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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

 갈데는 무지 많은데 너무 덥다.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작년에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올해는 에어컨 밖이 겁나 무섭다. 귀찮음이 만들어낸 걸작이랄까?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미술관 옆 비밀의 정원,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이다.

 

여름에 갈만한 곳으로 미술관만큼 좋은 곳도 없다. 실내이니 에어컨은 당연히 빵빵하게 나오고, 예전과 달리 미알못도 이해할 수 있는 다채롭고 다양한 전시들이 많다. 8월에 3곳의 미술관에 갈 예정인데, 그중 첫번째는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이다. 단순하게 미술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미술관옆 동물원이 아니라 미술관옆 석파정이다.

 

크레파스로 구름을 그린 듯, 비현실적이다. 장마가 끝나고 난 후, 더위가 찾아왔지만 하늘은 밖으로 나오라고 자꾸만 손짓을 한다. 미세먼지 하나없는 푸른하늘인데 아니 나갈 수 없다. 물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사전 조사를 하고 왔지만 모르는 척, '건물을 보아하니, 미술관이 참 자연친화적이다.'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잠시 후...

 

미술관은 10시부터, 석파정 관람은 11시 부터다. 여기서 잠깐, 석파정이란? 조선 철종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별서였지만, 석파정의 풍경과 주변의 정취에 마음을 뺴앗긴 흥선대원군은 이곳을 자신의 별서(별장)로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멋지면, 빼앗고 싶었을까? 직접 보기 전에는 임금의 아버지로서 갑질이 심하구나 했지만, 보고 난 후에는 이해가 됐다. 누구라도 갖고 싶을만큼 엄청난 곳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석파정이 어떤 곳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미술관 건물로 들어와 3층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무료 관람은 아니다. 석파정만 관람을 한다면, 5,000원. 미술관을 포함한 통합 입장권은 성인기준 11,000원이지만, 석파정 서울미술관 유튜브를 구독하고 직원에게 인증을 받으면 천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루네쌍스 다방

다방은 다방인데 차를 마실 수 없는 다방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일찍 출발을 하다보니, 첫번째 관람객이 됐다. 오픈 전인 줄 알았는데, 2시간 후에는 드라마 세트장처럼 여전히 썰렁했다. 뉴트로 갬성(?)을 자극하기 위해 꾸며놓은 거 같다. 다방 옆에 작은 공간에는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가 전시되어 있다. 

 

다방을 지나, 황소를 보고 나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하나, 두울, 세엣 계단을 올라감과 동시에 에어컨과는 멀어지지만, 자동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엄청난 절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서울토박이라고 하면서, 이런 곳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대원군이 김흥근에게 별장을 팔라고 했으나 거절을 했다고 한다. 여기를 너무 갖고 싶었던 그는 고종에게 한번 행차하기를 권했고, 김흥근은 임금이 머물렀던 곳을 감히 다시 쓸 수 없다고 해 가지 않게 됐다. 그리하여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소유가 됐다.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직접 보니, 그 맘 충분히 이해할 거 같다. 와~ 창덕궁 후원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석파정도 못지 않다.

 

소수운련암각자

석파정을 짓기 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바위라고 한다. 바위에 새겨진 글귀는 "소수운련암 한수옹서증 우인정이시 신축세야" 뜻은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 석파정은 인왕산 자락에 있고, 인왕산은 암벽이 많은 산이니, 이곳에 바위가 있다는 건 그리 기이하지 않다.

 

사랑채
흥선대원군

신발을 벗고 마루에는 올라갈 수 있지만, 방은 들어갈 수 없다. 이곳은 사랑채로, 원래는 8채로 이루어져 있었다는데, 현재는 안채, 사랑채, 별채 그리고 석파정만 남아 있다고 한다.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주로 머무는 공간으로 별서의 중심부다. 흥선대원군이 여기서 손님을 맞이하고, 밥을 먹고,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 한잔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천세송

사랑채 옆에는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 이름은 천세송으로 보호수로 지정된 노송이다. 여름답게 햇살은 엄청 뜨겁지만, 너른 그늘 품에 안기니 시원하도다. 열대야로 인해 부족해진 잠을 보충하고 싶을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한 그늘이다.

 

삼계동각자

석파정 이전에 삼계동정사라고 불리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암각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3개의 시냇물이 만나다'하여 삼계동이라 이름을 지었다. 

