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권소선할머니 원조불백 초량본점
초량에 가면, 돼지갈비거리가 있고 돼지불백거리도 있다. 갈비는 혼자 먹기에 거시기(?)하니, 무난한 돼지불백을 골랐다. 골목이니 식당이 엄청 많을텐데, 어디로 가야 할까나?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초량 원조불백으로 결정했다.
식당 입구에 있는 커다란 안내문을 보니 이렇게 나와 있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초량 원조불백은 1985년 10월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육거리에서 권소선 할머니께서 맛난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국내산 암돼지의 앞다리, 뒷다리 부분을 할머니만의 특유의 양념으로 손님들께 정성껏 구워 대접하게 된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 맛집 골목인 부산 동구 초량동의 불백 전문맛집 특화 거리를 조성하게 되었다." (와우~ 한 문장이 겁나 길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여기가 원조일 듯 싶어 들어왔다. 내부는 일자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리 크지 않다. 참, 화장실은 쭈그려 앉아야 한다.
불백과 함께 돼지찌개도 인기라는데, 혼밥이라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 식당명에 불백이 나와 있으니, 당연히 불백정식(9,000원)을 주문했다. 돼지고기와 쌀 그리고 각종 채소는 오~ 필승 코리아다.
서울 성북동에 있는 불백집보다는 반찬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리필을 할 정도로 끌어당기는 맛은 아니다. 그래서 상추만 리필을 했다.
딱 봐도 된장국인데, 부산분들은 시락국이라고 부른다. 시골된장처럼 진한 국물맛은 아니지만, 슴슴하니 후루룩 잘 넘어간다.
첫느낌은 '많이 매우면 어떡하지' 그럼 숨고하지가 아니라, 밥을 많이 먹어야겠구나 했다. 따로 검색을 하지 않았기에, 서울 성북동처럼 간장 불백인 줄 알았는데, 빨간맛이라서 살짝 당황했다. 근데 보기와 달리 매운맛도 강하지 않고, 불맛도 세지 않고 은은했다.
소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를 먹을때는 무조건 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계의 맛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깐. 밥을 깔고, 갈빗집에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무생채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돼지불백을 올린 다음에 입으로 골인시키면 된다.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는데, 진밥이라서 아쉽다.
비계는 못 먹지만, 돼지불백은 좋아한다. 비계부분을 제거하면 먹으면 되니깐. 삼겹살 부위라면 먹을 생각을 안했을텐데, 그나마 비계 함량이 적은 다릿살이라서 다행이다. 생각보다 덜 매워서 고추를 넣었는데 청양고추였다. 은근 아니 엄청 매워서 마늘로 갈아탔다.
멸치볶음은 굳이 넣을 필요는 없고, 비계가 없을 때는 쌈없이 그냥 먹는다. 혹시나 걱정했는데 돼지누린내는 전혀 없다. 처음에는 음식이 따뜻해서 참 좋았는데, 식는 속도가 빨라서 아쉬웠다.
차가운 두부부침을 진작에 넣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고추장 양념 두부조림을 먹을 수 있었는데, 둘 다 식어서 양념이 겉돌았다. 담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절대 실수하지 않으리 다짐을 했다.
처음에는 비계없는 부위를 골라서 먹다가, 비계와 살코기가 붙어있는 부위만 남게 되면 분단을 시켜야 한다. 비계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렇게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물컹거리는 비계 식감을 싫어하는 분들은 완전 이해할 것이다.
고기는 거의 다 먹었는데 양념과 밥이 남았다면 당신의 선택은? 테이블에 가스버너가 있다면 볶음밥이지만, 없을때는 비빔밥이다. 부족한 상추를 리필한 후, 또 쌈이다. 이때도 마늘은 놓치지 않는다.
돼지불백이 '와우~ 대박' 이 정도는 아니지만, 만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부산에 산다면 전메뉴 도장깨기를 했을텐데 못해서 아쉽다.
2021.03.31 - 돼지불백 쌈사먹어 성북동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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