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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의 요리사 VS 안경 | 프랑스 대장금 VS 사색보다는 잠

음식이 주는 힐링 포인트가 있다. 쉽게 만들 줄 아는 음식은 야식을 부르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프랑스 가정식이라고 해서 엄마표 집밥처럼 소박할 줄 알았는데, 매일 매일이 잔치음식이다. 그럼 진짜 프랑스 잔치음식은 얼마나 화려할까? 우리에게 대장금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그녀가 있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 잡은 그녀는 미테랑 대통령의 개인요리사로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일본영화 안경은 카모메 식당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엄청 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잔잔한 스토리는 같을 뿐, 카모메 식당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데, 안경은 주구장창 사색 얘기만 한다. 마지막에 빙수로 힐링을 주려고 했는데, 힐링보다는 잠이 먼저다. 진한 커피를 마신 탓에 잠을 포기했는데, 영화 본 후 딥슬립을 했다.

 

엘리제궁이 요리사는 2015년 영화로, 크리스티앙 뱅상 감독 작품이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프랑스 대장금은 라보리 캐서린 프로트가 나온다. 대통령 개인 요리사로 엘리제궁에서 2년간 근무, 그리고 남극 셰프로 1년을 근무한다. 그녀가 화려한 엘리제 궁을 버리고 남극으로간 이유는 당연히 그러하듯 영화를 보면 된다.

 

대통령을 전담해서 프랑스 가정식을 만드는 자리가 처음 생겼기에, 기존 요리사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것이다.' 그러기에 텃세는 기본, 따돌림은 필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람들은 대통령의 식성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이런저런 규율(엘리제궁 이용방법 등)만 전달한다. 

 

송로버섯과 브레드 /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그런 분위기에서 대통령의 입맛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음식을 만들고, 드디어 대통령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그저 열심히 맛있게 음식만 만들면 되는데, 세상은 아니 엘리제궁 안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 드라마 대장금도 그러하더니, 엘리제궁의 요리사도 치열한 권력다툼이 있다.

 

대통령이 원하는 건, 복잡하게 짜맞춘 음식이 아닌 평범한 가정식이다. "난 음식의 맛을 느끼고 싶어요. 순수한 본연의 맛을요." 소박한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그녀는 음식을 만들 뿐이다. 그런데 이것도 정치인가 싶다. 

 

사람들 때문에 힘든 라보리는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래서 세상을 내맘같이 않다고 하나보다. 한번쯤은 그녀를 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기존에 있던 메인 주방이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하게 된다. 음식을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면서 데리고 왔으면서, 떠날때는 가차없이 매정하다. 이래서 그녀는 남극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힐링이 필요했나 보다. 

 

영화를 보면서 프랑스 음식이 먹고 싶다기 보다는, 프랑스인들이 송로버섯과 푸아그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가정식이라면서, 그 비싼 송로버섯을 빵에 잔뜩 올리고, 푸아그라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여기에 음식마다 와인을 곁들이는 정성까지, 가정식인데 가정식같지 않은 가정식 엘리제궁의 이야기다.

 

안경은 2007년 영화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작품이다. 카모메 식당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든 영화라고 해서 잔잔한 영화일거라 예상은 했지만, 강력한 수면제일지는 몰랐다. 초반은 코미디 부분이 있어 잠이 오지 않았는데, 중후반부터 몇번을 다시 되돌리고 되돌리고 했는지 모르겠다. 

 

카모메 식당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그녀(토바야시 사토미)는 안경에서 타에코 역으로 식당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나온다. 대신 손님이었던 모타이 마사코가 수수께기 빙수 아줌마 사쿠라로 나온다. 역할 바꾸기라고 해야 할지, 초반 삐거덕 거리는 둘의 케미는 후반으로 갈수록 미친 조합이 된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는 식당주인과 손님으로,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는 밥집 주인과 찻집 주인으로 만나더니, 안경에서는 손님과 빙수집 주인으로 만난다. 코바야시 사토미는 65년생, 모타이 마사코는 52년생, 더 많은 작품을 함께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3작품을 봤다. 그때마다 느낀 점은 참 안 어울리는데, 은근 또 잘 어울린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도 까칠하더니, 타에코는 까칠함의 끝판왕이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을 찾다가, 여기로 여행을 왔다는 그녀, 그저 쉬고 싶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빙수집 아줌마가 모닝엔젤인 듯 무릎을 꿇고 그녀 앞에 앉아 있다. 잠을 더 자고 싶은데 못자게 만들고, 밥도 강요는 아니지만 혼자가 아니라 그곳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먹어야 한다. 

 

그들의 과한 친절에 폭발한 타에코는 숙소를 옮기지만, 거기는 사색이 아닌 밭일을 강요하는 곳이라서 바로 도망을 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재미있게 봐줄만 했는데, 까칠하던 그녀가 점점 그들에게 동화되어 가면서 영화는 강력한 수면제가 된다.

 

여행지인데 볼거리가 없는 그곳에서 재미난 놀이는 바다를 보면서 사색하기다. 사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헤아려 생각함이라고 한다. 불멍, 물멍 등 멍때리기도 어찌보면 사색의 범주에 들지 않을까 싶다. 타에코는 사색에는 서툴지만, 아침마다 마을사람들이 하는 메르시체조(좀비체조 같아)에 동참을 한다.

 

영화에서 마지막 숙제는 팥빙수 먹방이다. 빙수를 싫어하는 타에코는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먹게된다. 그저 평범한 빙수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빙수를 먹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색에 빠지고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왜 영화제목이 안경일까 했다 영화 후반, 숙박집 주인장은 낚시로 빙수집 주인장의 안경을 낚는다. 설마 바다에 빠져... 그런 줄 알았는데, 1년이 지나고 빙수집 문을 카모메 식당 주인장을 연다. 설마 예상이 맞았구나 했는데, 저 멀리서 가방 하나만을 들고 수수께끼 빙수집 아줌마가 걸어오고 있다. 설마 모든 배우가 다 안경을 착용해서, 제목을 안경이라고... 

 

열린결말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애매하게 끝나는 영화는 정말 싫다. 까칠한 엘리제궁 요리사는 동화되지 못하고 떠났다면, 까칠한 카모메 식당 주인장은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간다. 넷플릭스를 버리고 왓챠고 넘어와 처음 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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