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동 낙원테산도 타임스퀘어점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서 궁금했던 음식이 있다. 파스타보다는 스파게티같고, 이름에 나폴리가 들어가지만 나폴리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영상 속 모양새와는 사뭇 다르지만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4층에 있는 낙원테산도다.
백화점 식당가가 좋은 점은 브레이크타임이 없다는 거다. 간혹 영업을 안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늦은 오후에 가도 밥을 먹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장할때마다 QR코드가 필수였는데, 이제는 안한다.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이지만, 여름쯤 서서히 사그라 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칸막이도 사라지겠지.
혼밥이라서 구석이 아니고, 사진찍기 좋은 장소다. 구석에 앉으면 내부 모습을 다 담을 수 있고, 조용해서 혼밥하기에도 좋다.
메뉴판이 밖에 있어 뭐 먹을지 정하고 들어왔다. 낙원테산도가 돈까스 전문점이지만, 돈까스는 애정하는 곳이 있으니 패스다.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를 따라 나폴리탄(10,900원)을 주문하고, 혹시나 부족할까봐 오리지널 산도(8,900원)도 주문했다.
오리지널과 다시마끼 산도의 차이는 따끈한 샌드위치, 차가운 샌드위치라고 한다. 오믈렛이 시그니처 메뉴이지만, 계란에 계란은 과한 듯 싶어 제외했다.
수저와 앞접시는 직원이 가져다 주고, 물과 냅킨은 직접 갖고 왔다. 이날은 텀블러를 미처 챙기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사용했다. 기본반찬은 무와 오이피클뿐이며, 앞접시는 혼밥이라서 사용할 일이 없다.
나폴리탄이라고 해서 나폴리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오산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식으로 스파게티의 한 종류다.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에서 보던 나폴리탄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영상은 국물이 거의 없이 메말라 있는데, 낙원테산도의 나폴리탄은 촉촉하니 국물이 있다. 햄은 썰어져 있지 않고 통으로 들어 있으며, 고급스럽게 치즈가 뿌려져 있다.
계란말이는 아니고 오믈렛이라고 해야 해야할까나? 식빵 사이로 두툼한 오믈렛이 들어 있다. 계란이 하나, 둘 아니면 셋, 계산을 할때 직원에게 물어보니, 몇 개가 아니라 계란물 150ml가 들어간단다. 이걸 인별그램 갬성이라고 하나보다. 나폴리탄과 오리지널 산도는 먹기 전에 찰칵부터 하게 만든다.
옆테이블을 보니 직원이 낙원오믈렛을 테이블에 놓으면서 사진 촬영 여부를 물어본다. 오믈렛을 반으로 잘랐을때, 계란이 옆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담으라는 의미인가 보다. 살짝 궁금하긴 하지만 남의 떡에 관심을 보이면 안된다.
라임 조각이 같이 나왔는데, 뿌려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다. 양배추 샐러드가 아니라 코울슬로 샐러드로,중간 중간 먹어주면 상큼하니 좋다. 오믈렛에 비해 라임 조각이 너무 작다. 즙을 다 짰는데도 라임의 상큼함은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오믈렛이라서 힘을 주면 두께가 줄어들어 먹기 편할 줄 알았는데 오믈렛이 힘없이 부서지면서 옆으로 삐져 나온다. 처음에는 들고 먹었지만, 두번째부터는 칼질을 해서 먹었다. 빵은 따뜻하게 구워 있고, 오믈렛은 단맛이 있지만 그리 과하지는 않고 겁나 부드럽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마늘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마늘 맛이 난다. 범인은 식빵에 바른 소스다. 자칫 물릴 수 있었을텐데 마늘소스로 인해 느끼함 없이 다 먹었다.
나폴리탄 레시피를 검색하면, 케첩과 토마토소스 그리고 핫소스가 들어간다. 즉, 케첩이 지배하는 스파게티다. 처음 먹는데 신기하게도 겁나 익숙하다. 치즈가 더해져 고급스럽지만 쏘야에 파스타면을 추가한 느낌이다. 영상을 보면서 무진장 먹고 싶었는데, 이번 한번으로 충분하다.
케첩이 무지무지 좋아해서 모든 음식에 케첩을 뿌려서 먹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면에 소시지, 치즈 그리고 계란까지 모두다 나폴리탄 소스에 풍덩이다.
나폴리탄은 낯선 음식이 분명한데, 한입 먹으면 바로 아는 맛으로 변한다. 케첩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모든 음식을 새콤, 달콤하게 만들어 버리는 마력이 있다. 궁금증은 해소가 됐는데 또 먹을래라고 물어본다면, 나폴리탄은 그만, 오리지널 산도는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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