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락희옥 (feat. 연세우유 우유생크림빵)
매화에 벚꽃까지 피니,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배가 고프다. 봄이 왔는데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는 법.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주황빛깔 멍게를 먹으러 공덕동에 있는 락희옥으로 향했다.
제철 음식 중 특히 해산물은 산지직송보다는 산지에 가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형편이 그러하지 못하니 그나마 좋은 식재료를 쓰는 락희옥에 왔다. 노 브레이크타임이라서 늦은 오후에 혼밥을, 낮술은 대환영이지만 언제나 얌전히(?) 밥만 먹는다.
메인메뉴는 거의 다 알콜을 부르는 음식이다 보니, 한쪽 눈을 감고 오른쪽 메뉴에 집중을 한다. 오른쪽도 지뢰가 있긴 하지만, 식사메뉴에 시선을 단단히 붙들고 있으면 된다. 멍게비빔밥은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지만, 지금 이순간이 제철이다. 통영에서 직송한 멍게로 만든 멍게비빔밥(13,000원)을 주문했다.
다른 반찬들도 맛깔나니 좋지만, 그중에서 싱싱한 채소를 가장 좋아한다. 노란 알배추와 아삭한 오이, 맵지않은 고추 그리고 두부를 넣어서 염도를 줄인 된장이다. 멍게비빔밥이 나오기 전, 애피타이저는 수분 가득 오이다.
된장찌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락희옥은 된장찌개를 잘한다. 살짝 염도가 있긴 하지만, 맹물을 넣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깊고 진한 된장 맛을 온전히 즐기고 싶으니깐. 대신 다른 반찬들이 슴슴하니 전체적으로 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작은 뚝배기이지만, 두부에 표고버섯, 호박, 양파 등 건더기도 은근 많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향이 강하고, 물컹거리는 식감이라 멍게를 멀리 했었다. 굴도 그랬는데,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엄청 후회하고 있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매우 몹시 좋아한다. 비빔밥이지만, 내용물은 단출하다. 멍게, 김가루, 채소 그리고 밥이다. 멍게 특유의 향을 살리기 위해 초장, 된장, 쌈장같은 양념장은 넣지 않았나 보다.
김가루가 넘 많고, 자칫 멍게향을 해칠까봐 과자같은 멸치볶음에 조금 덜어냈다.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비비고 있는데, 바닥에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 맛이 강한 양념장은 없지만 대신 참기름이 들어있다.
명게만 비빔밥이 될까 했는데 충분하다. 멍게 특유의 향이 진하다 보니, 김가루와 참기름이 있어도 향과 맛을 이기지 못한다. 자고로 비빔밥은 다채롭고 화려해야 하지만, 멍게비빔밥은 간결해야 한다.
연출을 위해서라도 밥에 반찬을 올리는데, 멍게비비밤은 예외다. 이유는 멍게 향을 더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으니깐. 알배추에 올린 반찬쌈은 완벽한 연출용이다. 된장찌개와 반찬은 남기더라도, 멍게비빔밥은 절대 남기지 않는다. 마지막 배춧잎으로 입가심을 하고 일어났다. 봄봄봄~ 봄이 왔으니, 제철 먹거리를 찾아 혼밥기행을 떠나야겠다.
편의점에서 파는 빵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던 1인이다. 그런데 연세우유 우유생크림빵을 만나고 난 후 달라졌다. 빵은 살짝 거시기(?) 하지만, 생크림이 대박이다. 2,600원으로 가성비도 좋고,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은 생크림이 가득 들어있다. 요즘은 생크림 빵이 먹고 싶으면, 빵집이 아니라 cu 편의점으로 간다. 그나저나 이름에 걸맞지 않에 연세우유는 3.24% 들어 있다.
2021.03.29 - 바다가 육지라면 멍게비빔밥 공덕동 락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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