우고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짠맛이 강해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혹시하는 맘에 팁을 따라해 보기로 하고 설탕과 마늘식초를 살짝 추가했다. 혹시나 실패할 수 있어, 앞접시를 따로 가져와서 실험(?)을 했다. 

 

태국음식 중에서 팟타이를 가장 많이 먹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먹은 팟타이는 지극히 평범한 볶음쌀국수였다. 왜냐하면 마늘식초를 만나기 전이니까.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늘식초는 신의 한수가 아니라 백만수다. 짠맛만 가득했던 팟타이는 신맛과 단맛이 살아났으며, 풍미는 더 진해졌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마늘식초를 꽤 많이 넣었는데, 식초의 시큼한 맛은 전혀 없다. 마늘식초가 이렇게나 대단한 녀석(?)인지 정말 몰랐다. 피클이 없어서 살짝 아쉬웠는데, 마늘이 피클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채워준다. 단, 먹고 나면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

 

팟타이는 알로이막막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많다. 그런데 그곳에 마늘식초가 있을까? 새로운 맛을 알게 돼서 좋으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짬뽕에 식초는 무조건인데, 이제 팟타이에 식초도 무조건이다. 쌀국수에 식초를 넣으면 태국 현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으니, 재방문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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