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명동교자
여름에는 그렇게 시원한 콩국수를 찾더니, 날이 선선해졌다고 어느새 뜨끈한 칼국수에 빠졌다. 해물이 가득 들어있는 칼국수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색다름을 추구하고 싶다. 중화풍 느낌이 나는 고기고명과 하늘하늘한 완자가 매력적 칼국수에 묵언수행을 감내하면서도 리필을 외치고야 마는 마늘 가득 겉절이까지 명동에 있는 명동교자 본점으로 향했다.
명동교자는 워낙 강렬한 맛을 안겨주는 곳이기에 4년 만에 방문인데도 어제 온듯 친숙하다. 그때는 외관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가림막 없이 깔끔하다. 하긴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라면 그때 그 공사가 아니라 또다른 공사일 것이다. 암튼 추억은 여기까지, 배가 고프니 얼렁 들어가야겠다.
예상을 안한 건 아니지만, 2시가 넘은 시간이기도 하고 식당 앞에 줄이 없기에 한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줄서서 기다리지 않았을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혼밥이라서 기다림 없이 바로 앉았지만, 여럿이 온 분들이 잠깐 기다려야했다.
그나저나 명동교자는 혼자서 오는 이가 많은가 보다. 도서관같은 분위기이긴 하나 1인석이 잘 갖춰져 있다. 만두와 콩국수는 조기품절이 될 수 있다는 안내문, 콩국수는 끌리지 않지만 만두는 매우 몹시 끌린다.
만두와 비빔국수가 먹고 싶지만, 올때마다 언제나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칼국수(9,000원) 주세요." 만두는 먹다가 남으면 포장을 하면 되는데, 명동교자는 밥과 면 리필이 가능해 만두는 뒷전, 언제나 칼국수에 집중하는 편이다.
주문과 동시에 선불이니, 당황하지 말고 카드 혹은 현금을 내면 된다. 칼국수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후식부터 먼저 갖다준다. 입냄새 방지를 위한 껌이다. 참, 명동교자는 브레이크타임이 없다.
엄청난 입냄새를 만들어 주는 범인은 바로 요녀석(?)이다. 그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마늘이 가득 들어 있는 김치다. 코로나19의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나? 마스크로 인해 입냄새는 남이 아니라 나에게만 풍긴다.
김치에 이어 칼국수까지 4년 만에 왔지만 변함이 없다. 냄새도 그러하고, 아직 먹지 않았지만 맛도 동일할 거라는데 50원을 건다. 야들야들 완자는 동서남북처럼 4개가 포진되어 있고, 정중앙에 명동교자 칼국수의 맛을 책임지는 고기고명이 자리잡고 있다.
담백, 깔끔, 개운한 국물은 아닌데,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감칠맛이 있다. 국물이 간간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간이 안된 육수를 추가하면 되니 짜다고 투정을 부릴 필요는 없다. 짬뽕을 먹을때처럼 식초를 넣으면 뒷맛이 개운해지지 않을까 싶지만, 따로 요청을 해야 하기에 관뒀다.
공갈빵이 아니라 공갈만두라고 해야 할까나. 명동교자 완자는 만두소보다는 만두피에 집중해야 한다. 완자 자체에 맛이 있다기 보다는 국물과 함께 먹으면 호로록하고 저작운동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쓱 넘어간다.
일정한 두께와 간격, 사람이 아닌 기계로 만든 면발이다. 푹 퍼진 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쫄깃한 면도 아닌 부드러운 면발이다. 면치기하기 좋은 면발이지만, 기술이 부족해서 면의 끝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중간에서 멈춘다. 면치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육수 추가를 할때, 짜다고 말을 하면 간이 거의 안되어 있는 육수를 갖다 준다. 밥과 면 리필이 가능한데, 남기지 않고 둘 다 먹을 자신이 없기에 밥만 리필을 했다. 식은밥을 말아서 먹어야 하므로, 밥 리필은 일찍해야 한다.
고기 고명도 좋지만, 볶음 양파도 은근 매력적이다. 역시 양파는 달달 볶아야 달달함도 살아나고 맛나다.
포스팅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김치를 먹었을 거다. 하지만 김치를 먹으면 본연의 칼국수 맛으로 돌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김치를 한 점만 먹어도 입안은 온통 마늘향이 지배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김치는 처음부터 등판을 시키면 안된다.
간이 안되어 있는 육수를 처음부터 넣고 싶었지만, 양이 많아서 중간에 넣어야지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면을 거의 다 먹은 후 이제는 밥을 말아야지 하는데 그제야 육수가 보였다. 간간한 육수를 다시 달라고 해야 하나? 국물이 심심하다 못해 밍밍하다.
테이블에 소금이 있지만, 간 조절을 못할 듯 싶어 후추만 추가를 했다. 지금까지 간간하게 먹었으니, 나트륨 조절을 위해 이제부터는 밍밍하게 먹는다. 그나저나 밥 양은 무지 조금인데, 그에 비해 국물은 한강(?)이다.
밥과 면은 같이, 여기에 김치를 더하면 완벽 그 자체다. 명동교자 칼국수는 담백보다는 진하다고 할 수 있는데, 김치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칼국수가 순하게 느껴진다.
예전에 비해 매운맛이 더 약해졌나 보다. 그때는 마늘향만 강했는데, 지금은 김치가 맵게 느껴진다. 밍밍한 국물에 남은 김치 양념을 넣었더니, 알싸한 마늘을 타고 매운맛이 훅 들어온다.
워낙에 강렬한 맛이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명동교자의 칼국수가 먹고 싶을때가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4년 주기로 찾아온다. 2025년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만두까지 꼭 먹어주리라.
2017.06.09 - [명동] 명동교자 - 양치질을 두번이나 했는데도 독한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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