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도화동 구이와 장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여름은 가장 힘든 계절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깐. 한끼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등어구이와 제육볶음이 있는 소박한 밥상, 도화동에 있는 구이와 장이다.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포역으로 내려가야한다. 다른 출입구도 있지만, 이렇게 가는게 가장 가까우니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마포역으로 가려면 좌회전을 해야 하지만, 역이 아니라 밥을 먹어야 하므로 우회전을 한다. 통로를 따라 쭉 안으로 들어오면, 구이와 장이 나온다.
분위기는 그냥 평범한 밥집이다. 혼밥을 할 수 있는 바테이블이 있고, 일반 테이블도 있다. 벽을 보고 밥을 먹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2인 테이블에 앉았다.
이름처럼 구이와 장이 메인인 듯 싶다. 청국장과 해물된장찌개가 끌리긴 하나, 요즘 통 먹지 못한 고등어구이에 시선이 꽂혔다. 더구나 국내산 고등어라는데, 아니 먹을 수 없다. "고등어구이(6,000원) 하나 주세요."
솔직히 별 기대 안했는데, 기본찬으로 계란후라이가 나오다니, 급 호감모드가 됐다. 딱봐도 반숙이다. 뜨거운 밥에 올려서 먹으면 정말정말 좋을 거 같다. 살짝 데친 양배추와 쌈장, 무생채(보자마자 청국장 주문할 걸), 가지볶음 그리고 김치가 나오고, 칼칼한 콩나물 국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더할나위없이 다 좋았는데, 밥이 진밥이다. 개인취향은 된밥이니,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극성을 부릴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 한다.
기름이 잔뜩 오른 토실토실한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맛있게 태닝된 고갈비를 젓가락으로 잘 떼어내 옆에 놓고, 왜냐하면 마지막에 갈비를 뜯어야 하니깐. 혼자 먹으니 눈치 볼 거 없이, 커다랗게 한점을 발라 밥 위에 올린다. 적당히 짭쪼름하니 굳이 간장을 더하지 않아도 된다. 쌀밥 위에 고등어구이 한점, 고등어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예상대로 반숙 계란후라이다. 소금 간이 되어 있어, 밥 위에 올려서 먹는다. 나머지는 접시를 들고, 한입에 다 해치웠다. 직접 해먹을때는 소금 간을 절대 하지 않는데, 역시 음식에 있어 간은 중요한 거 같다.
고등어구이 초밥이랄까? 밥보다 고등어를 더 많이~ 혼밥이라서 이런 호사를 누려본다. 집에서는 냄새때문에 구이보다는 주로 조림을 먹으니, 구이가 먹고 싶으며 구이와 장으로 오면 되겠다.
며칠 후 다시 찾았다. 고등어구이를 먹을까 했지만, 다른 구이도 맛보고 싶기에, 양념 코다리구이를 주문했다. 그런데 재료가 없단다. 그렇다면 구이와 장이니깐, 장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제육볶음에 시선이 꽂혔다. 사실은 그릇을 치우진 못한 테이블마다 같은 모양의 철판 접시가 있다. 여러 사람들이 먹었다는 건, 다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해 제육볶음(7,000원)을 주문했다.
비계가 별로 없으니 삼겹살 부위는 아닌 거 같다. 두껍지 않고 얇게 썬 고기라 비계가 있어도 물컹거리는 식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매콤하지 않고, 많이 달거나 짜지도 않고, 적당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거 같다. 양이 적다는 게 큰 단점일뿐, 나머지는 다 좋았다. 고등어구이를 먹을때 삶은 양배추는 엇박자 느낌이 났는데, 제육볶음과 먹으니 환상의 하모니다.
반찬으로 깻잎볶음이 나왔는데, 깻잎을 아니 올릴 수 없다. 생마늘이 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없어도 괜찮다. 그런데 먹는내내 뭔가 이상했다. 우선 국물이 없었고, 또 계란후라이도 없다. 혹시 메뉴에 따라 나오고 안나오는 것일까? 1시가 지나 한산해진 시간에 갔는데도, 계속 사람이 들어왔고 바쁜데 괜한 질문을 하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서 그냥 먹었다.
그러나 궁금한 건 못참는 1인이니, 계산할때 넌지시 물어봤다. "원래는 계란후라이가 필수로 나오는데, 오늘 너무 바빠서 할 겨를이 없었다." 다음에 오면 잘해주겠다고 했으니, 그때는 계란후라이를 2개 해달라고 해볼까나. 이날 서울은 35도가 넘는 엄청 더운 날이었다. 고로, "무지, 아주 자알~ 먹었습니다."
▣ 마포한화오벨리스크 지하 아케이드 밥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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