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동 동리장
남도식 애호박찌개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나주에서 진짜 남도 애호박찌개를 먹었기에, 찌개대신 냉면을 먹으러 갔다. 동리장 스타일로 만든 초계물냉면은 면은 탱탱, 쫄깃, 국물은 시원, 담백하다. 비빔도 있지만, 개취는 물냉면이다.
동리장 간판 아래 여름별미 더시원하게 초계 냉면 출시라는 현수막이 있다. 나주에서 먹었던 애호박찌개 맛이 생생히 남아 있어 당분간은 먹을 수가 없다. 때마침 초계냉면이 출시 됐다니, 더운 여름 시원한 냉면 먹으러 갔다. 그나저나 식당 앞에 있는 저 오락기, 늘 보기만 하고 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왜냐면 겜알못이니깐.
저녁에 술과 함께 할때는 직원에게 바로 주문을 하면 되지만, 점심에는 컴퓨터에게 주문을 해야 한다. 물과 비빔 중 뭐를 먹을까 고민을 하던 중, 주인장이 비빔 양념을 주겠다고 해서 초계물냉면(6,800원)을 주문했다.
뭐랄까? 조명이 좀 더 은은하게 변한 거 같다. 요즘에도 일력이 나오나 보다. 그 세대는 아니지만, 일력은 꽤 괜찮은 휴지였다는... 사용 전에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잘 비벼야 했다는...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건, 드라마때문
.
동리장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싶다. 찌개나 덮밥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냉면에도 반찬으로 계란 옷을 입은 분홍소시지가 나왔다. 늘 느끼는 거지만, 퀄리티가 훨씬 좋은 몸값 비싼 소시지도 많지만, 이상하게 분홍소시시가 끌린다.
닭다리, 닭가슴 중 그닥 기름기가 없어 보이는 걸로 보아, 닭가슴살이 아닐까 싶다.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먹기 좋게 잘게 나오니, 퍽퍽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4층 석탑도 아니고, 암튼 닭고기를 덜어내니 무절임이 등장.
그리고 마지막은 냉면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면이다. 밀가루 면치고는 색깔이 노리끼리한데 했더니, 찰보리면이라고 한다. 100% 보리는 아니고 밀가루가 섞이긴 했지만, 찰보리라서 그런지 가는 면인데도 탱탱함과 쫄깃함이 살아 있다. 그리고 먹기 전에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는데도 면이 퍼지지 않았다.
살얼음이 동동,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먹으면 머리가 찡할 정도로 차갑다. 닭고기는 식으면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초계국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리장의 초계물냉면은 냄새 하나 없고 시원, 깔끔, 담백이다. 여기에 면의 쫄깃, 탱탱함까지 더해지니 찌릿찌릿 시원함이 몸속으로 퍼진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새콤 아니 시큼하게 먹기 위해서 식초와 겨자를 추가했다. 식초는 두번 돌리고, 겨자는 500원 동전 크기만큼.
마우스는 왼손으로 하는데, 젓가락질은 왼손이 안된다. 사진을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왼손을 써야 하는데, 너무 무식하게 들어올린 거 같다. 찰보리면의 쫄깃함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함께 나온 가위로 면을 자르면 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냉면을 먹을때 가위는 그저 불필요한 존재다.
함께 나온 양념으로 나름 초계비빔냉면을 만들어 봤다. 매운맛이 스치듯 지나가는 달달한 양념장, 내 취향은 아니다. 고로 물냉면을 선택하길 잘했다.
그렇다고 양념장을 그냥 둘 수는 없다. 혹시나 싶어 분홍소시지에 찍어 먹으니, 오호라~ 케첩보다 훨 낫다. 그리고 쌈장이 같이 나오긴 했지만, 오이도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살얼음 동동은 좋은데, 죄다 얼음이라 국물이 부족한 듯 싶었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 육수를 추가한 것도 아닌데, 서서히 국물이 많아졌다. 이열치열이라고 하지만, 역시 여름에는 시원함이 최고다. 그리고 국물은 절대 남기면 안된다. 국물 속에 잘게 부서진 닭고기가 가득이기 때문이다.
디저트로 호박식혜는 따로 구입을 해야 하지만, 달구나는 공짜다. 달구나라고 해서 혹시 달고나의 막대사탕 버전인가 했는데, 먹어보니 딱 달고나 맛이다. 달달한 달구나로 부족한 당분은 가득 채운 후, 바로 양치질을 했다. 작년보다는 덜 덥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이제 말복만 남았지만, 지금이 가장 더울때이니 팥빙수대신 살얼음 동동 초계냉면 먹으러 가야겠다. 지금까지 혼밥만 해봤는데, 담에는 혼술하러 가볼까나. 이상 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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