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
노들섬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으로, 여름에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한강의 놀이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재생을 만나 자연이 흐르고 그 옆으로 음악과 책이 뛰노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한강대교를 지날때 오~ 많이 변했구나 하면서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노들섬이 종착지다.
밤섬처럼 노들섬도 사람이 갈 수 없는 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60년대 피서지였던 노들섬은 유원지, 오페라하우스, 한강예술섬 등 여러 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무산됐고 반세기 동안 도시의 외딴섬으로 잊혀져왔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자연생태 숲과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 공존하는 한강 음악섬이 됐다.
한강대교에서 용산쪽을 바라보고 다리를 건넌다. 서울로7017처럼 발 아래로 자동차가 지나가고 출렁다리도 아닌데 겁은 많아서 무섭다. 다리를 지나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라이브하우스다. 한강 음악섬이라더니, 한강 위 유일한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456석의 규모로 콘서트에 최적화된 음향, 조명, 악기 시설과 리허설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는데, 공연이 없는지 공연장 문은 꽉 닫혀있다. 다음에 올때는 공연이 있는지 없는지 먼저 확인부터 해야겠다.
공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 여기에 있다. 1층같지만 2층이고, 사진은 3층에서 담았다. 그나저나 너무 일찍 왔나보다. 복잡함이 싫어 사람이 없을때 왔는데 없어도 너무 없다.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여기만 유독 많다. 드라마 촬영인가 했는데 영화 촬영이란다. 건너편 건물이고 거리가 있으니 상관없겠구나 했다. 그런데 카메라에 내가 잡혔나 보다. 누군가가 계단을 막 올라오더니 죄송하지만 영화촬영 중이라서 자리를 피해달란다. 싫다고 하려다 알았다고 하면서 2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어떤 영화 장르라고 물어보니, 공포물이란다. 어떤 장면을 촬영 중일까 무지 궁금하지만, 장르가 공포물이라서 굳이 찾아볼 맘은 없다.
지하 아니고 1층이다. 자연생태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곳곳에 싱그러움이 가득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곳은 식물도로 가장 먼저 가려고 했는데, 일찍 왔다고 해도 이렇게나 사람이 없을까 싶을 정도로 겁나 한산하다. 알고보니 원래 영업시간은 11시인데, 코로나19로 인해 12시에 문을 연단다. 현재 시간 10시 30분,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할까나?
노들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은 12시가 오픈이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일찍 문을 연다. 아까 영화 촬영을 하던 건물 1층에 바캉스 온 아일랜드라는 카페가 있다. 뭔가 어수선한데 해외에 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 간접체험도 좋지만, 지금은 매우 몹시 직접체험을 하고 싶다.
카푸치노를 마시면 1차로 멍 때리는 중이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솔솔 잠도 오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했는데 살짝 졸고 일어나니 어느새 12시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들섬 내에 있는 공간을 이용할때는 손소독에 QR코드 작성 그리고 체온측정까지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들어갈때마다 체크를 해야 하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엄청 귀찮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놀이공원에 갔을때 받았던 손목밴드를 준다. 없으면 매번 체크를 해야 하지만, 있으면 한번만 하면 된다.
식물도는 그린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들어가는 체험형 식물문화공간이다. 다양한 식물전시를 하고 있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식물상담 프로그램,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가드닝 수업, 나만의 정원 가꾸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별그램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볼까나.
뮤직라운지 류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와 음악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독특한 색의 조명과 가구, 전자 장비들로 꾸며져 있다. 분위기가 참 묘하다 싶었는데 조명때문인지 낮부터 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눔의 미친 촉은 틀린 적이 없다. 진짜로 낮술이 가능한 곳이다. 복순도가 전통주 시리즈로 손막걸리와 탁주, 약주 그리고 소주도 있다. 금주만 아니면 한잔했을텐데 이제는 그림의 떡이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는데 아쉽고 아쉽다.
노들서가는 책을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 전시형 서점이다. 15개 독립책방과 출판사가 계절별로 직접 큐레이팅한 서가를 선보인다. 계절에 따라 다른 주제의 큐레이션 도서를 만날 수 있다. 보다 편한 마음으로 책과의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모든 큐레이션 도서마다 한 권씩 열람용 도서가 있으니 맘껏 책읽기에 빠져도 된다.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 눈에 딱 꽂힌 건, 작은 타자기 한대다. 예전부터 갖고 싶어서 더 그랬나 싶다. 키보드 소리는 거슬리지만, 타자기 소리는 정겹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다.
노들서가는 서점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우선 책보다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거나 책이 주는 영감을 토대로 자신만의 글을 작성하거나, 이를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 완성된 한 장 책은 직접 가져가도 되지만, 노들서가에 진열도 가능하다.
노들서가 2층은 집필실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도서 열람은 물론, 독서 토론과 필사 등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1층과 달리 계절이 흐른 뒤 남겨진 지난 계절의 책을 볼 수 있다. 여자는 울지 않는다,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골랐는데 희곡집이다.
집필실답게 글쓰기 좋은 분위기인데 이상하게도 글보다는 자꾸 멍을 때리게 된다. 은은한 조명이 있는 테이블에서 책을 읽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딱딱한 나무로 만든 의자가 더 맘에 들었다. 나무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앞을 바라본다. 커다란 통유리 너머 푸르름이 느껴진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만 있고 싶다.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멍만 때리다 나왔다.
노들섬이 이렇게 좋아진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왔을거다.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제는 노들섬으로 자주 놀러가야겠다. 특히 멍때리고 싶을때면 더더욱 노들섬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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