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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연기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주디는 아직 개봉전이다. 대체로 보고 싶은 영화를 정하고 영화관에 가는데, 이번에는 그냥 갔다. 개봉작을 쭉 훑어보다 눈에 들어온 영화, 조조래빗(JOJO RABBIT)이다. 개인적으로 전쟁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코미디다. 전쟁과 코미디라? 어떤 영화일지 궁금증이 생겼다. 

 

전쟁을 희화화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 인물만 희화화했을뿐 나머지는 담담하게 담아냈다. 펭수와 동갑인 10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제2차 세계대전)은 주변 환경과 만나는 사람에 의해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히틀러가 독일의 구원자로 알고 있는 조조는 유대인 소녀를 만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에 눈을 뜬다. 조조래빗은 블랙코미디겸 전쟁영화이자, 성장기 및 사랑 영화이기도 하다. 

 

가족같지만 아님 주의

겁 많고 나약한 소년 조조는 히틀러를 꼭 닮은 아돌프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다. 그에게 "넌 최고로 충성스러운 나치 꼬마"라 불리며, 그 누구보다 더 강하고 멋진 독일 군인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상상의 친구가 아무리 도와줘도 나약한 겁쟁이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폭탄사고까지 더해 군인은 커녕 전쟁 포스터나 붙이는 신세가 된다.

 

10살답지 않게 조속한 조조는 독일이 세상에서 최고이며 전쟁은 독일의 승리로 끝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다가 상상의 친구가 히틀러다. 아들과 달리 엄마인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다. 서로가 갖고 있는 신념은 다르지만, 전쟁터로 떠난 아빠없이 둘은 독일의 어느 마을에서 나름 잘 살고 있다. 엄마는 뭐하는지 모르지만, 외출이 잦은 탓에 조조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어느날 누나가 살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오고, 귀신인 줄 알았던 존재는 유대인 소녀 엘사다. 한 공간에서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나치 소년과 유대인 소녀, 이 둘은 시나브로 정이 들기 시작한다.

 

엄마와 아들

조조는 폭탄 사고를 당하고, 얼굴과 몸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로인해 독일 군인이 되고픈 꿈은 포기하게 되고,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할때, 엄마는 조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바보같아 보이는 것도 아무나 못해." 마블 히어로답게 강한 엄마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을 직접 본 적이 없는 10살 조조에게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유대인 시체는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을 거다. 하지만 옆에 있던 엄마는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독일 여성인줄 알았는데, 후반부 조조의 눈을 통해 엄마가 평화주의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언제나 조조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엄마. 그리고 영화는 생각보다 배우들의 신발(구두)에 집중한다. 그에 반해 유대인 소녀는 숨어 있어야 하니 소리나는 신발은 신을 수가 없다. 신발에 주목한 이유는 영화 후반부에 나오게 된다.(스포이니깐 여기까지) 10살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 큰 시련을 안겨주지만, 이로 인해 누군가는 생명을 보장받게 된다. 이래서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상상의 친구가 히틀러라니 헉~

이게 바로 배우의 숙명일까나. 히틀러를 연기해야 했지만, 정말 하기 싫었을 거 같다. 그런데 히틀러를 연가한 배우는 타이카 와이티티인데, 영화를 만든 감독과 이름이 같다. 즉, 같은 인물이다. 히틀러를 연기하겠다는 배우를 찾을 수 없어 본인이 직접 연기한게 아닐까 싶다. 실존인물이긴 하지만 상상의 친구라는 설정으로 인해 꽤나 우스꽝스럽게 나온다. 조조의 생각을 지배하던 상상의 친구는 조조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사라지는 장면은 조조래빗 중 가장 유쾌 상쾌 통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둘의 관계는 원수에서 비즈니스로 그리고 남매에서 연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살 조조에게 찾아온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소녀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말에 질투가 나 거짓으로 편지를 써 그녀를 괴롭혔다가, 그녀의 울음에 다시 원상복귀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그리고 주도권을 자신이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역시 10살 소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어린 소년에게 나치는 전쟁을 영웅게임처럼 심어주려고 했으니, 그네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다.

 

후방부대에서 술만 마시고 아이들에게 전쟁교육을 시키는 남자. 조조의 아빠와 어떤 친분관계가 있는 거 같은데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자신의 실수는 아니지만, 본인이 들고 있던 폭탄으로 인해 조조가 사고를 당한다. 죄책감일까? 엄마만큼 조조에게 정답게 대한다. 그리고 조조가 어려운 일에 닥혔을때,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그를 구해준다.

 

독일인과 유대인은 친구가 될 수 없던 시절, 둘은 친구가 됐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조조는 엘사에게 독일이 이겼다고 거짓말은 한다. 그래야 그녀가 떠나지 않을 거고, 자신은 혼자 남지 않을테니깐. 자유로워지면 제일 먼저 뭐 할꺼냐고 묻는 조조에게 유대인 소녀는 "dance" 조조래빗은 블랙코미디가 맞지만, 즐겁게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다. 현재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고 있는데, 그곳이 어디든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땅따먹기를 하고 싶다면, 컴퓨터 겜을 하시라~ "사랑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는 대사, 뇌리에 오래오래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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