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히말라야어죽
도화동에 있는 히말라야어죽은 이제는 단골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자주 갔는데, 주로 혼밥을 하느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메뉴가 있었다. 둘이 오면 가야지 하고 맘 먹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보글보글 소리를 따라 가다보면 때깔 좋은 붕장어가 있고, 그 옆으로 잘 익은 파김치가 친구하자고 자꾸만 따라온다. 파김치와 붕장어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아나고전골이다.
입구 사진은 다 먹고 나올때 찍은 거라 어둑어둑해졌지만, 도착했을때는 해질녁 무렵이라 아직은 햇살이 남아 있다. 히말라야어죽이라는 이름과 달리, 여기는 충청도 토속음식을 주로 하는 식당이다. 어죽과 집밥같은 백반이 인기 메뉴지만, 이번에는 그토록 바라던 붕장어전골을 먹으러 왔다.
메뉴판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주문부터 한다. "여기 붕장어전골(아나고전골, 50,000원) 소 주세요." 지난번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때, 혼자서도 전골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주인장 왈, 가능하지만 맛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둘이 왔어요.
맛깔나지만 짜지 않은 기본찬, 그리고 김과 초생강, 마늘과 쌈장은 전골용으로 따로 나왔다. 반찬만으로도 파랑이 한두잔 정도는 거뜬히 마실 수 있지만, 기다린다. 무엇을~ 당연히 붕장어전골을..
오동통한 붕장어에 잘 익은 파김치가 한가득 들어있다. 보글보글~ 전골이 맛나게 익어가는 소리다. 먹기 전이지만, 비주얼과 냄새 그리고 소리만으로도 아주 좋을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빨빨빨~빨간맛 국물이지만, 매운맛은 거의 없고 담백하고 깔끔하다. 장어뼈로 육수를 만들었을테니, 깊은 맛도 있다. 여기에 파김치의 은은한 향이 퍼지면서 보기만해도 힘이 불끈 날 거 같은 커다란 붕장어도 들어있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보니, 쌈을 싸서 먹으란다. 상추와 깻잎을 깔고, 붕장어와 파김치를 올린다. 그리고 장어 먹을때 항상 나오는 (초)생강에 마늘까지 추가한다. 붕장어가 워낙 두툼해서 쌈을 작게 만들었는데도 한입 가득 크기가 됐다. 한번에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용물이 딱딱하지 않으니 입을 크게 벌리고 다 넣어본다. 걱정과 달리 쏘옥~ 잘 들어간다. 기름진 장어의 맛을 파김치가 잡아주고, 여기에 마늘과 생강이 또 도와준다.
원래는 쌈에 생김도 넣으라고 했는데, 전골의 열기때문인지 김에서 살짝 비린내가 올라온다. 그래서 한번만 먹고, 아쉽지만 생김은 쌈에 추가하지 않았다. 장어는 주로 소금 또는 양념구이로만 먹어봤다. 전골이라고 해서, 혹시나 비릿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일절없다. 그저 담백하고 고소할 뿐이다. 여기에 잘 익은 파김치는 조연이 아니라 붕장어전골을 더 밫나게 만들어 주는 또다른 주연이다.
처음부터 쌈으로 먹었는데, 문득 본연의 맛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사실 마늘에 생강을 올려서 쌈으로 먹으니 비린내를 느끼지 못한거지, 붕장어만 먹으면 비린맛이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했는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장어만 먹어도 절대 비리지 않고 담백 고소하다. 여기에 밥을 더하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건더기에 빠져서 국물을 너무 괄시했다. 어찌보면 장어의 영양분은 국물에 들어 있는데, 모른척 할 수가 없다. 공깃밥도 추가했으니, 밥을 말아서 먹는다. 역시 이 국물에는 탄수화물이 정답이다. 포만감은 벌써 찾아왔고, 이제부터는 과식이다.
밥도 좋았는데, 혹시 국수도... 메뉴판에 사리가 없지만, 직원에게 살짝 물어봤다. 국수사리가 있다는 반가운 대답에 바로 추가 주문을 했다. 국수를 먹어야 하니 육수 추가를 한다. 미리 삶아서 나온 국수라 살짝만 끓이면 된다. 어죽에 들어있는 국수처럼 쫄깃함은 없지만, 붕장어전골에는 살짝 풀어진 듯한 국수가 더 어울린다. 보양식으로 장어구이를 많이 먹는데, 앞으로는 구이 말고 전골을 먹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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