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못가니, iptv로 지난 영화를 보게 된다. 원작부터 읽은 다음에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기간 무료에 덜컥 바로가기를 눌러버렸다. 영화 얘기 전에, 사춘기 무렵일 듯 싶다. 명작이라고 해서 읽었던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은 어린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귀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남편의 바람기에 망나니같은 아들까지 그녀의 일생은 결혼 후 지옥으로 변했다. 성인이 되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을 했을텐데, 그때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난 후,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의 일생에서 결혼은 걸림돌이로구나.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테지만, 김지영은 그저 한 인간이 아니라 지금 이시대를 살고 있는 다수의 김지영이기 때문이다. 이름만 다를뿐, 우리는 모두 김지영이 될 수 있다.
"아기 낳으면 나는 많이 변할 거 같은데, 오빠는 변하는게 뭐야?"
"나야, 일찍 들어와야 하고, 술도 못 먹고, 친구도 못 만나고..."
출산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이를 제대로 보여준 대사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도 회사 팀장처럼 일을 잘한 자신이 있는 지영이지만, 아이를 낳고 난 후 전업주부가 된다. 엄마도 여자인데, 여자와 엄마를 다르게 본다. 엄마 = 희생. 같은 여자이면서도 시월드와 친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유아휴직을 급구 반대하는 시어머니, 명절날 딸은 쉬라고 하면서 며느리에게 일을 시킨다. 이를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 사회가 참 거시기(?, 욕 나올 거 같아서)하다.
가끔 우울하고, 해질녘에 가슴이 쿵하기도 하고, 본인이 아픈 줄 모른다. 출산 후 기억이 깜박깜박한다고 하니, 그런 줄 안다. 결혼을 하기 전, 아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일도 잘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그녀의 인생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청 대단하지만, 자신은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 된 거 같을 거다. 공통의 관심사가 없으니, 회사 동료를 만나도 얘기는 겉돌기만 하고, 다시 일을 할 마음을 먹지만 육아라는 엄청난 벽 앞에 무너진다. 영화를 보면서 김지영에 몰입이 되는 건, 나 또한 여자이며 그녀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공유? 요건 생각을 좀 많이 해봐야 할 듯 싶다. 영화 속 남편은 공유이지만, 현실 속 남편은 음... 확실히 공유는 아니다. 그녀의 아픔을 먼저 알게 된 남편, 아내 몰래 정신과 상담을 먼저 받는다. 그리고 곁에서 와이프 몰래 그녀의 병을 고치러 노력하지만, 결국은 아내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남편이 공유라면 얼굴만 봐도 전혀 아프지 않을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아내는 정유미다. 공유가 등장할때마다 공감력은 현격하게 떨어졌지만, 그녀의 아픔은 영화인데 현실같아서 계속 눈물이 났다.
김지영이 있기 전, 엄마이자 여자인 미숙(김미경)이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캐릭터로 나온다. 미싱 공장에서 여공으로 오빠들을 대학에 보냈던 그녀는 지영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녀 역시 그러했으니깐. 그녀의 아픔을 알게 된 날, 아들만 챙기는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낸다. 자식이 아들만 있냐고, 우리 딸은 자식이 아니냐고. 엄마라는 무게감, 여자는 엄마가 되면 누구나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걸까? 학교도 단계별로 다니고, 회사도 이직을 하는데, 엄마는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이직을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엄마는 누가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을 하는 거다. 그러나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잘할 수 없다. 아빠도 마찬가지일테니, 둘이 함께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영화 속 김지영을 현실에서 그만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엄마이기 이전에 당신은 김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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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이야기라기 보다는
지극히 불편한 내용의 영화였던 것 같아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전 이 영화의 김지영보다 더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는 시각에 따라 좀 다를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페미 영화 페미 소설이라고 찍혀서 뭇매를 많이 맞았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다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왜 꼬아서 보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잘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점심시간 되세요 ~
저는 책으로 먼저 봤는데 아무래도 이 사회가 여자에게만 씌우는 프레임이 있죠. 결혼하는 여자는 회사에서 아예 면접에서부터 뽑지도 않고, 제 친구는 결혼했는데 결혼해서 곧 애 낳을 거라고 안 뽑았다고 하는 거 보고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막상 결혼 안하면 왜 안하냐 이러고 참 이 사회 뿌리 먼저 다 뽑아놔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이라도 꼭 봐야하는 영화 같아요.
좋은 글 읽고 가요~
좋은 하루되셔요^.^
이 영화 정말 보면 와이프에게 많이 미안해지는 영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사회를 너무 잘 나타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면 안되는 것을 알아야할텐데
답답합니다..... 젊은 이들만 선호하는 사회 나이들고하면 더더욱 사회적으로 거리를 자동으로 두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ㅜㅜ
영화도 책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남녀의 결혼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다 생각해 본 것이 있습니다.
확실히 여자가 결혼하면, 따라오는 무게감이 상상 이상일 듯합니다.
여자에게 희생이 더 강요되어지는 것들
남자도 육아, 살림을 같이 하는 것인데, 도와준다고 하는 그런것들도
남자가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 인식이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정유미가 아내라면 남편이 다 할 수 있을텐데 .. ㅎㅎ
개인적으로 결혼생활에는 딱히 차별이나 불공평한건 못느끼는데,
아이가 생기면 확실히 여자가 더 힘든 것 같긴해요 ㅠㅠ
출산의 고통부터 육아와 가사노동과 우울증 관리까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하니 무관심한 남편 만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비밀댓글입니다
이거 영화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ㅠㅠ
우리때는 내 이름은 없이 누구아내 누구엄마 누구며느리로 살았지만
그걸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끔은 나혼자 짊어진 무게가 너무 무거워
정유미 처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라도
속마음을 시원스레 얘기하고 싶기는 했던 것 같아요..
여성분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라 들었는데
아직 보질 못했네요.. 시간이 된다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책으로만 봐서 독후감을 포스팅했던 적이 있어요.. 이 82년생 김지영 말고도 '조남주'작가님 책 중에는 여성의 삶에 대해 조명한 작품들이 있더라구요.
남자인 저로써는 사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아 좀 놀랐었고, '아.. 내가 정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무지하구나..'하고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인데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책으로는 봤는데, 아직 못 본 영화네요,
시간되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배우들 너무 선정을 잘한거 같아요~
저는 책으로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의 여성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전 참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네영!!
이거 한때 불편함때문에 논란이 많이 됬던 영화였죠 저도 여자친구랑 안싸울려고
안봤던 영화인데 나중에 한번 봐야겠네요 ㅎㅎ 남편이 공유라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