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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VS her | 뱀파이어를 사랑한 소년 VS 컴퓨터를 사랑한 남자

다름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인정을 하고 이해를 하면,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를 사랑할 것이며, 인격체를 가졌다고 하지만 인간이 아닌 컴퓨터 운영체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외로움이 친구였던 두 남자는 뱀파이어를 그리고 OS를 사랑하게 된다. 

 

이엘리(뱀파이어)에게 있어 오스칼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만다(OS)에게 있어 테오도르는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무섭긴 하지만 컴퓨터 운영체제보다는 뱀파이어가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곁에 두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니깐.

 

렛미인은 2015년 영화로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작품이다. 스웨덴 영화로 오스칼에는 셰레 헤데브란트, 이엘리에는 리나 레안데르손이 나온다. 공포물이지만, 공포보다는 로맨스물이다. her는 2019년 영화로 스파이크 존스 감독 작품이다. 테오도르에는 호아킨 피닉스가, 사만다역에는 스칼렛 요한슨(목소리) 그리고 에이미역에는 에미이 아담스가 나온다. 

 

외로움에 몸서리 치는 두 남자가 있다. 딱봐도 뱀파이어 같은데 인간 소년(오스칼)은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가끔 아빠를 만나긴 하지만 엄마와 둘이서 산다.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인 남자(테오도르, 호아킨 피닉스)는 사랑꾼이자 로맨리스트이지만, 실상은 외로움에 사무친 이혼남이다. 

 

이엘리는 뱀파이어다. 눈 쌓인 어두운 밤에 반팔티만 입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사람은 아니겠구나 했는데, 역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 피를 먹는 뱀파이어다. 아버지인 듯 할어버지 인듯, 남자와 함께 오스칼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그때부터 마을에는 연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만다는 안드로이드나 iso와 같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다. 다른 점이라면 인격체가 있는 os로 목소리는 완벽한 사람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감정이 있고 대화가 가능한 os다. 그 어떤 인간보다도 자신을 선택한 사람(고객)을 매혹시키는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다.

 

"난 평범함 여자애가 아니야." 이엘리의 고백에도 오스칼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엄마는 자신에게 무신경하고, 그나마 소통이 되는 아빠는 떨어져 살고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한다. 오스칼은 세상에 내편은 없다고 느끼는데, 이때 나타난 이엘리에게 흠뻑 빠지고, 그녀가 뱀파이어여도 개의치 않는다.

 

외로운 남자에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어디를 가듯 늘 항상 함께 하니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그녀가 os여도 상관이 없다. 목소리만으로도 행복하니깐.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지금 이방에 같이 있다면 좋을텐데, 안아줄 수 있으니깐. 만질 수만 있다면..." 사만다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형체가 없어서 허전함이 쌓인다.

 

오스칼에게 이엘리는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엘리에게 오스칼은 사랑 +알파다. 12세 나이로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기에,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자를 구해야 한다. 처음에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골라 사랑을 시작한다. 그렇게 친구같은 연인에서 오빠가 되고, 아빠가 되고, 할어버지가 된다.

 

이엘리를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았던 남자는 결국 그녀에게 자신의 피를 주고 인생을 마감한다. 오스칼은 이엘리가 첫사랑일테지만, 이엘리에게 오스킬은 몇번째 남자일까?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os여도 자신만의 여자라는 엄청난 착각을 한다. 하지만 사만다는 컴퓨터 회사가 만든 운영체제이며, 테오도르뿐만 아니라 8,316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상대는 641명이다. 고객 맞춤 os이니 고객이 원하는 부분에 집중을 해야 했을 거다. 누군가는 친구로, 누군가는 가족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연인으로 사만다는 고객취향에 따라 변신을 한다.  

 

사만다가 자신을 대신해줄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때는 몰랐다. 사만다를 친구처럼 여긴 고객에게 테오도르와의 관계를 말했을테고, 그래서 자신을 대신하도록 부탁을 했을 거다. 렛미인에서 둘은 하나가 됐지만, her에서 사만다는 떠나고 친구인 에미이가 남았다. 에이미도 운영체제에게 사랑을 감정을 느꼈으니, 서로의 허전함을 채워주면서 제대로된 사랑을 하지 않을까 싶다. 

 

뱀파이어가 좋을까? os가 좋을까? 뱀파이어가 무섭기도 하고, 나이를 먹지 않아서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 목소리뿐인 사만다는 처음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외로움이 사라진 자리에 허전함이 채워질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왓챠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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