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놀이터 &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
전망이 끝내주는 곳은 역시나 높다. 그나마 오르막이 좋지, 끝도 없이 이어진 계단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가는 길은 험하고 힘들었지만 도착을 하고 나니 서울 도심뷰가 한눈에 펼쳐진다. 고생에 대한 보람이랄까나. 전망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와 산마루 놀이터다.
전망대이니 당연히 높은 곳에 있을거라 예상은 했다. 그런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종묘역에서 내렸다.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까지 약 1km 남았다고 나온다. 도보 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1킬로 정도 쯤이야 하면서 걷기 시작했는데, 아뿔사 평탄한 길은 잠시뿐, 곧바로 암벽등반과도 같은 험준한 오르막이 나온다. 4족보행은 아니지만 엉금엉금 기어서 암벽을 지나니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이어진다.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 싶어 돌아가려고 하니, 좀전에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지금까지 한 고생이 아깝기도 하고 내리막은 더 싫기에 앞으로 나아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마지막 계단을 밟으니 조금은 평탄한 오르막이 나온다. 전망대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지만, 그 전에 놀이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사진 찍기 엄청 좋아하는 1인이 동묘역에서 산마루놀이터까지 사진을 단 한장도 찍지 못했다. 카메라조차 꺼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산마루란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이다. 이런 곳에 놀이터가 있다? 아무래도 아파트에서 보던 놀이터와는 많이 다르겠지 했다. 역시나 도착을 하니, 다름이 팍팍 느껴진다. 우선 산마루 놀이터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역 누리공간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놀이터다. 기존의 획일화된 놀이터에서 탈피, 봉제산업의 메카인 창신동의 지역적 의미를 되살린 골무모양의 건축물이 있는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인 놀이공간이라고 한다.
아이들 전용 공간이니 어른이는 입구에서 잠시 바라만 봤다. 명부를 작성하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지만, 아무도 없으면 모를까? 까르르 까르르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기에 구경은 여기까지만 했다. 잼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카메라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건, 아무래도 에티켓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9m 정글짐이라는데 어른이는 이용할 수 없어서 아쉽다.
이곳은 보물찾기라고 한다. 그 옆으로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도구들까지 아파트에서 보던 놀이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창의적인 놀이공간이라고 하더니, 어릴때 놀던 놀이터와 흡사하다. 라떼는 모래밭에 앉아서, 갈색 돌을 갈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여보 당신하면서 잼나게 놀았었는데... 그때 그시절이 생각난다.
산마루놀이터에서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까지는 약 400미터 될까나. 평탄한 길이지만 오르막이다보니 역시나 속도가 더디다. 굳이 빨리 갈 필요가 없기에, 여전히 서늘하지만 봄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느리게 천천히 가고 있다.
전망대라고 해서 탑처럼 생긴 기다란 건물일 줄 알았는데 살짝 생뚱맞다. 카페가 있다고 하더니, 통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이 카페인 듯 싶다. 저기까지 어떻게 가나 싶은데, 엘리베이터가 있고 건물 뒤로 계단도 있다.
참, 카페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살짝 멀리 떨어져 있으니 카페에 가기 전에 화장실부터 가면 좋겠지만, 열쇠가 카페 안에 있으니 어쨌든 카페부터 가야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이 단축됐다. 원래는 3층 테라스까지 엘리베이터가 운영을 했는데, 지금은 2층까지만 된다. 2층에서 명부를 작성한 후,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3층부터 갔던 사람들이 은근 있었나 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엘리베이터를 타면 1, 2층 버튼은 있지만 3층 버튼은 없다. "혹시나 저처럼 당황할까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백년 전 이곳은 경성부 직영 채석장(건축이나 토목, 비석, 조각 따위에 쓰일 돌을 떠내는 곳)으로 서울역, 시청, 구조선총독부, 한국은행 등의 근대 서울의 기반이 되는 건축물의 재료가 여기나 나왔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청소차량차고지, 무허가주택, 경찰기동대 등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잊혀졌지만,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로 인해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창신숭인은 도심 속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동대문패션시장을 떠받치는 봉제산업의 핵심적인 생산기지였다. 2007년 서울시의 마지막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마을이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선택으로 2003년 뉴타운 지구 전체가 해제된 첫번째 마을이 됐다고 한다. 뉴타운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거,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 그분은 알까나 모르겠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상을 줘야 한다. 따끈한 밀크티를 마시면 잠시 쉬기로 했다. 나무에 걸린 연도 보고, 통유리 밖 도심뷰도 실컷 보면서 마지막 목적지 전망대로 가기 위해 잠시 충전 중이다.
참, 전국 최초 도시재생사업은 바로 여기, 창신숭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있는 동안 주택의 개량과 신축,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반시설의 정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웃 공동체도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도시재생선도시업 공모를 신청했고, 마을을 지켜낸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여 2014년 5월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됐고,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키오스크 옆에 있는 문으로 나가면 3층 테라스로 갈 수 있는 원형 철제계단이 나온다.
서울의 봄은 늘 그러하듯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파란 하늘이라면 더 좋았을테지만, 흐린 하늘임에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남산도 보이고, 오션뷰와 다른 서울 도심뷰다.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에서 바라본 돌산 아니면 또다른 채석장인가? 휑한 모습이 안쓰럽다.
동대문에서 낙산공원으로 가는 성곽길이다. 확실히 높은 곳에 있으니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고생을 해서 그런지 더 보람차다. 그런데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좀 더 쉽게 내려갈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있다. 사실 처음부터 쉽게 올 수 있었는데, 험준한 길을 선택한 나의 실수다.
왜냐하면 동묘역 혹은 창신역, 종로5가에서 창인숭인 채석장전망대까지 오는 마을버스(종로03번)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도앱은 마을버스를 알려주지 않고 동묘역에서 버스도 오지 못하는 길을 알려준 것일까? 아마도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었나 보다. 빠른 길도 좋지만, 오르막일때는 멀어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면 좋겠다. 암튼 힘들게 왔지만 내려갈때는 쉽게 갈 수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너무 힘들게 왔기에 두번 다시 오지 말아야지 했는데,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자 이내 맘이 바꿨다. 역시 푸른하늘이 정답이다. 이런 전경을 만날 수 있다면, 좋은 날 다시 한번 와야겠다. 그때는 힘들게 걷지 않고 무조건 마을버스를 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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