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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마블과 작별을 할 때

마블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어벤져스와 관련 히어로 영화는 빠지지 않고 봤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끝나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다. 그 시작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다. 멀티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지만 결론은 리셋이다. 

 

마법으로 멀티버스를 개방(?)해 기존 스파이더맨을 다 소환했지만, 평행우주를 돌려놓기 위해 스파이더맨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다 지운다. 그 마법사가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다. 어벤져스가 아닌 단독 주인공 영화지만, 스파이더맨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결국은 어벤져스로 연결되어 있다. 즉, 전편을 놓치면 이해하기 힘든데, 이번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까지 봐야 한다. 완다비전의 내용을 알아야, 왜 그녀가 빌런이 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1편에서 친구였다가 악당으로 변절한 모르도가 엄청난 빌런이 되어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어벤져스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일까? 마법사는 스파이더맨을 도와주다가 멀티버스(Multiverse)가 열리고, 다중 우주는 마블의 차세대 주인공(?)이 됐다.

 

영화적 상상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멀티버스는 너무 하지 않았나 싶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나온 시간여행까지는 진부하지만 재밌는 소재라 볼 수 있는데, 다중우주는 마지막 패처럼 느껴졌다. 멀티버스에서 더이상 나아갈 이야기가 있을까? 하긴 멀티버스만으로도 뽑아 먹을 양은 충분할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지구는 한개가 아니라 무한대이니깐. 그래서 작별할 때가 온 듯 하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처럼 닥터 스트레인지와 완다가 엄청난 빌런을 만나 함께 지구를 지키는 줄 알았다. 완다 자신이 타노스급 빌런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엔드게임에서 스톤을 다시 모은 후 죽었던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비전과 블랙위도우는 돌아오지 못했다.

 

비전을 사랑했던 완다는 슬픔을 잊고자, 자신만의 마을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비전을 만들고, 둘 사이의 아이도 낳는다. 마을사람들의 정신까지 지배해 마을은 완다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작은 균열이 생기고, 결국 그녀는 원래도 되돌려 놓는다. 여기까지는 디즈니플러스 완다비전의 내용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완다는 아이들에게 집착을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스스로 쌍둥이를 없앴지만, 또다른 지구에는 자신과 아이들이 멀쩡하게 살고 있다. 완다는 그곳으로 넘어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저 꿈인 줄 알았는데, 이를 해결해 줄 능력자가 나타난다.

 

아메리카 차베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지구에서 저 지구로 마실가듯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소녀다. 완다는 그녀의 능력을 흡수하려고 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완다로부터 그녀를 지키고자 한다. 마법과 염력의 만남이랄까? 그런데 완다가 엔드게임때와 달리 능력이 겁나 강해졌다.

 

왜냐하면 완다비전에서 400년을 넘게 산 마녀의 능력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혼자서는 그녀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타노스급으로 엄청난 빌런이 됐다. 완다였던 시절을 버리고 스칼렛 위치가 되어 흑마법을 이용해 멀티버스를 손 안에 넣고자 한다.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세상을 찾기 위해서는 멀티버스 이동 능력이 필요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양자학을 이용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아메리카 차베즈의 능력으로 아주 가볍게 또다른 지구로 이동을 한다. 그곳에는 쉴드가 아닌 일루미나티가 있다. X맨의 자비에 교수, 판타스틱 4, 왓 이프의 캡틴 카터 그리고 모르도와 새로운 캡틴 마블이 등장한다. 

 

다중우주라는 설정은 어떤 인물도 나올 수 있으니, 굳이 정당성을 따질 이유는 없다. 급 결성한 멤버라서 느껴져서 그런가? 스칼렛 위치의 드림워킹으로 강력해진 완다는 일루미나티 멤버들을 깔끔히 처리한다. 여기서 드림워킹이란, 단어는 참 멋스러운데 실상은 빙의다. 멀티버스를 맘대로 이동할 없으니 흑마법(다크홀드)을 사용해 자신과 똑같은 인물에게 빙의를 하는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샘 레이미 감독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든 사람이다. 그는 호러와 공포 영화가 주장르이고, 이블 데드를 만들었다. 공포물을 못보는 1인이라서 본 적은 없지만, 죽은 시체가 땅 속에서 손부터 나오는 장면은 이블 데드에서 처음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마블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좀비도 샘 레이미 감독이라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엄청난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까 궁금했는데, 너무나도 쉽게 결론을 내린다. 능력을 조절하지 못한 아메리카 차베즈는 스트레인지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게 된다. 스칼렛 위치가 된 완다를 무서워하는 쌍둥이에게 버림을 받고 나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그리고 완다비전에서 그러하듯,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하지만 한번 열린 포털을 닫는다고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커전이 일어났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원더우먼같은 여성이 첫번째 쿠키영상에 등장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이지만, 이제는 그만 먹고 싶다. 웃음기 하나 없고, 관련 작품들을 보기 위해 돈을 쓰게 만드는 디즈니 전략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개봉 첫날 가서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는 영화관이 아니라 모았다가 디즈니 플러스로 볼 거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두번째 쿠기영상이 나오는데, 굳이 볼 필요는 없다. 이블 데드를 봤다면 반가운 인물이지만, 영화를 이끄는 중요 인물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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