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황태뚝배기해장국
습식사우나라고 해도 될만큼 습한 더위가 맹기승이다.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여름은 적응하기 힘든 계절이다. 더위에 폭우까지 주출몰지역인 마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먹으러 갈데가 많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해장음식으로 치우쳐 있지만, 황태는 보양식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도화동에 있는 황태뚝배기해장국이다.
지난해 연말, 지친 속을 달래려 자주 찾았다. 이번에는 해장이 아니라 보양이다. 만약 순댓국, 돼지국밥을 잘 먹었다면, 황태 따위는 쳐다도 안봤을거다. 하지만 현실은 나주곰탕에 있는 고기를 먹지 못하는 해산물 킬러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던 거 같은데, 이번에 가니 있다. 2시부터는 확실히 봤는데, 그 다음은 모르겠다. 들어갈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 먹고 나올때 찍었다. 계산을 한 시간을 보니, 2시간 지났던데 담부터는 조금 일찍 와서 먹어야겠다. (사진은 미리 양해를 구했음.)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주문을 완료했다. 늘 먹었던, 황태떡국(8,000원)을 주문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 왔을때는 먹을 수가 없었던 황태냉면을 개시했단다. 아하~ 주문을 바꿀까 하다가, 또 먹으러 와야지로 정했다. 당분간은 마포 근처를 벗어나지 못할테니깐.
이중에서 젤 맘에 드는 건, 부추무침 그리고 깍두기와 배추김치다. 보양식답게 이번에는 부추를 과하게 먹을 예정이다. 그럼 혼밥을 시작해 볼까나.
뚝배기이다보니, 바로 나왔을때는 보글보글 끓고있는 상태였다. 이때 움짤용으로 연속해서 찍었어야 했는데 ,항공샷을 찍느나 순간을 놓쳤다. 맑고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인데, 들깨가루가 있어 구수함 추가다.
떡국인데 왠 만두? 원래 2개를 넣어준다. 싫다면 주문할때 말하면 되는데, 늘 그걸 놓친다. 시판용 만두라 떡국이 나오자마자 건져서 바로 먹는다. 뚝배기 안에서 만두가 터지면, 대략 난감이기 때문이다.
간이 세지 않으니 기본찬 트리오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반찬 역시 간이 세지 않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니, 속이 부대끼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뜨거운 음식이니 땀이 안 날 수가 없다. 에어컨과 선풍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땀이 흐른다. 이래서 물수건을 줬나보다.
원래는 본연의 맛을 추구하므로, 반찬을 올려서 먹지 섞지 않았다. 하지만 돼지국밥을 먹을때 부추무침을 넣어서 먹듯 따라해봤다. 뜨거운 국물에 부추가 살짝 익으니, 풍미에 맛까지 더 진해졌다.
앞접시로 테스트를 했으니, 이제는 뚝배기에다 부추 투하다. 리필을 한번 하고, 깍두기 국물도 더했다. 맛이야 전혀 다르겠지만, 마치 돼지국밥을 먹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진짜로 돼지국밥에 도전해볼까나. 그런데 부추를 더했기 때문일까? 땀이 더 많이 난다. '지금 흐르는 이땀은 노페물이다. 내 몸이 좋아지려고 땀으로 나쁜 것들을 배출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계속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숙취가 아니니, 노화방지와 피로회복이라고 해두자. 뜨거운 떡국을 먹었으니, 오늘 혹은 내일쯤 차가운 냉면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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