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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병산서원

더운 여름에는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야 하지만,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1인이라 내륙으로 떠났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더위와 함께했다. 미치도록 더웠는데, 미치도록 행복했다. 왜냐면 원없이 배롱나무꽃을 봤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을 가다.

 

지평선도 아니고, 수평선도 아니고 산등성이가 끝없이 이어진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인 듯 아침부터 햇빛은 겁나 쨍쨍이다. 안동하면 하회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안동의 8월은 병산서원이다. 왜냐하면 폭염을 이길만큼 엄청난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병산서원에 가려면 먼저 (임시)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하고, 300미터를 걸어가야 한다.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병산서원을 다녀온 후 찜질방으로 변해버린 차를 만나게 된다. 참, 서원 안에는 따로 화장실이 없으니,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병산서원으로 걸어가는 중,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어 개천인 줄 알았는데, 지도검색을 하니 낙동강이라고 나온다. 강이 있다고는 하나 졸졸 흐르고 있어 시원한 강바람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나, 코시국이니 임시주차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명부 작성과 온도 체크는 꼭 해야 한다. 

 

절경만큼 더위도 끝내준다~

두둥~ 파란 하늘과 초록 산만 계속 보이더니, 병산서원에 다다르니 더위를 잊을만한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기대감에 두근두근 떨려온다. 여기에 파란 하늘까지 병산서원에 오길 정말 정말 잘했다.

 

어쩜~ 와우~ 감탄사 연발 중이다. 서원은 조선 시대의 유학 교육기관으로, 지방에서 유학 교육을 통해 지식인을 양성했던 곳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나무 중에서 왜 배롱나무일까?

배롱나무는 껍질없이 매끈한 몸매를 하고 있는 모습이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하다고 해 서원이나 정자 옆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생장속도가 늦어 보존된 군락이 흔치 않다고 하던데, 병산서원은 군락이라 할 정도로 배롱나무가 엄청 많다. 

 

병사서원의 배롱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류성룡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병산서원에 후손 류진의 사당인 존덕사를 건립하면서 1613년경에 심은 나무들이라고 전해진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 경북 경주 옥산서원, 대구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그리고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역사 지식은 여기까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구글링을 추천드립니다.)

 

복례문, 문 앞에도~
담장 너머에도 배롱나무꽃이 활짝~

마치 좌청룡 우백호인 듯, 배롱나무가 만대루를 호위하고 있다. 

만대루는 휴식과 강학을 하는 공간으로 서원에서 향사를 지내거나 행사를 할 때 개회와 폐회를 알리는 곳이다. 만대루는 목재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장식과 기교도 없이 꼭 필요한 요소만을 갖추고 건축했다고 한다. 자연친화적인 건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서원 속의 정원 광영지!

하늘만 보다가, 널 놓칠뻔 했다. 작은 정원이지만,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부용지처럼 둥근 섬도 있고, 하얀 수련까지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광영지를 배경으로 멋진 풍경화를 그려보고 싶지만, 그림에는 소질이 없으니 사진으로 담는다.

 

휘어진 모습 그대로 서있는 기둥!
기둥과 기둥사이 배롱나무꽃!

꼿꼿하지만 소박한 선비의 모습이랄까? 꾸미지 않아도 화려함은 없어도 기풍있고 당당함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날이 더워서 공부하기 힘들텐데, 주변 풍경이 이리도 좋으니 떙땡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예전에는 만대루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안전점검으로 인해 출입이 안된다. 

 

서원은 성리학을 연구하며 인재를 교육하는 강당이 있는 강학공간과 존경하는 스승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올리는 사당이 있는 제향공간 그리고 유생들이 시를 짓고 토론도 벌이며 휴식하고 교류하는 유식공간으로 구성된다.

 

입교당은 강학 영역 공간!

그당시 유생이었다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바깥 풍경에 넋이 빠져 멍만 때렸을 거다. 붓은 붓인데 학문보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었을 듯 싶다. 왜냐하면 조선시대에는 카메라가 없으니깐.

 

입교당에서 바라본 만재루와 유생들의 기숙사 동재와 서재

별다른 수정없이 리사이즈와 밝기를 조정하는데, 이번에는 크기만 줄이고 그 어떠한 후보정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원본이 좋은데 굳이 손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내삼문 옆에 있는 배롱나무는 수령이 380년이나 됐다고 한다. 사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꽃만 감상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제수를 장만해 두는 전사청 입구에도 꽃이 활짝~

배롱나무는 떠나간 이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선현을 모시는 서원에 안성맞춤인 나무다. 그리고 류성룡이 특히 배롱나무를 좋아했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나목(잎이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나무)으로 인식되어 여인이 머무는 안채 마당에는 심지 않았지만, 사내들에게는 속을 숨기지 않는 강직한 선비 정신을 의미했다. 그래서 서원과 사랑채에 주로 심었나 보다. 

 

입교당 뒤에서 바라본 만대루!
책판 및 유물을 보관하는 장판각!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꽃은 생명력이 길다. 배롱나무꽃도 100일 동안 꽃이 피고지고를 반복해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너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안동까지 왔다네~

미치도록 덥지만, 미치도록 아름다운 자태에 아니 빠질 수가 없다. 한여름 바다나 계곡이 아니라 내륙에 온 이유, 두번은 힘들지만 한번은 와볼만하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야 정상인데 비처럼 흐르는 땀은 그리 반갑지 않다. '이게 다 너때문이야~'

 

양산, 모자, 색안경은 필수!

눈 덮인 병산서원도 꽤나 멋지던데, 여름은 이번 한번으로 매우 만족하니, 다음에는 겨울을 노려야겠다. 비교체험 극과극은 아니지만, 가장 더울때와 가장 추울때 방문을 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8월, 절경을 찾아 떠나고 싶다면 안동으로 특히 병산서원을 강력 추천합니다. 혼자만 더위 먹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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