 

사랑채 뒤로 고종이 묵었다는 별채가 보이는데 올라가는 길이 안보인다. 그러다 삼계동각자 옆에 있는 작은 돌계단으로 누군가 올라간다. 혹시나 싶어 따라올라가니 별채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나온다. 요렇게 힘들게 별채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잘 닦여진 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

별채
고종이 기거하던 방

별채는 사랑채 위쪽에 위치하고 있고 아래로 내려다 보았을때 주변의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바로 앞에 공사중인 곳이 있어 대형 크레인이 보이지만, 그때에는 높은 건물들이 없었을테니 한폭의 그림같은 절경이었을 거 같다.

 

석파정을 만나러 가는 길

미친듯 따라오던 햇살도 여기는 올 수 없나보다. 리사이즈만 했을뿐, 어떠한 후보정도 하지 않았다.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지만, 어쩜 이리도 달라질 수 있을까? 뜨거웠던 햇살대신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싱그러운 녹색 사이로 얼핏 뭐가 눈에 들어온다.

석파정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석파정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중국(청나라)의 건축양식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는 정자다. 김흥근이 청나라 장인을 직접 볼러와 조영했다는 설이 있지만, 기록이 전혀지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정자에 남아 있는 청나라풍의 문살 모양과 평석교의 형태 등을 통해 건축 당시 이국 취향의 정자가 주었던 독특한 아름다움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정자는 바닥을 나무로 마감하는데, 석파정은 화감암으로 되어 있다. 

시원함을 넘어 으시시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자 안까지 들어갔다. 정자 아래로 물이 흐르는데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다른 곳과 달리 동굴 속에 온듯 한기가 느껴졌다. 멋진 풍경도 좋지만, 담력훈련은 싫다.

 

너럭바위 (코끼리바위)
"제 소원은 말이죠..."

석파정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너럭바위는 그 형상이 코끼리를 닮았다고 해, 코끼리 바위로 불린다. 바위산으로서 인왕산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수려한 자연석조물이다. 비범한 생김새와 영험한 기운으로 인해 소원을 이뤄주는 바위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가 없던 노부부가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어 득남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고 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 가도 되건만, 다른 길을 선택했다. 물은 품은 길이라는데, 울창한 나무가 햇살을 막아주니 양산을 접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아뿔사~ 이렇게 습한 곳에는 어김없이 모기가 나타는데 그걸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시원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걸어서 좋았지만, 턱, 손등, 팔꿈치 등 4곳을 모기님에게 내주었다.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뚱하면서 힘겹게 날아가는 그분을 목격했다. 집모기와 달리 산모기는 강하다고 하더니, 다음날 연신 물파스를 발라도 여전히 퉁퉁 부어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될줄 모르고, 그저 덥지 않아 좋구나 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석파정이 보일듯 말듯
9월에 석파정에 다시 가야만 하는 이유

오솔길을 걷기 전에는 몰랐다. 석파정에 맥문동이 많다는 사실을. 띄엄띄엄 보라꽃이 피긴 했지만, 아직은 아니다. 주로 그늘진 곳에 많이 있어, 개화시기가 늦은 듯 싶다. 만개 소식이 들려오면, 그때는 모기패치를 붙이고 다시 가야겠다. 

 

신라삼층석탑 근처에서 담은 별채 모습

석파정에 들어와 가장 먼저 본 소수운련암각자 바위에는 작은 석탑이 하나 있었다. 너럭바위 옆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니, 아까와 달리 웅장한 석탑이다. 신라시대 삼층석탑으로 2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를 올리고 그 정상에 머리장식(상륜)을 장식한 화강암 재질의 높이 4.5m 석탑이다. 예전부터 있던 석탑은 아니고, 경주의 개인 소유 경작지에서 수습해 2012년 현 위치로 이전 설치를 했다고 한다. 

 

석탑에서 바라본 석파정으로 들어왔던 출입문이다. 즉 서울미술관 건물이다. 사진 왼쪽에 계단이 2개 있는데, 첫번째는 별채 및 건물 옥상으로 가는 계단이고, 옆에 있는 건 미술관에서 석파정으로 나올때 내려왔던 계단이다. 오른쪽 내리막길은 미술관 신관으로 이어져 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는데, 자꾸만 버터링으로 보인다. 인생사진을 남기는 공간이라는데, 인물사진을 안 찍으니 그닥 관심이 없다. 그래도 유명하다니, 한장은 남기고 에어컨이 기다리고 있는 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담고 싶은 곳으로 창덕궁 후원과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였다. 이제는 석파정까지 포함해 3곳이다. 그나저나 반어법일까?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라는데, 이상하게 더 보고 싶다. 미술전은 내일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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