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시루향기 마포역점
계절별미의 유혹, 여름에는 대체적으로 시원한 메뉴가 주를 이룬다. 뜨끈한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시원한 도토리묵밥에 꽂혔다. 둘 중에 하나만 먹으려고 했는데, 결론은 둘 다 먹었다. 왜냐하면 잘못된 유혹에 빠졌으니깐. 용강동에 있는 시루향기 마포역점이다.
간판에서부터 대놓고 콩나물국밥이 메인이라고 하는데, 왜 말을 안듣고 도토리묵밥을 주문했는지, 후회막급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묵밥을 먹을지 정말 몰랐다. 혼밥이니 한산한 시간에 가서, 뜨끈하고 담백하며 시원한 콩나물국밥을 먹으려고 했다.
어차피 뭘 먹을지 정하고 갔는데, 굳이 메뉴판을 봤어야 했나 싶다. 윗줄에 있는 콩나물국밥에서 시선을 멈췄야 했는데,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계절메뉴에 딱 꽂혀버렸다. 도토리묵밥,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셋 다 좋아하는 메뉴인데, 뭘 먹을까나.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묵은 직접 만들지 않는단다. 그럴거라고 예상했지만, 워낙 좋아하는 메뉴라서 머리는 콩나물국밥(7,000원)이라고 하지만, 입은 도토리묵밥(8,000원)을 외쳤다.
중앙은 오징어젓갈, 왼쪽은 어묵볶음과 멸치볶음 그리고 오른쪽은 단무지무침과 배추김치다.
비주얼을 보자마자 잘못 주문했음을 알게 됐다. 메뉴판 속 사진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살얼음 육수만 잔뜩 있고, 내용물은 그닥 보이지 않는다.
묵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묵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만든 도토리묵이라면 더 좋겠지만, 아닌 걸 알고 주문했으니 기대는 1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토리묵은 그나마 양반이고, 문제는 육수다. 많이 먹어본 듯한 시판용 냉면 육수맛이 난다. 차라리 콩나물국밥 육수를 차게 만들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묵사발에서 육수가 이리도 중요한지 지금껏 몰랐다. 묵밥이라 밥은 따로 나왔지만, 육수만 가득일뿐 내용물이 별로 없다.
진짜 냉면을 먹듯, 겨자랑 식초를 넣어서 먹어볼까 했다가 관뒀다. 그리고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묵밥이라 밥이 같이 나오지만, 밥은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애피타이저, 메인은 콩나물국밥이니깐. 육수는 거의 먹지 않고, 묵만 골라서 먹었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나오는 수란, 이거 은근 별미다. 고소한 참기름향이 나는 수란에 국밥 국물을 3~4 숟가락 추가한다. 그리고 잘 섞어서 후루룩 마시듯 먹으면 된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3개 정도는 먹을 자신이 있다.
그래 이맛이다. 잘못된 선택에는 후회와 책임이 따른다. 처음부터 이렇게 먹었어야 했다. 매운맛은 단 1도 없는 순한맛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밥 육수를 차갑게 식혀서 도토리묵밥 육수로 만들면 안될까나. 그럼 시판용 냉면육수 맛보다 백만배 더 좋을 거 같다.
국밥이라서 밥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따로 나와도 될 거 같은데, 시루향기는 밥이 말아져서 나온다. 혹시 토렴을 하는건가? 이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늘 청양고추를 넣어서 칼칼하게 먹는데, 매운맛이 하나도 없는 순한맛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먹으니 진한 국물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 좋다. 국밥만 먹어도 좋고, 오징어젓갈을 올려도 좋고, 단무지와 김치랑 같이 먹어도 좋다.
슴슴하니 담백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슬슬 지루해질 거 같아서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함을 더했다. 고추 추가로 이렇게 맛이 달라질 수 있다니, 후끈후끈 모공이 열리고 땀이 날 거 같다. 그나저나 조절을 했어야 하는데, 청양고추를 넘 많이 넣었다.
