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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출

일몰은 여러번 봤지만, 일출은 작년 겨울 부산 해운대 일출 이후로 두번째다. 술을 곁에 뒀을때는 엄두도 못 냈는데, 멀리하니 이런 일이 가능하다. 내심 기대를 참 많이 했는데, 장비빨과 급 찾아온 생리현상에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출은 아름답다.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서라도 알콜과 친했던 시절, 내 사전에 일출은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곁에 두지 않으니, 생각도 못한 일출이란 녀석이 슬며시 다가왔다. 일출은 새벽 5시 5분이라고 날씨앱에 나와 있지만, 숙소에서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30~40분 걸려서 4시쯤 일어났다. 겨울과 달리 여름은 일출이 빠르듯, 새벽 4시인데도 세상은 어둡지 않고 밝다. 이곳은 송도전용부두일 듯 싶다. 

 

일출까지 약 50분 남았는데, 세상은 어느새 새벽을 지나 아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확실히 겨울과 달리 여름은 아침이 빠르다. 겨울 일출은 늦게 일어날 수 있지만 넘 춥고, 여름 일출은 춥지 않은데 일찍 일어냐야 한다. 둘 다 해봤기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겨울 일출이다. 왜냐면 더 자고 싶으니깐.

 

하늘도 구름도 예뻐~

어라~ 벌써 일출이... 그건 아니고, 여기가 영일대해수욕장이라는 의미의 조형물이지 싶다. 포항 일출하면 호미곶을 더 많이 알고 있지만, 영일대해수욕장 일출도 못지 않다고 한다. 암튼 조형물처럼 아름다운 일출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색감은 정말 예술이야~

서울과 달리 비수도권은 거리두기가 1단계이다보니, 영업제한이 없다. 지극히 익숙하고 당연한 모습인데, 왜이리도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해안가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건너편 술집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려나오고, 옛 모습 아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현재 시간 4시 40분. 일출까지 앞으로 25분 남았다.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세수도 하지 않고 마스크 착용하고 카메라만 딸랑 들고 나왔는데, 사람이 겁나 많다. 새벽부터 선글라스는 아니겠지 했는데, 쓰고 나왔어야 한다. 아님 고양이 세수라고 했어야 했다. 

 

포스코가 맞겠지!

동그란 해 조형물에서 영일대 해상누각까지 또 20여분을 걸어야 한다. 숙소에서 영일대해수욕장까지 그리 멀지 않다고 했는데, 왠열~ 겁나 멀다. 덕분에 일출과 새벽운동을 동시에 했다.

 

산 너머에 붉은 기운이 가득차 보일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바닷가 일출이라면 당연히 빨간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일출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영일교를 지나 전국 유일의 해상누각인 영일대로 가는 중이다. 여기는 포항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일대해수욕장은 12만3천평의 백사장으로 동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수욕장이다. 

 

영일대(迎日臺)

이상하다. 일출을 찍으러 나온 분이 꽤 있는데, 죄다 바다를 보고 있지 않고 산을 보고 있다. 이때 들려온 누군가의 말소리, "여름 일출은 바다가 아니라 산 위로 태양이 올라와요."

 

그러니 이렇게 바다를 보고 있으면 허탕이란 소리다. 바다에 왔는데 일출 장소가 산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현재시간 5시 11분. 일출 시간에서 6분이 지났다. 앞뒤로 10분 정도를 기다려줘야 하니 투정부리지 않고 가만히 서서 계속 한 곳만 바라본다.

 

화내지 않고 기다리는 중~
10분이 지났다!
11분이 지났고!

12분이 지났다. 슬슬 짜증이 와야 하는데, 짜증대신 배에서 급 신호가 왔다. 새벽부터 운동을 거하게 했더니 장이 미친듯이 활동을 했나보다. 정말 중요한 순간인데, 장은 일출보다는 배설이 더 시급하다고 알리고 있다. 

 

제발 지금은 아니라고 좀만 더 참아 달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계속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햇님은 오지도 않고 연신 군불만 피우고 있다. 그나마 하늘과 구름이 예뻐서 참았지 아니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을 거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저기에 딱 걸린 거 같은데,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사람 애간장만 녹이고 있다. 

 

17분이 지났다. 참을만큼 참았다. 이제는 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영일대 옆으로 해가 뜨는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친구 곁으로 다가가, 카메라를 맡겼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에 가기 전까지 잘 버텨달라고 장에게 빌면서 걸어갔다.

 

내가 떠나고, 본격적인 일출이 시작됐다.

 

10, 9, 8, 7, 6,
5, 4, 3, 2,

그리고 1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정상이다. 왜냐하면 일출이 일출다워야 하는데 빨갛고 동그란 햇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이 너무 밝기도 했지만, 자체발광을 하고 있는 태양을 DSLR이 아닌 하이엔드 카메라로 담으려고 하니 빛번짐땜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다. 일출을 찍겠다고 미리 예상을 했더라면 장비를 더 챙겨오는 건데, 누굴 탓할 수도 없고 그저 놓친 새벽잠이 아쉬울 뿐이다.

 

지랄 아니 자체발광은 그만~

이렇게 아쉽고 아름다운 여름 일출은 끝이 났다. 예상은 했지만, 일출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게 아닌가 보다. 여명까지는 참 좋았는데, 일출은 장비 부족으로 아쉽다. 

 

그나마 제대로 나온 일출 사진이다. 급한 볼일을 마치고, 맑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나왔더니 어느새 태양은 저만큼 올라와 있었다. 갖고 있는게 아이폰이라서 대충 담았는데, 이게 베스트 컷이 될지 몰랐다. 그럼 장비빨이 아닌 것인가? 이 한장의 사진으로 영일대해수욕장 일출을 마무리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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