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 미식당
지난해 7월 폭염으로 무지 더웠던 그날, 서울로 올라가는 KTX 안에서 혼술하기 좋은 곳으로 검색을 했고, 광명역에 내려 철산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요즘 성게알이 제철이라고 하니, 겸사겸사 들러봤다. 나름 1주년 미식당이다.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끊었지만, 맥주는 종종 즐겼다. 세일을 한다면 어김없이 유니클로에 갔지만, 지금은 다 끊은 상태다. 가을에 계획했던 삿포로 여행 역시 접었다. 그런데 이자카야라 불리우는 곳을 끊어야 할까?
혼자서 널찍한 테이블에 앉은 건 민망 + 민폐라 생각했기에, 바테이블의 유무는 혼술 조건에서 가장 큰 핵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자카야를 주로 많이 찾게됐다. 불매운동을 시작할 무렵에는 무턱대고 다 배척을 했지만, 지금은 일본식 주점이지만 주인은 한국인, 사용하는 재료도 국내산이라면 굳이 멀리하지 않기로 했다. 단, 스시대신 초밥으로 우리말로 바꾸고, 사케처럼 일본에서 온 것들은 주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1년이 되기도 했고, 속초까지 가지 않아도 제철 성게를 맛볼 수 있으니 아니 갈 수 없다. 그냥 확~ 한판을 때릴까 하다가 가격을 보고 급제동, 성게알이 들어 있는 차가운 냉라면(22,000원)을 주문했다. 늘 녹색이를 주문했는데, 요즈음 두꺼비 이즈백을 마신다.
시원한 국물에 라면이 들어 있지만, 오직 노란빛깔 너만 보인다. 더구나 7~8월은 제철이니, 지난 봄에 먹었을때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그때는 수입산이었고, 지금은 국내산이니깐.
간이 강했던 국물은 서서히 얼음이 녹으면서 염도가 낮아졌다. 오이지인 줄 알았는데, 오이피클이란다. 새콤을 넘어 시큼해서 단무지 생각이 전혀 안났다. 차가운 라면이니, 어찌보면 이들이 주인공인데, 가격을 보나 비주얼을 보나 주인공은 성게알이다.
차가운 면이니 바로 불지 않을 거 같아, 성게알부터 공략을 했다. 비싼 몸값이니 조금만 숟가락에 모셔(?)왔다. 제철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제철이로구나 했다. 씹으면 안되고 입 안에 넣고, 입천장과 혀가 맞닿으면 된다. 이때 강도를 세게하면 안된다. 비릿한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입안을 잠식했다. 성게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저 입안 가득 엄청난 풍미 작렬이다.
한입 먹자마자, 강한 국물에 맛이 변할까봐, 서둘러 접시에 옮겼다.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혼자서 즐기기에는 충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철 성게알을 먹었다고 할만큼의 양이다.
아무리 좋은 참치회라도, 제철 성게알 앞에서는 깨갱이다. 이래서 해산물은 제철에 먹어야 하나보다.
비싼 몸값이고 아까우니 언제나 늘 아주 조금씩 덜어 먹었다. 그러다보니 오래도록 맛을 느끼고 싶은데, 금방 사라질때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길게 즐겨볼까? 한번에 제대로 즐겨볼까? 누구와 함께 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없었을 거다. 혼술이니깐, 과감히 숟가락 가득 성게알을 올려 입안으로 골인. 그동안 먹을때마다 살짝 아쉬웠던 건, 바로 양이었나 보다. 입안 가득 넣으니, 마치 성게알을 처음 먹기라도 한듯 엄청난 풍미에 짜릿짜릿했다. 제철 성게알을 배터지게 먹으려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하나? 마지막 성게알을 먹을때는, 살짝 우울해졌다.
멘보샤는 빵 안에 다진 새우살을 넣어 튀긴 음식이다. 성게알의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달달한 새우에 빵을 튀겼으니 절대 실패하지 않을 맛이다. 미식당은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는 거 같다. 멘보샤는 진짜 기름에 튀겨, 기름맛도 살짝 나야 더 좋을 거 같은데, 2% 아쉬었다.
하지만 바삭함과 함께 진한 새우맛은 너무 좋았다. 옆에 젓가락이 있지만,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만 사용했다. 마지막 잔과 마지막 한조각을 남겨두고, 인증샷 타임. 첫만남은 여름, 줄기차게 간건 겨울, 성게알 맛에 빠진 봄과 여름, 그런데 가을이 빠졌다. 더운 여름을 잘 보내고, 가을이 오면 다시 가야겠다.
▣ 미식당과 함께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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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성게알이 먹음직스러워보입니다
맛나겠어요.. ^^
포스팅을 보다 보니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 외 있는
일본말이 많다는걸 새삼 느낍니다.
관련 글을 진작 써둔게 있는데 밀리다 보니발행을 못하고 있네요..
8월 광복절 즈음 에약발행 걸어 두었습니다..ㅋ
처음보는 성게알이네요.. 이렇게 생겼군요...
먹음직해보입니다.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오 성게알!! 비리지 않았다고 해서 맛보고싶네요ㅎㅎ
저는 성게라면은 안먹어봣고 비빔밥만 먹었을때..살짝 비린감이 있었거든요 ㅎㅎ
근데..성게라면은 진짜 특이해서 먹어보고싶어요ㅠㅠ
그리고 멘보샤도 진짜 너무 맛있어보이는데..살짝 아쉬웠다고하니..ㅎㅎ
그래도 소스에 찍어먹으면 너무 맛잇어보이는데요?ㅠㅠ
멘보샤 대박입니다 ㅠㅠㅠㅠ 오늘 점심에 멘보샤 먹으러 가야겠어용ㅋㅋㅋ
성게알이 정말 푸짐해 보이네요. 멘보샤는 먹어본 적 없지만..맛있을 것 같고요..
벌써 꼬르륵..이네요..아우 배고파라...ㅜ.ㅜ
사진과 글이 정성이 가득합니다요..^^
먹고 싶어집니다. 이시간에봐서 그런지
아무리 비싼 음식이라도 제철에 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는 거 같아요ㅎㅎ
불매운동도 좋지만
그로 인하여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 피해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식당 한다고 일본산을 사용하는건 아니니까요..
국내산 성게라니 저로 성게알 사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맛을 음미했어요~ㅎㅎㅎ
성게가 지금이 제철이라니 신랑 출장에서 돌아오면 한번 꼬셔봐야겠네요..ㅋㅋ
성게알~ 좋죠~
저는 부산 미포나 영도에 가면 해녀 아주머니들이 파는 성게가 그렇게 좋더라구요
김밥 한 줄 사서 들고 가서, 그 위에 성게알 가득 올려서 한 입 하면~^^ㅎ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랍니다.ㅎㅎㅎ
지금이 성게알 제철인가 보네요.
달달하니 먹어봐야겠네요!!
이자카야라는 문화를 끊는 것은 ...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국사람이잖아요. ㅋㅋ
네네 일본 불매운동도 좋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본음식을 테마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까지 피해가 가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죠ㅠㅠ 성게알 음식과 멘보샤 모두 맛있게 잘 드시고오셨네요!
맛있는 거 드셨군요.. 새벽시간 손흥민 축구 기다리는 중인데 멘보샤 먹으면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