조미김으로 매운맛을 잡으며 바닥이 보일때까지 저작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콩나물국밥을 먹을때는 도토리묵밥을 괜히 먹었구나하는 후회가 전혀 들지 않았는데, 계산대 앞에 서니 급 후회가 몰려왔다. 왜 그랬을까? 단일메뉴가 메인인 곳에서는 계절별미같은 위험한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콩나물국밥에 모주를 마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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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향기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을 때면 항상 매운맛으로 주문한다음에 김에 싸먹곤 하는데, 포스팅 보니 갑자기 너무 먹고싶어지네요^^ 특히 해장으로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공감 꾹 누르고 갑니다
이열치열 콩나물국밥 션하게 드셨군요~
순하지만 칼칼함으로 마무리 땀빼며 먹으면 보신한신것 같았겠어요
덥고 더운 날에 입맛도 없으면 먹고 싶어지는데요
덕분에 맛있는 포스팅 읽고갑니다. 고맙습니다.
묵사발과 국밥.. 환상이에요!
두 가지 선택에서 호와 불호를 모두 경험하셨군요
역시 전문점에 가면 딱 그 메뉴를 맛 보아야 하나봐요.
묵밥...포스팅으로만 보아도 안타깝습니다 ㅠ
잘보고갑니다 즐거운 점심시간되세요 불금이네요 ~
어제 한잔해서 그런지 뜨끈한 콩나물국밥이 땡깁니다.
해장하기에 아주 좋겠습니다. 모주도 좋을 것이고요 ..
차가운 묵밥은 처음부터 먹지 않습니다.
자고로 묵밥은 뜨끈하게 먹어야 제맛입니다. ㅎ
시루향기 콩나물 국밥 좋죠 ㅎㅎ 생각날때 가끔 가요 ㅎㅎ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의 콩나물 국밥!
소주 한 잔 한 다음날 아침에 자주 먹곤 했던 기억이..
(소주와 친하게 지내던 때가 벌써 10년도 더 지났네요. 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국밥과 묵사발은 가격이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음 동동 시원한 묵사발은 막걸리와도
잘 어울릴 듯 합니다. ^^
딱 당길때가 있는 콩나물국밥이죠.
저도
흠흠
내일은 콩나물국밥.😂
크 시원해 보이는 도토리묵밥~! 맛있겠다 싶었는데...
도토리묵도 별로 없고 육수 맛도 그저 그랬군요 흑 ㅠㅠ
콩나물국밥 그냥 드시다가 청양고추 넣는 거~!
진짜 두 가지 맛 느낄 수 있어서 넘 좋죠~^^
묵사발에 콩나물은 특이하네요!🤔
맛있어 보입니다.ㅎㅎ
칼칼한 맛을 좋아해요.
한 그릇 먹고 싶으네요
여름철에 묵밥 시원하면서 맛나면서 너무 좋아요.
좋은날되세요.
수란...ㅎ 맛나게 드셨는데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얘기해주신 리뷰 잘보고 가요!
와 같이 나오는 수란 저렇게 먹는 거였나요? ㅎㅎ 저는 콩나물 국밥에 넣어 먹으란 거 인줄 알았는데 ㅎㅎ 도토리묵밥 평을 보니 많이 실망스럽기는 하네요 ㅠㅠ 그런데 까칠양차님 평 보면 정말 요리 평가에 최고이신 거 같아요 ㅎㅎ 어떤 맛인지 상상가요
저도 콩나물 국밥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1인이랍니다! ㅎㅎ
사진만 봐도 맛있음이 뿜뿜 느껴지네요! ^^ 사진으로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저도 다른게 가서 계절별미 되도록이면 시키지 말아야겠어요 .
오징어가 들어있는 콩나물국밥이라
웬지 더 시원하고 맛날 것 같아요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
오맛~도토리 묵밥 좋아하시는 양파님인데
건더기도 별로 없는데다 시판용 육수라니...
저 같으면 여긴 다시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재방문하셨네요
시루향기에서는 콩나물국밥을 먹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