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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VS 버드 박스 | 뻔하지 않아서 VS 뻔해서

디즈니 더하기에서 두달 놀다가 다시 넷플릭스로 넘어왔다. 한달 정도 더 머물 계획이었는데, 돈 룩 업에 대한 궁금증땜에 서둘러 다시 돌아왔다. 버드 박스는 비슷한 콘텐츠로 나왔고, 당연히 본 줄 알았는데, 안 봤다.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인데, 결말은 전혀 다르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라면 버드 박스의 결말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돈 룩 업의 결말을 좋아하는 시대가 왔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인류의 종말이 온다면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을 보낼 것이다.

 

돈 룩 업(Don't Look Up)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아담 맥케이 감독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롭 모건, 조나 힐 등 배우진이 어마어마하다. 장르가 코미디라고 나와 있는데, SF와 재난, 풍자 그리고 블랙코미디 영화다.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해 지구가 파괴된다는 설정은 SF영화에서 많이 나온 소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했더니, 영화 아마겟돈(1988년 작품)과 똑같다. 하지만 과정도 결말도 전혀 다르다. 20세기는 영웅 만들기가 주제였을지 몰라도, 21세기에는 영웅같은 건 없다. 그저 욕심 많은 대통령과 기레기 그리고 돈만 밝히는 기업 오너만 있을뿐이다.

 

가운데 있는 분 로봇인 줄 알았다는~
아빠에서 엄마로! 딸에서 아들로!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했고,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을 한다. 주먹만한 운석이 아니라,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다. 이를 발견한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대통령을 만나러 백악관으로 간다.

 

인류가 멸종한다는데, 대통령(메릴 스트립)은 생일 축하파티나 하고 있고, 대법관 후보 스캔들을 해결하느라 바쁘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나사가 주관해서 핵을 장착한 무인기로 혜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겁니다." 정부 계획안까지 준비됐는데도 시큰둥한다. 영화 속 대통령은 누가 봐도 카드형님으로 보이는데, 자꾸만 또다른 인물이 겹쳐진다.  

 

정부를 기대할 수 없으니,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언론에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언론도 그저 재미있는 소재로 이용만 할 뿐 정부처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정부에 언론까지 어쩜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지, 혹시 시나리오 작가가 한국인?

 

무시하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하지만 이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수단일 뿐, 진정성은 없다. 그래도 영화 아마겟돈처럼 우주선을 보내 영웅만들기를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때 돈에 눈이 먼 기업오너가 등장한다. 사람이 먼저여야 하는데, 그들은 사람보다 돈이 먼저다. 사람이 다 죽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라도 해도, 140조 가치를 버릴 수가 없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부에 시청률만 따지는 언론사 그리고 돈만 아는 기업 오너까지 영화인데 현실처럼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를 위한 우익 단체가 등장하고, 혜성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은 반으로 분열된다.

 

혜성 충돌은 허무맹랑한 주제일 수 있지만, 이를 다루는 소재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정부에 언론 그리고 기업까지 영화처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만 하고 버릴 게 뻔하다. 선거를 앞둔 지금, 돈 룩 업은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교과서다. 그리고 재난영화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로 끝이 나는데,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버드 박스(Bird Box)는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수사네 비르 감독 작품이다. 산드라 블록과 트레반트 로즈 그리고 존 말코비치가 나온다. 둘 다 재난영화인데, 관점이 다르다. 돈 룩 업은 나보다는 우리라면, 버드 박스는 오직 나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실패한 그들과 달리, 산드라 누님은 인류 종말따위는 개의치 않고 내가족을 살리기 위해 영웅이 된다.

 

자신때문에 2명의 여인이 죽었지만, 대신 2명의 아이를 끝까지 살려낸다. 모두 다 살기 위해서는 한명이 희생해야 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 아니면 생일이 같지만 엄마가 다른 아이, 누가 눈가리개를 벗어야 할까? 한 명의 희생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엄마는 끝내 선택하지 못한다.

 

부산행의 공유가 버드 박스에도~

왜 버드 박스라고 했는지,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눈을 감아야 살 수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없는 적의 존재를 새가 감지해낸다. 2018년에 봤다면 독특한 소재의 재난영화구나 했을텐데, 코시국에 보니 재난영화는 그저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다. 

 

보면 죽는다. 환청을 들으면 눈가리개를 벗게 된다. 그럼 죽는다. 눈가리개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피하거나 죽여야 한다. 아니면 내가 죽는다. 혼자 남게 된 산드라 누님이 아이와 함께 배를 타고, 그곳을 향해 떠날때부터 결말은 뻔했다. 엄청난 시련이 닥칠테지만 결국은 아이는 물론 자신도 살아 남는다. 인류 종말의 원인을 알려주지 않고, 끝내서 많이 서운했다. 즉, 그들은 살아 남았지만, 인류종말은 여전히 진행중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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