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극장을 못가니, iptv 지난 영화를 보게 된다. 원작부터 읽은 다음에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기간 무료에 덜컥 바로가기를 눌러버렸다. 영화 얘기 전에, 사춘기 무렵일 싶다. 명작이라고 해서 읽었던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은 어린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귀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남편의 바람기에 망나니같은 아들까지 그녀의 일생은 결혼 지옥으로 변했다. 성인이 되어 책을 읽었더라면 객관적으로 판단을 했을텐데, 그때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난 후,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의 일생에서 결혼은 걸림돌이로구나.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테지만, 김지영은 그저 한 인간이 아니라 지금 이시대를 살고 있는 다수의 김지영이기 때문이다. 이름만 다를뿐, 우리는 모두 김지영이 될 수 있다.

 

"아기 낳으면 나는 많이 변할 거 같은데, 오빠는 변하는게 뭐야?"

"나야, 일찍 들어와야 하고, 술도 못 먹고, 친구도 못 만나고..."

출산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이를 제대로 보여준 대사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도 회사 팀장처럼 일을 잘한 자신이 있는 지영이지만, 아이를 낳고 난 후 전업주부가 된다. 엄마도 여자인데, 여자와 엄마를 다르게 본다. 엄마 = 희생. 같은 여자이면서도 시월드와 친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유아휴직을 급구 반대하는 시어머니, 명절날 딸은 쉬라고 하면서 며느리에게 일을 시킨다. 이를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 사회가 참 거시기(?, 욕 나올 거 같아서)하다.

 

가끔 우울하고, 해질녘에 가슴이 쿵하기도 하고, 본인이 아픈 줄 모른다. 출산 후 기억이 깜박깜박한다고 하니, 그런 줄 안다. 결혼을 하기 전, 아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일도 잘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그녀의 인생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청 대단하지만, 자신은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 된 거 같을 거다. 공통의 관심사가 없으니, 회사 동료를 만나도 얘기는 겉돌기만 하고, 다시 일을 할 마음을 먹지만 육아라는 엄청난 벽 앞에 무너진다. 영화를 보면서 김지영에 몰입이 되는 건, 나 또한 여자이며 그녀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공유? 요건 생각을 좀 많이 해봐야 할 듯 싶다. 영화 속 남편은 공유이지만, 현실 속 남편은 음... 확실히 공유는 아니다. 그녀의 아픔을 먼저 알게 된 남편, 아내 몰래 정신과 상담을 먼저 받는다. 그리고 곁에서 와이프 몰래 그녀의 병을 고치러 노력하지만, 결국은 아내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남편이 공유라면 얼굴만 봐도 전혀 아프지 않을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아내는 정유미다. 공유가 등장할때마다 공감력은 현격하게 떨어졌지만, 그녀의 아픔은 영화인데 현실같아서 계속 눈물이 났다.

 

김지영이 있기 전, 엄마이자 여자인 미숙(김미경)이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캐릭터로 나온다. 미싱 공장에서 여공으로 오빠들을 대학에 보냈던 그녀는 지영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녀 역시 그러했으니깐. 그녀의 아픔을 알게 된 날, 아들만 챙기는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낸다. 자식이 아들만 있냐고, 우리 딸은 자식이 아니냐고. 엄마라는 무게감, 여자는 엄마가 되면 누구나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걸까? 학교도 단계별로 다니고, 회사도 이직을 하는데, 엄마는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이직을 할 수도 없다. 

 

아~ 그런데 남편이 공유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엄마는 누가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을 하는 거다. 그러나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잘할 수 없다. 아빠도 마찬가지일테니, 둘이 함께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영화 속 김지영을 현실에서 그만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엄마이기 이전에 당신은 김지영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