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안동장 서울미래유산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굴 시즌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 있다. 안동장의 굴짬뽕을 시작으로 올해도 미친듯이 굴을 탐닉할 거 같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식당에, 굴짬뽕을 처음 시작한 안동장,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됐다.
SINCE 1948.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식당으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은 경북에 있는 그 안동이 아니라, 중국 산둥성에 있는 지명이다. 전쟁을 피해 중국에서 인천으로 건너 온 창업주가 화교가 운영하던 중식당에서 기술을 익혀 지금의 피카디리 극장 근처에서 개업을 했다고 한다. 1950년대 종로 일대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지금의 을지로로 이전했다.
역사가 맛을 만드는 서울미래유산, 굴짬뽕을 처음 시작한 안동장에서 당연히 굴짬뽕을 먹는다.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식당의 공통점이라면, 어르신 손님이 많다는 거다. 이번에도 역시나 젊은 친구보다는 멋진 모자를 쓰고 녹색이 한잔에 굴짬뽕을 음미하는 오래된 단골들이 많이 보인다. 그나저나 혼밥이기도 하고, 올때마다 굴짬뽕을 먹었기에 다른 메뉴를 주문한 적이 없다. 군만두에 멘보샤도 유명하다는데, 위를 위대하게 만들거나 누군가와 함께 와서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다.
굴의 시즌이 돌아왔으니, 주문은 늘 그러하듯 4년째 동일하다. "하얀 굴짬뽕(9,500원) 주세요." 매운 굴짬뽕이 궁금하긴 하나, 굴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하얀 굴짬뽕이다.
기본찬으로 깍두기가 나오지만, 먹지 않기에 다시 갖고 가라고 했다. 테이블에 놓는 순간 먹지 않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담백한 굴짬뽕에는 양념이 강한 깍두기보다는 단무지와 양파만 있으면 충분하다.
매일매일 먹는다면 질리겠지만, 연중행사처럼 일년에 두어번 먹다보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작년에 비해 양이 좀 많아진 느낌이랄까? 내용물도 더 풍부해진 거 같다.
제철 굴답게 탱글탱글하니 참 잘 생겼다(?). 일년내내 굴을 먹을 수 있지만, 생굴의 참맛은 제철에 먹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저 생김새만 봤을뿐인데, 어느새 입안 가득 침이 꽉 찼다. 하나 정도 후다닥 먹어도 되지만, 사람 아니 사진이 먼저다.
4년째 왔으니 먹지 않아도 어떤 맛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짬뽕을 대할때면 늘 설렌다. 이렇게 좋은 굴을 어릴때는 왜 그리도 싫어했는지, 변해버린 입맛이 너무나도 고맙다. 굴에 비해 양은 적지만 돼지고기도 조금 들어 있고, 죽순에 배추 그리고 양파 등 채소는 많이 들어있다.
면대신 밥이어도 좋을 거 같은데, 아쉽게도 안동장에는 굴짬뽕밥은 없다. 어차피 짬뽕은 밥보다는 면이니깐.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마구마구 혼낼 줄 생각이다.
빨간짬뽕이든, 하얀짬뽕이든 국물이 있는 중국음식에 식초는 무조건이다.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깔끔한 뒷맛이다. 과하게 넣으면 산라탕처럼 신맛이 강하지만, 적당히 넣으면 목넘김이 깔끔하니 좋다. 굴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으면, 고작 국물만 먹었을 뿐인데 굴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진다.
숟가락이 컸으면 더 많이 올려서 먹음직스럽게 찍을 수 있는데, 밥에 비해 면은 특유의 특성땜에 사진 찍기가 은근 어렵다. 흘러내리고 또 흘러내리고 몇번의 실패 끝에 나름 성공작. 떨사가 아닌지 바로 확인 후 드뎌 먹는다. 굴라면도 좋아하지만, 역시 굴짬뽕이 최고다. 특히 안동장의 굴짬뽕은 언제나 베스트다. 이러니 굴 시즌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찾게 된다.
굴과 함께 먹어도 좋고, 죽순에 고기와 함께 먹어도 좋고, 어떻게 먹어도 그저 다 좋기만 하다. 제철이 오기를 기다린 보람이 있다.
국물보다는 건더기에 집중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살국마가 나타났나 보다. 끝까지 조화롭게 먹어야 하니 숟가락은 잠시 내려놓고, 젓가락만 들어야겠다. 냉면 육수추가처럼 짬뽕국물 추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굴짬뽕이라고 하고 고명처럼 굴이 들어 있는 굴짬뽕이 있겠지만, 안동장의 굴짬뽕은 반대다. 하나같이 탱글탱글한 굴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완뽕은 굴짬뽕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2020년 굴시즌이 돌아왔으니, 다양한 굴요리를 미친듯이 먹으러 다녀야겠다. 안동장은 앞으로 두어번 더 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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