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투어 6탄 충남 예산 예산사과와인
와인은 당연히 포도인 줄 알았는데, 사과로도 와인이 가능하다. 화이트일까? 레드일까? 궁금했는데, 결과는 달달한 아이스바인이다. 와인 = 포도였는데, 아무래도 공식을 깨야겠다. 사과로도 멋진 와인이 가능하니깐. 양조장투어 6탄은 충남 예산에 있는 예산사과와인이다.
비가 올듯 말듯 날씨는 오락가락이지만, 양조장투어에 대해 나의 집념은 술을 멀리하고 있어도 직진이다. 와인을 즐겨 마시던 시절, 프랑스나 미국 혹은 이탈리아나 호주로 와이너리 투어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관련 자료를 모으면서 꿈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도 와인농장이 있고, 그곳에 가면 와이너리 투어가 가능하다. 예산은 사과만 익숙할 뿐, 예산이란 지역도 예산와인도 이번이 처음이다.
10시쯤 됐을까? 너무 일찍 도착한 듯 싶어, 와이너리 투어를 못하면 어쩌나 했다. 운이 좋았는지 주차장에서 주인장을 딱 만났고, 투어를 하고 싶다고 하니 가능하단다. 짜여진 코스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인장을 따라 우리는 1층에 있는 숙성실로 들어왔다. 다른 양조장이 그러하듯, 여기도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숙성실에 특이하게도 테이블이 있구나 하면서 지나쳤는데, 지금 다시 보니 시음을 하는 테이블이 아닐까 싶다. 팜플렛을 보니, 와이너리 투어 및 시음에서 숙성실 시음이 있다고 나와있다. 우리는 3층에 있는 전시실에서 간단하게 시음을 했는데, 인원이 많거나 체험비용을 낸다면 저기서 시음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오크통이 있는 숙성실까지 거의 모든 곳이 다 오픈되어 있다. 와인은 저온에서 숙성을 해야 하는지, 숙성실 내부가 시원하다 못해 춥다. 오크통을 통째로 구입(?)이 가능한지, 본인 와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인 혹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저 중 하나가 허영만 화백 소유라는 거, 안 비밀이다.
여기는 병압실로 와인을 병에 담는 곳이다. 병입체험 투어가 따로 있던데, 와인이나 브랜디를 직접 병에 담아 1병씩 가져가는 체험이다. 무료 아니고 유료다. 해보고 싶지만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와인을 구입할 거라서 하지 않았다.
둘은 차이점이라면, 감압식은 대량으로 술을 만들고자 할때 하는 증류기법이고, 상압식은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을 해야할때 사용하는 증류기법이라고 한다. 증류 방법에 따라 술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거, 이번에 처음 알았다. 탁주나 약주, 와인이 기초과정이라면, 증류주는 심화과정이 아닐까 싶다.
3층 전시실이다. 술만큼 아니 술보다 상패가 훨씬 많다. 장려상, 금상같은 상은 하나도 없고, 죄다 대상뿐이다. 아~ 이래서 주인장 어깨가 높아보였구나 싶다.
양조장에 갈때에는 항상 찾아가는 양조장 여권(?)을 챙긴다. 왜냐하면 스탬프를 받아야 하니깐.
사과농장이 어디에 있을까 했는데, 전시실 뒤로 쫙 펼쳐져 있다. 약 6,000평이며, 연 생산략은 60톤, 연간 20t의 와인을 생산한단다.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라서 붉은 사과가 아니라 푸른 사과뿐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지만, 지금은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안된단다. 사람을 통해 유해한 무언가가 사과를 아프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멍멍이는 가능, 사람은 불가능이다.
브랜드가 추사인 이유는 예산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이고, 사과는 대표적인 가을 과일이기 때문이다.
추사 애플와인은 물과 아코올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한달 간의 저온 발효와 1년간 숙성을 거쳐 사과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과실주다. 알콜은 12%이지만 어른들의 위한 애플주스같다. 아이스와인이라서 시원하게 마시는 게 좋은데, 바로 마시는 것보다는 디캔팅을 하면 더 좋다고 한다.
아이스와인처럼 입에 닿자마자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포도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던 향긋한 사과향과 상큼한 산미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사과 조각인 줄 알았는데, 금가루란다. 애플와인이 더 고급져 보인다. 2012년과 2015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추사 블루스위트는 포도가 아니라 블루베리로 만든 과실주다. 알콜은 11%인데, 애플와인처럼 아니 그보다 좀 더 단맛이 진하다고 해야 할까나. 알콜은 있지만, 얼음을 넣어서 주스처럼 마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 풀바디 레드 와인을 좋아하지만, 가볍게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다.
추사백25와 40은 애플와인을 증류한 사과증류주다. 와인에 비해 단맛은 약해지고, 알콜은 강해졌다. 저온 감압 증류로 인해 부드럽고 목넘김이 깔끔하다.
애플와인 다음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추사40이다. 추사백25와 40처럼 증류에서 끝나지 않고, 오크통 숙성을 거친 사과증류주다. 와인을 증류한 술을 꼬냑이라고 하는데, 때깔만 보면 딱 꼬냑이다. 아니다. 꼬냑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향은 훨씬 좋다. 역시나 2019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저 오크통 숙성을 한번 더 했을 뿐인데, 향도 맛도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 그저 놀랍다. 애플와인과 달리, 추사40은 실온에 두고 마셔야 향을 더 느낄 수 있다.
추사40이 가장 끌렸지만, 알콜 40%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예산사과와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추사애플와인(20,000원)을 구입했다. 지금과 달리 가을(11월)에 오면 축제도 볼 수 있고, 사과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야할 양조장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여기는 가을쯤 한번 더 오고 싶다.
멀리서 봤을때는 그저 검은 물체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블루베리다. 사과농장도 엄청나더니, 블루베리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사과로 유명한 고장답게, 여기도 저기도 온통 사과밭이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에 가까이 가지 않고, 도로 옆에 있는 사과밭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내리지 않고, 차에 앉아서 카메라를 줌으로 당기고 당겨서 맛나게 익어가고 있는 사과를 담는데 성공. '우리 가을에 다시 만나자.'
추사 애플와인은 달달하니 과일샐러드, 생크림 케익, 애플파이랑 같이 먹으면 당연히 좋을거다. 좋은 날 마시려고 보관 중인데, 맛난 생크림 케이크를 누가 사준다면, 그날 함께 같이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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