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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에머이

언제나 쌀국수를 먹을때 숙주나물은 기본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른지 전혀 몰랐다. 하노이 쌀국수에는 숙주나물이 없다. 그럼 그동안 먹었던 쌀국수는 호치민 스타일이었나? 숙주나물이 없어 어색하지만, 색다른 맛에 흠뻑 빠지다. 목동에 있는 에머이 목동점이다.

 

가을이 깊어지는지,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춥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호빵을 먹어야 하지만, 문득 따끈하고 담백한 쌀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어느 식당을 가나 쌀국수는 기본 이상을 하니, 검색 따위는 집어치우고 가장 먼저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머이인 줄 알았는데, 에머이란다. 그나저나 다른 계절과 달리, 왜 가을은 깊어진다는 표현을 쓸까? 

 

들어가자마자 QR코드로 명부 작성을 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원래는 테이블이 많았을 거 같은데, 코로나19로 인해 테이블이 널찍하니 떨어져 있다. 2인 테이블답게 세팅은 2인분으로 되어 있지만, 늘 그러하듯 혼밥이다. 

 

분짜에 반쎄오까지 먹고 싶은데 혼밥이어라~

여럿이 왔다면, 분짜에 반쎄오 등 스페셜 라인을 먹었을텐데 쌀국수 하나만 먹어야 하니 아쉽다. 혼밥러를 위해 사이드 라인을 반만 주문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안된단다. 고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양지쌀국수(9,800원)를 주문했다. 차돌은 비계가 많아서 거의 먹지 않는다.

 

그 어떤 패스트푸드점보다 더 빠를 것이다. 쌀국수를 미리 주문할지 알았는지, 거짓말 살짝 보태서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음식이 나왔다. 물론 사진을 찍긴 했지만, 따끈한 보이차를 이제 막 마시려고 하는데 음식이 나왔다. 와우~ 속도 겁나 빠름 인정!

 

기본찬은 단무지와 고추뿐이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슬라이스 마늘피클이라고 해야하나? 향을 맡아보니, 간장이 아니라 식초를 넣어서 만든 우리식 마늘장아찌와 흡사하다.

 

무언가가 더 나와야 할 거 같은데, 직원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물어봤다. "저, 숙주나물은 없나요?" 직원왈, "하노이 쌀국수에는 숙주나물이 없습니다." 순간 살짝 멍~해졌다. 하긴 우리나라도 같은 음식을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데, 베트남이라고 다 똑같을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익숙하던 숙주나물이 없으니 살짝 허전하긴 하다. 더불어 달달하고 매콤한 검고 빨강 소스도 없다.

 

숙주나물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하노이 스타일을 따라야 하니 국물부터 먹는다. 마치 평양냉면의 육수를 뜨겁게 데운 듯, 엄청 담백하다. 끝에 베트남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만, 들척이지 않고 깔끔하다. 기존에 먹었던 쌀국수 국물에 비해서도 훨~씬 깔끔한 맛이다. 숙주나물이 없어 아쉽지만, 국물은 딱 취향저격이다.

 

마치 대패로 썬 듯, 얇은 양지도 푸짐까지는 아니지만 적당히 들어있다. 비계는 없고 오로지 살코기만 있어 퍽퍽할 수 있지만, 워낙 얇아서 퍽퍽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생면 쌀국수!

이건 또 뭐지? 국물은 평양냉면 같더니, 면발은 안동국시같다. 흐느적흐느적 찰기는 하나없고, 뚝뚝 끊어진다. 안동국시를 먹을때 느꼈던 면발과 너무나 흡사하다. 지금까지 먹었던 쌀국수와는 완전 다르다. 하노이 스타일 쌀국수는 부드러운 면발에 순하지만 깊은 국물이 특징인 듯 싶다.

 

고수는 따로 요청해야 함~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서는 고수가 필요하다. 따로 요청을 하니, 작은 접시 가득 가져다 줬다. 고수 킬러다보니, 남기지 않고 다 털어넣는다. 그리고 매콤함도 살짝 추가하기 위해 고추도 넣었다. 

 

역시 쌀국수에는 고수가 정답이다. 아까는 순하고 깔끔하고 담백했는데, 고수로 인해 이제야 베트남 쌀국수다워졌다. 그런데 고추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보다. 쌀국수 한입 먹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다. 조금만 넣어야 하는데, 넘 과했나보다. 재채기를 계속 할 수 없으니, 넣은 고추를 다시 뺴는 중이다. 

 

옆테이블을 보니, 마늘피클을 쌀국수에 넣어서 먹는다. 저렇게 먹는거구나 하면서 따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수향을 마늘이 다 잡아먹을 거 같아서다. 그래서 단무지처럼 반찬으로만 활용했다. 고기에 올려서 먹으니 마늘향이 은은하니 괜찮다. 

 

숙주나물에 쫄깃한 면발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러나 순하고 담백한 국물에 부드러운 면발은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쌀국수가 처음은 아닌데, 마치 처음인 듯 새로운 맛을 알게됐다. 이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어떤 스타일의 쌀국수를 먹을지 그때그때마다 정해야겠다. 다시한번, 하노이 쌀국수에는 숙주나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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