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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REMEMBER, 2020) | 우리가 기억하는 한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배웠다. 그런데 영화에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사로잡힌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같은 미래인데, 왜이리 역겁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자기합리화의 사전적 의미는 자책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일.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이라고 한다. 본인도 자랑스럽지 못한 과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영화가 개봉을 했을까? 아니다. 개봉날짜는 예전에 정했을 테고, 식민사관 발언이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식민사관은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관이라고 다음백과가 알려줬다. 그 발언을 한 사람이나, 그 사람의 말을 두둔한 사람이나 영화 리멤버가 천만 관객을 돌파해도 영화관 나들이를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그들과 비슷한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영화 리멤버는 검사외전을 만든 이일형 감독의 작품으로 이성민과 남주혁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리고 공작과 군도:민란의 시대 그리고 수리남을 만든 윤종빈 감독이 기획을 했다. 친일파 척결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다룰까 궁금했는데, 끝에 살짝 신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원했다. 죽인다고 하면서 변죽만 울리다 끝날 줄 알았는데, 한명도 아닌 4명이나 죽인다.

 

단편적으로 보면 가족의 원수를 갚는 거지만,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가족이 너무 많다. 요즘 영화같은 현실이 매일매일 펼쳐지는데, 왜 이런 일은 영화뿐일까? 아니다.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만 제대로 시행됐다면, 리멤버라는 영화도, 식민사관 발언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는 친일세력에게 너무나도 많은 힘을 줬다. 그리고 그 힘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리멤버는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물인 줄 알았는데, 리메이크 영화라고 한다. 2020년에 개봉한 캐나다와 독일의 합작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가 원작이다. 원작은 치매에 걸린 노인 거트만(크리스토머 플러머)이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강력한 반적이 있다고 하던데, 원작은 못 봤다. 그나저나 왜 이 영화를 리메이크 했을까?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작처럼 리멤버도 치매에 걸린 노인(이성민)이 등장한다. 자신의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자를, 형을 강제징용에 보낸 자를 그리고 누이를 위안부로 보내게 만든 자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 한 명, 한 명, 자신이 갖고 있던 오래된 권총으로 직접 사살을 한다.

 

스토리는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스토리를 이끄는 내용은 명백한 팩트다. 독도는 자기네 땅이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우기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영화처럼 총 앞에서 살려달라고 빌기 전에 사실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면 되는데, 아마도 죽을때까지, 아마도 전재산을 몰수 당하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우길 것이다. 자신들에게 힘(권력)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깐.

 

역사에 만약은 없고,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이 아니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학살의 주범을 끝내 단죄하지 못하고 끝이 난다. 하지만 리멤버는 다르다. 유지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챈 (구)노비 (현)재벌 오너를, 죽마고우를 팔아넘긴 식민사관을 주장하는 대학교수를, 누이를 공장이라고 속이고 위안부로 보낸 자위대 퇴역 장성을 그리고 국민의 영웅이라 칭송받고 있지만 사실은 일제 앞잡이였던 김치덕 장군을 사살한다.

 

남주혁은 그저 운전수 역할 뿐일까?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포르쉐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행복한 일이니깐. 그러므로 나서지 말아야 했다. 이성민이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지 말고 그저 운전만 하면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름 베프라 생각했던 사람이 감감무소식이니 궁금했을 거다. 그 궁금증으로 인해 용의자로 오해를 받게 되지만, 사채때문에 결국 군소리 없이 운전수 역할을 한다. 돈때문에 시작한 알바지만, 그가 왜 복수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된 후에는 열혈 동조자가 된다.

 

원작에는 남주혁 역할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리메이크 리멤버에는 그가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힌다. 70대 이성민은 일제강점기를 몸소 겪었던 인물이지만, 20대 남주혁은 일제를 역사교과서로 배운 세대다. 내 아버지가 죽고, 형은 탄광으로 끌려가고, 누이는 자살을 하고, 이를 직접 목격한 사람과 교과서로 연도와 사건만 외운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이성민은 남주혁에게 운전수가 아닌 그 시절의 아픔을 기억해 주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도,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역사는 바뀌지 않을 테니깐. 그리고 장군 할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된 손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역사는 개뿔, 돈이 최고야라고 할까? 아니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게 될까? 개인적으로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느낌적인 느낌은 돈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캐릭터는 감독이 만든 허구의 인물일텐데, 자꾸만 누군가가 오버랩이 된다. 영화는 장군의 친일 행적으로 인해 현충원 안장을 막았는데, 현실은 대전현충원에만 29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묘역이 있다고 한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개같다. 그래서 더 더 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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