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역 메트로팜 팜에이트
식물이 자라는데 흙은 없어도 되지만, 햇빛은 꼭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있는 메트로팜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하철 역사에 농장이 있다고 하기에 믿지 않았지만, 직접 가서 보니 정말로 있다. 햇빛이 없어도 식물이 자랄 수 있다니 놀랍다.
메트로팜을 만나기 전에 스마트팜부터 알아야 한다. 스마트팜이란, 첨단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없이 원격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농업방식을 말한다.
즉,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빛, 온도, 습도, 양분 등 환경요소를 사람이 아니라 과학이 제어를 한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 가격변동이 없고 오염물질이 없어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다. 스마트팜 + 지하철 = 메트로팜이다.
메트로팜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인도어팜(Indoor Farm)이다. 이곳의 장점은 미세먼지 걱정없는 실내 청정재배가 가능하고, 살충제와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으며, 수경재배로 90%이상 물을 순환해서 사용한다. 또한 도시 인근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환경보호와 계절에 상관 없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농장이 통유리로 되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지만, 내부 진입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팜아카데미에 등록하면 작물을 보고, 만지고, 수확까지 체험을 할 수 있다. 무료가 아니고 유료이며, 네이0에서 팜에이트로 검색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오토팜이라 불리는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이다. 인도어팜은 씨앗을 심고, 가꾸는 등 노동이 필요하지만, 오토팜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과정을 로봇이 담당한다. 남극세종기지에도 있다고 하던데, 워낙 고가라 가정용은 어려울 듯 싶다.
아직은 먼나라 이야기같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냉장고형 스마트팜은 주방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파밀로는 오토팜보다는 저렴하다 할 수 있지만, 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농장은 농장인데, 뭔가 많이 다르다. 모든 작물을 수경으로 재배하기에 흙이 필요없다. 땅이 아닌 철제 구조물에서 작물이 자란다. 한정된 공간에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수직형태로 작물을 재배한다. 여러 작업을 과학이 알아서 하긴 하지만, 타종이나 수확 등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안으로 들어오니 공기와 온도 그리고 습도가 다르다. 햇빛을 대신하는 조명이 강한 듯 싶지만, 신기하게도 눈이 아프지 않다. 거름냄새 가득한 농장과 달리, 여기는 물소리가 들리는 청정한 공간이다.
주요 작물은 버터헤르 레터스, 스텔릭스, 파게로, 뉴햄, 이자벨 등 유럽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상추나 깻잎같은 쌈채소도 가능하나, 일반 농가에 피해를 주기 않기 위해 샐러드에 주로 쓰이는 조금은 낯선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날씨와 상관없이 재배가 가능하며, 24시간 연중 생산도 가능하다. 청정한 밀폐 공간에서 재배를 하기에 무농약 및 GAP 인증을 받았고, 수확 후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참, 햇빛을 대신하는 조명은 생장용LED라는 발광다이오 조명이다.
진짜 재배공간은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다. 혹시 모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메트로팜은 을지로, 답십리, 천왕, 충정로역에도 있지만, 체험이 가능한 곳은 상도역뿐이다.
선반을 들어보면, 물은 계속 흐르고 있고 잔뿌리가 많고 적음에 따라 수확시기를 알 수 있다. 수경재배로 흙이 없으니 벌레도 없고, 깨끗한 물에는 잔뿌리도 깨끗하다. 이래서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된다고 했나 보다.
수확의 기쁨을 맛볼 차례가 왔다. 뿌리 부분을 잡고 옆으로 흔들면서 위로 당기면 된다. 뿌리는 남겨두는 줄 알았는데, 통째로 한꺼번에 수확을 한다.
원래는 인당 하나인데, 이벤트 중인지 1+1이라고 해서 이자벨을 2개나 수확했다. 용기를 가져와야 샐러드용 소스를 준다고 해서 챙겨왔고, 누런 잎만 제거하고 용기에 담았다.
점심 전이기도 하고, 샐러드(이자벨)만 먹으려고 하니 허전해서, 바질 햄치즈 샌드위치(4,200원)을 주문했다.
제품 구매시, 팜채소와 사과, 레몬, 파슬리만을 100% 착즙한 팜주스을 선착순으로 준다. 채소주스답게 풀내음 가득이다. 향을 맡으면 윽~하는 감탄사가 나오지만, 사과랑 레몬때문인지 냄새와 달리 맛은 달달하다. 그러나 자주 먹고 싶지는 않다.
바질향이 좋았던 샌드위치로, 햄과 치즈 맛은 거의 나지않고 풀맛만 가득이다. 그래도 착즙주스보다는 훨씬 좋았다.
이자벨에 오리엔탈 소스만 더했을 뿐인데 , 근사한 샐러드가 됐다. 물론 여기에 닭가슴살, 토마도, 치즈 등을 넣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먹어도 딱히 나쁘지 않았다. 아삭한 식감은 앙상추와 비슷한데, 이자벨은 끝에 살짝 씁쓸한 맛이 난다. 하나만 먹고 나머지 하나는 집에서 제대로 샐러드로 만들어서 먹어야지 했다가, 유자소스를 얻는 바람에 다 먹어 버렸다.
이자벨은 한개에 2,500원으로 농장에서도 판매를 하지만, 현대백화점이나 마켓컬리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이때 팜에이트로 검색하면 된다. 도시농업하면 옥상을 떠올렸는데, 이제부터는 지하(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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