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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박찬욱 스타일의 원초적 본능

헤어질 결심을 보는내내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검색을 하기 전까지 제목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샤론스톤과 마이클더글라스 그리고 얼음송곳과 다리꼬는 장면은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 범인이 샤론스톤이었던가? 결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용의자를 취조하던 형사가 용의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은 헤어질 결심과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원초적 본능은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헤어질 결심은 15세이상 관람가이다. 등급에서 감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가씨처럼 역동적인 몸으로 말해요가 한번 정도는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색계의 탕웨이 그리고 은교의 박해일이 주인공이니깐.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직접 보여주지 않고, 공간, 분위기, 음악 그리고 배우의 눈빛 등으로 없는데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든다.

 

장해준(박해일) / 송서래(탕웨이)
취조실은 그들에게 사랑이 꽃피는 공간~

박찬욱 감독 영화는 개운함이 없다. 치약없이 양치를 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영화 범죄도시처럼 범인을 때려 잡고 사건을 말끔하게 해결해야 개운한데,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도 여운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와 그녀는 사랑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다. 대체 사랑이 뭔데?

 

볼거리가 화려한 액션영화도 아니면서 런닝타임이 138분이다. 중간에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지루함은 없었지만 살짝 지치기는 했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은 산에서 발생한 자살사건 그리고 후반은 바다 근처 고급 주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눈빛은 이런 것일까?

자살사건인데, 형사는 아내를 의심한다. 여러가지 사정상, 살인을 자살로 위장했다고 생각해서다. 위장을 사실로 밝히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게 둘은 취조실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그런데 취조실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에로틱할 수 있을까? 서로를 마주보고 있지만, 마치 역동적으로 몸으로 말해요를 하는 듯, 둘의 관계는 묘하게 끈적끈적하다.

 

"살인은 흡연과 같아서 처음이 어렵다."라고 장해준(박해일)은 부사수(고경표)에게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사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장해준이 취조실에서 느꼈던 감정은 잠복에서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 송서래(탕웨이)를 용의자가 아니 여자로 바라보더니,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취조실의 끈적한 분위기는 장해준의 침실로 이어지지만, 박찬욱 스타일의 원초적 본능은 본능을 발산시키지 않는다. 그저 숨소리만 들려주는데, 신기하게도 느낌적인 느낌은 에로틱한 장면을 본 듯하다. 가상현실은 아니고 이게 바로 박찬욱의 힘일까? 칸이 그에게 감독상을 준 이유를 아주 조금은 알 거 같다.

 

품위는 자부심로 살아온 그에게, 그릇된 사랑은 오점이 되어 돌아온다.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그는 살인사건이 없는 이포로 오고, 그녀는 결혼을 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한다. 이번에는 자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난 해준씨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봐요." 자살사건에서 부사수(고경표)는 탕웨이가 범인일 수 있다고 계속 의심하고, 살인사건에서 부사수(김심영)는 탕웨이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정한다. 왜냐하면 진짜 범인이 나타났으니깐. 하지만, 박해일은 또다시 붕괴될 수 없기에 사건을 놓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또 사람이 죽었고, 살인은 흡연과 같아서 처음이 어렵지 두번, 세번은 어렵지 않으니깐. 

 

헤어질 결심은 어려운 영화는 아닌데, 어렵게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넘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텐데 잘 모르겠다. 취조실, 서래와 해준의 집, 산과 바다 등 미장센을 넘어 공간이 주는 의미가 분명 있을 것이고, 공간만큼 분위기를 압도하는 음악도 단순하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보고나서 바로 잊혀지는 영화가 아니라, 물음표이더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다. 

 

그의 선택도, 그녀의 선택도 존중해주고 싶다. 이게 다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다. 그나저나 멜로영화라서 반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다. 그 주인공이 이주임이라니, 공포영화를 보듯 완전 깜짝 놀럈다. 그리고 아내의 감은 매우 예리하다는 거, 형사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부재중 전화와 살인사건 뉴스만으로 완벽하게 파악했으니깐.

 

cf... 애플워치, 위급한 상황에서 알아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광고를 봤을때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가격 조회를 하고 있다. 탕웨이처럼 될 수도 없고, 박해일같은 남자를 만날 수 없지만, 애플워치는 충분히 가질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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