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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은 보는내내 불편하고 보고난 후에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다. 왜냐하면 허구가 아니라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외치던 혁명을 역사는 쿠데타라고 부른다. 총칼을 앞세우고 만든 그들만의 왕국은 18년을 지속했지만, 결국 총으로 무너졌다. 믿음이 무너진 왕국에서 충성은 깃털보다 가볍다. 1979년 10월 26일, 그에게 향한 두발의 총성으로 18년 왕국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해 12월 12일, 누군가에게 또 혁명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반복된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도 봤고, 역사관련 팟캐스트나 책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산의 부장들을 선택한 건, 첫째는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 둘째는 사건 당일이 아니라 40일 전 그리고 마지막은 박통에 이성민, 김재규에 이병헌, 차지철에 이희준, 김형욱에 곽도원이 나온다고 해서다. 마약왕은 살짝 거시기(?)했지만 내부자들을 만든 감독에 연기신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니 아니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동명의 원작은 밀리의 서재에서 벌써 다운을 받아놨다. 바로 읽고 싶지만, 태백산맥이 먼저라서 책은 3월쯤에나 읽을 거 같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박통(이성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이들 중 가장 궁금했던 배우는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이다. 개인적으로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동안 박통을 연기한 배우들을 보면, 인물과 비슷해지기 위해 외모나 목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역사적인 인물이니 완전 다르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민은 비슷하게 따라하면서도 연기신답게 그만의 박통을 보여줬다. 정권 말기 힘이 다 빠진 호랑이같다고 할까? 위엄과 권위는 여전히 갖고 있으면서도 얼핏얼핏 나약함이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시대의 라이벌?

"너도 나처럼 똑같이 당한다." 전 중정부장은 현 중정부장에게 자신처럼 되지 말라고 말한다. 스스로 2인자라고 여겼다가, 박통으로부터 팽을 당하고 난 후 미국으로 망명해 진실을 까발린다. "썩은 권력의 맨끝에 있는 한 사람을 고발하기 위해서라"라고 말하지만, 살기 위한 발버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부자에서 외부자가 됐으니, 그 속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까? 박통으로서는 화근을 잘라 버리고 싶었을 거다. 가만히 있어도 죽을 목숨이라면 치부를 드러내 까발리는 것도 나름 전력이었을 거 같다. 하지만 비밀은 품고 있어야지, 너무 쉽게 줘버렸으니 까분만큼 분쇄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다.

 

"우리가 나서기 전에 다음을 준비해. 박통은 끝났어." 자신의 손으로 18년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 중앙부장에게는 꿈이지만, 자신에게는 꿈이 아니니깐. 그런데 후속 처리가 너무 미흡했다. 군대를 장악하려고 하지 말고, KCIA답게 미국을 이용했더라면 두번째 구데타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 같다. 하지만 그저 끝을 내고 싶었을뿐,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았던 듯 싶다. 그러니 제대로 구두도 신지 못하고, 차로 이동하던 중 남산으로 갈까? 육본으로 갈까? 고민까지 했으니깐. 육본으로 가는 바람에 체포되어 사형에 처했지만, 남산으로 갔어도 군대를 점령하지 못했으니 결과는 비슷했을 거 같다. 왜냐하면 발톱은 숨긴 대머리 독수리가 있기 때문이다.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박통의 대사로 영화에서 총 3번 나온다. 2인자를 처리하기 위한 그만의 시그널로, 말 속 담긴 진짜 의미는 일을 끝낸 후에 알게 된다. 

 

금고를 털고 있는 자, 그가 숨어 있던 2인자일까? 아니면 굴러 들어온 복을 날름 받아 먹었던 것일까? 발톱을 숨긴채 경호실장 밑에서 해뜰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다. 그렇지 않다면 그해 12월 12일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남산의 부장들은 박통 정권 18년 동안 남산(중앙정보부)이 벌인 정치공작과 비화, 비사가 담겨 있다. 영화에 나온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책을 아니 읽을 수 없다. 당장 읽고 싶지만,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현재 8권을 정중행 중)이 먼저다. 시대순으로도 6.25전쟁을 다루고 있는 태백산맥이 먼저이니깐. 개인적으로 이병헌 배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연기는 정말 느무느무 잘한다. 원작을 다 읽은 후, 영화를 다시 보면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를 거 같다.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거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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