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히말라야어죽
남이 끓여준 라면이 맛나듯, 전도 남이 해줘야 한다. 아마도 내일, 꼼짝없이 앉아서 3~4시간 동안 전을 부칠 것이다. 연중행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명절 전부치기는 넘 힘들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기에 충전이 필요하다. 먼저 맛나게 먹자.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히말라야어죽이다.
신들도 반한 그맛을 찾아 반년 만에 다시 왔다. 어죽으로 봄맞이 몸보신을 했으니, 가을 보양식 역시 어죽이다. 이때만 해도 메뉴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갈대처럼 맘이 흔들렸다.
혼밥이니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낮술하기 딱 좋게 한산하다. 내 맘을 들키기라도 하듯, 먼저 온 손님이 제육볶음에 누룩이를 마시고 있다. 아하~ 어죽이여 안녕!
히말라야어죽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단순한 원산지표시를 넘어 재료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가격대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를 쓰고 있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스타팜이 없는 누룩이가 있어 느무느무 좋다.
혼자서 아나고전골에 도전을 할까 하다가 과한 느낌이 들어서, 모듬전(25,000원)을 주문했다. 점심이라서 준비가 안되어 있는 듯 직원분은 확답을 주지 못했으나, 주인장은 오케이 사인을 했다. 아무래도 단골 찬스가 아닐까 싶다.
단호박 샐러드와 멸치볶음 등 총 7가지가 나온다. 집밥을 주문하며 여기에 밥과 찌개(국)가 나온다. 반주도 좋으니 공깃밥을 주문할까 했지만, 혼자서 모둠전을 처리해야 하므로 밥은 생략했다.
어떤 막걸리인지 브랜드를 알면 좋은데, 착한 재료공개에서 무 아스파탐이라고 했으니 믿는다. 아니 맛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공적인 단맛과 탄산은 약하고, 깔끔하니 목넘김이 부드럽다. 모둠전은 아직인데, 반찬이 워낙 좋으니 한잔 두잔 술술 들어간다.
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면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녹두전도 좋지만, 조금은 고급진 분위기에서 먹는 모둠전도 아니 좋을 수 없다. 4가지 전은 감자, 동태, 호박 그리고 녹두전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겠지만, 누룩이와 애호박전 조합만으로도 충분하다. 벌컥벌컥 누룩이를 들이키고, 애호박전은 간장을 살짝 더해 허겁지겁 먹으면 입천장이 홀라당 까진다. 왜냐하면 방금 부친 전은 무지 뜨거우니깐.
유독 바삭함을 강조하는 감자전도 나름 좋아하지만, 히말라야어죽 감자전은 도톰해서 겉은 전 속은 삶은감자인 듯 2가지 맛이 나서 더 좋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반찬를 더해서 먹어도 좋다. 간이 세지 않아서, 반찬과 같이 먹어도 짠맛이 과하지 않다. 과하다 싶으면 누룩이(막걸리)를 소환하면 된다.
동태보다는 민어나 대구전을 더 좋아하지만, 몸값이 비싼 녀석(?)들이니 대중적인 동태전을 많이 먹는다. 흰살생선답게 계란옷에 기름을 더했지만 담백함은 여전하다. 기름에 부치다 보니, 느끼함은 어쩔 수 없다. 이럴때는 김치가 딱이다.
설날과 추석 연중행사로 전 부치기를 오래 하다보니 요리꽝손임에도 전 하나만은 좀 하는 편이다.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전은 김치전, 부추전, 배추전 그리고 녹두전이다. 집에서는 돼지고기 보다는 숙주나물과 김치 그리고 파를 넣어서 만든다. 히말라야어죽 녹두전에도 김치가 들어있다. 아삭한 식감은 좋은데, 까맣게 탄 부분이 많아서 쓴맛이 났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베스트를 꼽으라면, 감자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머지 전은 집에서도 자주 해먹는데, 감저전은 그렇지 않아서다. 준비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감자전보다는 다른 조리법으로 많이 먹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없는 누룩이는 남기더라도, 전은 남길 수 없어 포장을 했다.
작년도 올해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조용하지만 풍성하게 추석명절을 보낼 것이다. 역시나 작년도 올해도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똑같은 소원을 빈다. '코로나19가 사라져 뱅기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즐건 추석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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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와 전... 쳐다만 보고 있어도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ㅎㅎ 음식점 이름이 특이한데요.
글 천천히 따라 내려가는데... 와~ 완전 진수성찬이네요.
여러 전과 부침에 막걸리 쭉 들이키면 온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일 거 같아요~
처음글을 보았을때는 주인장인줄 알았는데용.
손님이신거죠??^^
하트날려요~~
히말라야어죽은 예전에도 몇 번 소개해주셔서 익숙합니다.
혼술을 제대로 하셨군요 .. 모둠전에 누룩이까지 ...
아름다운 만찬입니다. 비가 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가을은 전에 막걸리가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명절에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 그래도 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아 이곳은 까칠양파님이 늘 소개해주셔서 잘 알고있는 곳인데 이렇게 또 보니 넘 반갑네요 ㅎㅎ 제가 간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ㅎㅎ 어죽이란것을 처음 알았는데 맛도 참 궁금해요 ㅎㅎ 전에 술은 언제나 진리죠
역시 전은 남의 손이 해주는 것이 제일 맛있어요. ㅎㅎ
올 추석에는 양파 님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추석 보내세요. ^*^
막걸리를 부르는 조합입니다.
와 제가 좋아하는건 전부 들었네요,,
침 흘리고 갑니당..
와~~ 전에 막걸리.. 넘 훌륭한 조합이로군요~^^
(^-^)상호명이 (히말라야 어죽)이라서 히말라야산인 줄~~ㅎㅎ
독특하네요~♪♬
모듬전에 막걸리가 딱입니다.
히말라야 가게이름 글씨가 네팔어와 비슷하게 썼네요. ㅎㅎ
전 파티^^ 입니다. 잘먹고 잘보고 갑니다.
전들이 먹음직스럽네요
막걸리랑 좋죠
김치가 들어있는 녹두전 궁금하네요^^
전들이 모두 다 맛나보이는데요~ 하트꾹
푸짐해보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전에 막걸리는 진리인 것 같아요~~~^^
풍성한 추석명절 보내세요~~^^
헉 너무 맛있어 보여요~~
전 보다가 침이 꼴깍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