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노독일처
10월 20일무렵 통영 굴이 출하된다는 기사를 봤지만, 아직 먹지 못했다. 장소만 다를뿐, 올해 첫 굴은 작년과 동일하게 굴짬뽕이다. 떠나는 가을은 아쉽지만, 돌아온 굴은 겁나 반갑다. 올 겨울도 굴과 함께 맛깔나게 보낼 것이다. 그 시작은 굴짬뽕, 장소는 용강동에 있는 노독일처다.
몇 년동안 굴짬뽕, 그 시작은 안동장이었다. 굴짬뽕을 처음으로 만든 곳이라 역사성땜에 가장 먼저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을지로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잘하는 집이 있어 을지로가 아닌 용강동을 선택했다. 잠원동에 있다가 작년에 마포구 용강동으로 이전한 노독일처다.
할인을 하는 줄 몰랐는데, 운이 좋다. 원래 가격은 12,000원인데, 지금은 8,400원이다. 아싸~ 굴국밥도 끌리지만, 중국집이니 국밥보다는 짬뽕이다. 작은 글씨로 나와 있는 통영 산지 직송, 무지 맘에 든다. 산지직송보다는 산지가 훨씬 좋지만, 지금 당장 통영에 갈 수 없기에 산지직송도 충분히 만족이다.
혼밥은 언제나 바쁜 12시가 지난 후에 간다. 그래야 이처럼 한적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독일처는 오후 3시부터 브레이크타임이다.
굴짬뽕만으로 부족하면 부추튀김딤섬(먹어봤기에)을 제외하고 개봉만두, 고기쇼마이 그리고 수제군만두를 추가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굴짬뽕 양이 워낙 많아서 만두는 먹을 수가 없었다.
기본찬은 3가지. 단무지와 자차이무침은 당연한데, 열무김치는 낯설다. 지난 여름에 왔을때 깍두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열무김치다.
올들어 처음 만나는 굴이다. 통영 산지는 아니지만 산지직송이다. 통영답게 굴이 죄다 굵직굵직하다. 국물을 먹는건지 굴을 먹는건지 모를 정도로, 진한 굴향과 맛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났다. "그래 이맛이야"가 자동으로 나온다.
배추가 들어 있지만 시원한 국물은 아니고, 굴의 풍미가 퍼지는 진한 국물이다. 그나저나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그릇이지만, 넘칠정도로 양이 겁나 많다. 만두를 먹겠다는 생각, 바로 접었다.
이 좋은 굴을 어릴때는 왜 그리도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우유를 마시면 배앓이를 하지만, 바다의 우유 굴은 아무리 먹어도 절대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 한번, 두번 몇번의 저작운동만으로 입안은 굴의 풍미로 가득 퍼진다. 고등어, 멍게와는 또다른 굴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풍미를 따라할 무언가가 있을까 싶다.
살짝 칼칼하더니 청양고추가 들어 있다. 향이 강하다 할 수 있는 표고버섯은 향이 더 강한 굴과 함께 있으니 부끄러운지 향기를 감췄다. 팽이버섯은 (얼갈이)배추와 함께 식감을 담당하고 있다.
굳이 식초를 더하지 않아도 깔끔하고 괜찮은데, 습관이 무섭다고 짬뽕을 먹을때면 어김없이 식초를 넣는다. 이번에는 괜히 넣었나 싶은데, 양을 줄였기에 전후 차이가 거의 없다.
굴짬뽕인데 굴만 골라서 한없이 먹고 싶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굴을 먹을 기회는 많으니 지금은 굴짬뽕으로 만족이다. 그나저나 굴 상태가 너무너무 좋다. 비린내 일절 없고, 풍미만 작렬이다. 굴은 별다른 식감이 없을 듯 싶지만, 단단한 관자가 있어 씹는 맛도 좋다.
굴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굴짬뽕은 빨간맛보다는 하얀맛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간맛이 그리울때는 자차이무침을 더하면 된다. 담백하게 먹을때가 가장 좋지만, 맛의 변주를 위해 반찬을 추가해서 먹어도 좋다.
숟가락에 올려서 조신하게 먹는 건 이제 그만.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으니 이제부터는 면치기를 하면서 허겁지겁 먹어야겠다. 올해 처음 먹은 굴짬뽕, 역시 '넌 감동이었어~'
굴시즌도 돌아왔으니, 여기저기 먹으러 갈 곳을 정리해야겠다. 우선 내수동에 있는 굴뚝배기 전문점 모려다. 여기는 생굴에 굴전, 굴젓갈 그리고 굴국밥까지 한번에 먹을 수 있으니깐. 굴짬뽕도 안동장, 신차이 등 몇군데 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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