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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광화문국밥 나주곰탕 같았던 돼지국밥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하니 여름에는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돼지국밥은 어차피 못 먹는 음식이었으니깐. 과거형인 이유는 먹었기 때문이다. 맑고 깔끔하며 순하디 순한 돼지국밥은 마치 나주곰탕같았다. 정동에 있는 광화문국밥이다.

 

광화문국밥 전경
14:30~17:30 브레이크타임

이런 곳에 식당이 있다니, 그저 주차장같은데 떡하니 식당이 있다. 주소는 정동이지만, 동화면세점 옆 할리스커피 골목으로 들어오면 어딜봐도 주차장같은 공간이 나온다. 안으로 쭉 들어와야 광화문국밥이 나온다. 알면 찾기 쉬운데, 처음이라면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 돼지국밥은 진하디 진한 국밥이 아니라, 순하디 순한 국밥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돼.지.국.밥.이라고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를 칠때라 안갔다. 하지만 지난 나주여행에서 나주국밥(비계가 붙은 고기는 못먹음)을 먹었기에, 돼지국밥쯤이야 충분해~ 쓸데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여기까지 왔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며, 점심에는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해서 조금 서둘러 갔다. 혼자 왔을때는 굳이 대기석에 이름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해서 그냥 기다렸다. 11시 20분이 되고, 문이 열리고 기다렸던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혼밥러를 위한 바테이블이 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창문

오픈 하자마자 들어왔기에, 지금은 빈테이블이 많다. 하지만 정확히 10분후 만석이 됐고, 대기하는 사람들까지 줄서서 먹는 집이 맞다. 하지만 혼밥러라면, 줄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다른 테이블은 만석이 되더라도, 바테이블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리 양해를 구하고 촬영함.)

 

ㄸㅗㅇ고집이지만,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하니 여름에는 먹지 않는다. 그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돼지국밥 밖에 없다. 고집을 버리고 냉면을 주문할까 하다가, 용기를 스스로 짓밟을 수 없기에 과감하게 "돼지국밥(8,500원) 주세요"라고 말했다. 

 

국밥이 나올때까지 3번 정도 읽은 거 같다. 다른 잡부위 없이 살코기로 깊은 맛을 냈다. 즉, 비계가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비계를 못먹는 1인이니, 이거 하나만으로도 매우 몹시 좋다. 깍두기 국물에 매운 양념장까지 냄새를 잡으려면 팍팍 넣어야 하는데, 넣지 말란다. 요건 좀 자신이 없다.

 

두둥~ 사기그릇에 담아 나온 돼지국밥이오.

고추와 마늘, 오징어젓갈과 쌈장은 미리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고, 깍두기는 바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옹기에서 담으면 된다. 스댕 공기에 담긴 공깃밥이 아니라, 고슬고슬 윤기가 흐르는 지금 막 담은 거 같은 밥이다. 

 

내 눈을 바라봐가 아니라, 내 눈을 의심할뻔 했다. 이건 딱 봐도 나주곰탕 혹은 닭곰탕이다.기억 속 돼지국밥은 설렁탕처럼 국물이 걸쭉해야 하는데, 이건 맹물처럼 맑디 맑다. 이래서 광화문국밥을 순하딘 순한 국밥이라고 했나보다. 비주얼은 돼지국밥이 아닌 거 같지만, 냄새를 맡으니 소나 닭에서는 나지 않는 돼지 특유의 육향이 난다. 살짝 속을뻔 했는데, 완벽한 돼지국밥이다. 

 

나주곰탕처럼 국물이 느무 맑다.
비계 하나 없는 살코기라 느무 좋다.

샤브샤브용 고기처럼 무지 얇게 썰어있으며, 맑고 깔끔한 국물에 어느정도 간은 되어 있다. 굳이 진한 양념장을 넣어 국물을 탁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대신 새우젓 조금과 조절을 못해 살짝 과하게 들어간 후추만 추가했다. 육고기로 만든 국물을 먹을때 후추는 필수품이다. 왜냐하면 특유의 육향을 싹 잡아주니깐.

 

고슬고슬 그냥 먹어도 좋은 밥이다.

밥을 말기 전, 고기부터 먹었다. 살코기로만 되어 있어 자칫 퍽퍽할 수 있는데, 얇아서 부드럽기만 하다. 아삭한 깍두기를 더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국밥이니 밥을 말아줘야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깍두기 국물에 진한 양념장까지 넣어 돼지김치국물국밥을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후추와 새우젓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담백한 비주얼로 먹을 줄은 정말 몰랐다. 역시 국밥에는 진밥보다는 고두밥이다. 여기에 사진을 찍느나 밥이 살짝 식었는데, 이게 신의 한수가 됐다. 라면 먹을때도 더운밥보다는 식은밥이 좋더니, 돼지국밥도 그러하다.

 

오징어젓갈을 올려서 먹으면 좋다던데

깍두기가 훨씬 더 좋았다. 칼국수 먹을때는 겉절이가 좋고, 국밥을 먹을때는 깍두기가 좋다. 모든 돼지국밥이 다 이러하다면, 그동안 왜 안먹을까 엄청 후회했을 거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돼지국밥이 느무 많다. 

 

굳이 국물을 남길 이유가 없다.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한 돼지국밥이 있다니, 정말 놀랍다.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 난이도를 높여 볼까나. 그러기 위해서는 비계에 내장, 머릿고기를 먹어야 할텐데,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아닌 건 아닌거다. 비슷한 돼지국밥을 만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고 여기서 만족이다.

 

광화문국밥 옆에는 광화문해물이 있다. 여기도 박찬일셰프가 운영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점심 메뉴판을 보는데, 성게알덮밥이 있다. 여름은 성게가 제철이니, 어여 먹으러 가야겠다. 그전에 국내산인지 먼저 확인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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