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도화동 황태뚝배기해장국
지난번에 뜨겁게 먹었으니, 이번에는 차갑게 먹을 차례다. 계절메뉴이니 여름이 지나면 못 먹는다. 황태가 들어간 냉면이라고 하니, 명태회냉면을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결과는... 도화동에 있는 황태뚝배기해장국이다.
이날 낮 기온이 36도였던 거 같다. 언제나 그러하듯, 건물 외관부터 찍고 들어가야 하건만,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후다닥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담았다. 늘 한눔 아니 한곳만 갔는데, 킹왕짱라볶이에 가정식백반, 수제왕돈가스 등 정우빌딩 지하식당가에 갈만한 곳이 은근 많아 보인다. 하지만 부산국밥집은 못가겠다. 느낌적인 느낌상 걸쭉하고 비계에 내장고기가 잔뜩 들어간 국밥일 거 같아서다.
어차피 뭘 먹을지 정하고 왔으니, 메뉴판은 쳐다보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마자, "황태냉면(8,000원) 주세요." 그래도 메뉴판을 찍어야 하는데, 대신 영업시간을 찍었다. 메뉴는 황태국밥, 황태떡(만두)국 그리고 계정메뉴인 황태냉면이 있다. 가격은 모두 동일하다.
명태회처럼 빨갛게 무친 황태가 올라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물냉면이다. 냉면이니, 삶은 계란이 있고 오이에 절인무까지 그냥 물냉면이다.
다른 점이라면, 황태가 잔뜩 들어있다는 거다. 명태회냉면일 거라 예상했는데, 완전 헛짚었다. 평양에 함흥 그리고 진주에 분식냉면까지 그동안 많은 냉면을 먹어봤지만, 요런 스타일은 처음이다.
황태가 고명으로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황태떡국을 먹었을때의 그 깊고 담백한 국물맛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오호~ 살얼음 동동 황태국이다. 왜 계절메뉴라 했는지 알 거 같다. 신맛이 살짝 부족한 거 같아 식초는 추가했지만, 겨자는 넣지 않았다. 담백한 국물맛이 사라질 거 같아서다.
고구마전분이나 메밀은 아닌 거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면이 퍼지지 않고 엄청 쫄깃하다. 쫄면을 가늘게 뽑으면 이런 느낌일까? 어떤 면인지 무지 궁금했으나, 실례일 거 같아 물어보지 않았다.
빨간 명태회냉면 느낌은 아니지만, 요것도 나름 별미다. 근데 면도 면이지만, 국물이 더 끌린다. 가끔 냉면으로 해장을 한 적이 있는데, 황태냉면이야 말로 해장 음식 중 단연코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황태떡국을 먹을때는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부추무침이 기본찬으로 나온다. 하지만 황태냉면에는 부추무침이 없다. 왜 없을까? 직원에게 물어보니, "냉면에 부추는 맞지 않다." 그래서 빼고 준단다. 가장 좋아하는 반찬인데, 냉면에는 어울리지 않나보다. 그래도 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먹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국물까지 다 먹었다.
황태냉면은 확실히 특이하고 한번쯤은 먹어볼만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거 같다. 왜냐하면 황태는 역시 뜨겁게 먹어야 더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추무침을 맘껏 먹을 수 있으니, 나의 픽은 황태떡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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