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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밀리의 서재

스릴러 소설의 발단은 사건 및 등장 인물을 소개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살짝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발단을 지나, 전개, 위기, 절정 그리고 결말까지는 심장의 쫄깃함을 느끼면 긴박하게 진행된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 범인을 암시하는 복선은 뭘까? 등등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공개하기 전에 미리 범인을 잡고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을 한다. 그런 맛에 스릴러 소설을 읽는데, 살인번호 55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지만,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합쳐 놓은 거 같다. 왜냐하면 스릴러답게 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한다. 그런데 범인이 한명이 아니라 두명이다. 그 둘 중 진짜 범인의 정체는 후반부에 밝혀지므로 스릴러인 듯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 잔인한 소설이구나 했다. 화재의 해외 소설에 출간이 되자마자 영화화가 확정이 됐다는 기사를 보고, 나름 스릴러 소설 덕후로서 꼭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로구나 했다. 그런데 피가 폭포수처럼 넘쳐나는 장면들이 많을 거 같아 다운로드만 해놓고 읽지 않고 있었다. 며칠을 그냥 보내다, 읽기 버튼을 터치했고 첫페이지를 넘겼다. 스릴러 소설의 특성상 발단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기에 견디며 읽어 나갔다. 사람이 납치됐고, 도망쳐 나오다, 낭떠러지에서 같이 떨어졌다. 피해자는 살인자가 의식이 없는 걸 확인하고, 무장정 달려 경찰서에 도착한다. 

 

"그놈이, 나를, 55번으로 만들려고 했어." 피해자의 이름은 가브리엘 존슨이다. 그를 담당한 경찰의 이름은 챈들러(주인공)다. 가브리엘이 당했던 진술을 들은 후, 피해자 신분이기에 유치장이 아닌 호텔로 그를 데리고 간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그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후, 가브리엘이 범인이라고 말한 남자(그의 이름은 히스)가 차량을 탈취하다 잡혀서 경찰서로 온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히스라고 말하는 순간, 경찰서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된다. 두명의 진술이 너무나 흡사하고,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대체 누가 범인일까? 오호~ 지금껏 읽었던 스릴러 소설과는 느낌적인 느낌이 완전 다르다. 둘 중의 한명은 범인, 한명은 피해자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둘 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때부터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두사람이 있다. 서로 상대방이 자기를 공격했다고 주장한다. 한 명은 가뒀고, 한명은 내보냈다. 누구 말이 맞지? 누구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지? 스스로 걸어들어온 사람, 아니면 산탄총 끄트머리에 떠밀려온 사람? 일단 붙잡아둔 사람부터 심문해봐야 할 테다.(본문중에서)

 

책을 읽으면 저절로 범인이 밝혀지지만, 작가보다 먼저 알아내고 싶다. 줄거리는 스스로 걸어들어온 사람을 피해자, 떠밀려온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듯 싶다. 하지만, 나의 촉은 반전이 있을 거 같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당장 알고 싶지만, 아직은 읽어야 할 페이지가 많으니 작가와 다른 시선을 갖고 독서를 이어나갔다.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용의자가 두명." 용의자에서 혹시 공범이 아닐까? 작가는 또 다른 길로 드루와 드루와하고 있다. 공범은 예상치 못했다. 그 사람을 범인으로 일단 예상하고 있는데, 공범이라면 둘이 경찰을 상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 거다. 그들은 타짜이거나 연기의 달인이라는 건데, 제발 공범이라는 소스는 틀렸길 바래본다.

 

"신체적으로도 정반대인 면이 있었는데, 가브리엘은 키가 크고 갈대처럼 호리호리했고, 히스는 작고 다부진 편이었다. 둘 모두 바깥에서 일하느나 딱 봐도 피부가 그을려 있었다. 둘 다 부모는 없었고 남아 있는 형제자매와도 교류가 없다시피 했다. 히스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가브리엘은 혈육이 모두 사망하는 바람에 그런 거지만, 둘 중 어느 쪽을 주요 용의자로 볼 만한 소지는 불충분했으니 둘 다 용의 선상에 올려야 했다."(본문중에서)

 

갈 길이 바쁜데, 또다른 이야기가 툭 등장했다. 소꼽친구에서 경찰동기가 됐지만 지금은 원수가 된 챈들러와 미치의 과거 이야기다. 자신들이 있는 곳에 사람이 실종됐다. 그의 가족과 용역 그리고 두명의 경찰은 실종된 그를 찾기 위해 오지 수색을 펼친다. 뜬끔없이 왠 과거 이야기가 나올까나 했는데, 이게 엄청난 떡밥인 줄 몰랐다. 과거 속에 현재가 있고, 현재는 과거로부터 시작됐음을 한참 후에 알게 됐다. 

 

초반에 범인이 등장해 주고, 두 명 중 누가 진범인지 진실게임을 하게 되니, 시작부터 심장이 쫄깃하겠구나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속도가 너무 더디다. 구차한 설명도 많고, 초반의 쫄깃함은 사라지고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40% 정도 읽었으니 포기할 수도 없고, 끝까지 읽을 거 같은데 책을 읽을때마다 집중대신 자꾸만 잡생각이 든다. 진짜 잼나는 스릴러 소설은 밤새 읽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일주일에 한권씩은 꼭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담주에 2권을 읽어야 할 듯 싶다.

 

더딘 속도였지만,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느리게 천천히 달려가니 드뎌 범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리고 과거 이야기를 왜 하는지 그 이유도 나오기 시작했다. (스포라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좀 전에 과거이야기가 엄청난 떡밥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소설 제목이 진짜 떡밥이다. 살인번호 55가 갖고 있는 의미를 찾으면 된다. 우리는 숫자를 일, 이, 삼, 사 이렇게 읽기도 하고,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이렇게 읽기도 한다.(역시나 스포라서 숫자 떡밥은 여기까지)

 

원작보다 나은 영화는 없다지만, 이번에는 영화가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났는데, 영화는 책과 다른 화끈한 결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껏 읽었던 스릴러 소설 중 가장 오래 읽은,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다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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