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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여수수산시장

3년 전부터 무조건 한번은 가는 곳 여수, 갈때마다 수산시장에는 꼭 들른다. 해산물 덕후에게 이곳은 필수코스라 아니 할 수 없다. 작년부터는 이른 봄에 간다. 이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으러 여수로 향했다.


2018년에 찍은 사진임

재작년 1킬로에 3만원 하던 새조개가 작년에는 500g에 3만원이었다. 새조개는 1~3월이 제철이다. 이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귀한 먹거리이니,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여수까지 갔건만... 초장부터 썰을 다 풀면 재미없으니, 우선 여수수산시장 구경부터 하자. ~만으로 끝냈으니 해피엔딩을 아닐거라는 느낌적인 느낌?


여수수산시장이 최종 목적지이지만, 주차는 항상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 한다. 주차시설이 잘 되어 있고, 두 곳 사이가 가깝기 때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던 중, 저멀리 돌산대교가 보이고 엄청난 수의 케이블카도 보인다. 한번 탔다고, 부러움이 단 1도 없다. 왜냐하면 여수에 온 목적은 딱 2가지이기 때문이다. 새조개 샤브샤브와 오동도 동백꽃.


일 년에 한번씩 오는 곳인데, 여기만 오면 이상하게 맘이 편해진다. 단골이라 하기에는 참 거시기하지만, 단골같은 곳도 있고, 서울에 비해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새조개를 살 수 있다.


건생선코너

여수수산시장은 건생선, 살아있는 생선 그리고 멸치나 젓갈 등으로 구역이 나눠져 있다. 박대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주로 서대라고 부른다. 생물 박대구이는 먹어봤는데, 건 박대구이는 무슨 맛일까? 그맛이 무척 궁금하지만, 여기까지다.


건생선 라인을 지나, 팔딱팔딱 살아있는 생물 라인으로 들어왔다. 바닷가 마을답게 죄다 싱싱하다. 작년에 새조개를 구입했던 곳을 기억하고 있으니, 바로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상하다.(사진은 없다. 왜냐하면 멘붕으로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비닐봉다리에 포장되어 있는 새조개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벌써 새조개 시즌이 끝났나 싶어, 주인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 "새조개 1kg에 11만원입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작년에 왔을때 3만원(500g)에 샀다고 했더니, 올해는 새조개가 거의 잡히지 않았단다. 새조개 물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왔는데, 해도해도 너무 하다. 이럴때 빠른 포기가 최선이다. 


통영의 봄은 도다리 쑥국이다. 허나 여수에 왔으니 회로 먹었다. 원래는 못 먹는건데, 서울토박이가 힘들게 펼친 애교로 인해 서비스로 한마리 득템했다. 


새조개 대신 참돔을 골랐다. 킬로는 기억이 안나고, 가격은 35,000원이다. 5천원만 빼달라고 했는데 안된다고 해서, 도다리 한마리로 퉁쳤다.


낙지보다는 주꾸미가 제철이니깐 통과.


제주에 은갈치가 있다면, 여수는 먹갈치다. 3년 연속 이곳에 왔으면서, 갈치는 언제나 눈으로만 먹는다. 택배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매번 직접 들고갈 생각만 하다가 결국 포기한다.


갑오징어, 작년 고흥 녹동항에서 회로 먹고 그맛에 푹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마리 추가하고 싶었으나, 참돔을 산 곳이 아니므로 슬픔이 가득한 눈망울로 바라보기만 했다. 


여수수산시장은 어류는 어류끼리, 패류는 패류끼리 따로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3년만에 알았다.


단골이라고 하기 거시기하지만, 여기서 횟감을 살때는 항상 보성횟집으로 갔다. 왜냐하면 여행친구 너님이 보성군 벌교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학연이나 지연을 멀리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시장에 오면 꼭 따지게 된다. 서울횟집이 없으니 보성횟집으로 갔는데, 할머니가 아파서 못 나왔단다. 새조개에 이어 횟집까지 이제는 갈 만한 곳이 없는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옆집(공주횟집)으로 갔다.  


잠시 후(포스팅은 내일이지만) 우리가 먹을 참돔회다. 준비가 덜 됐으니, 단골인듯 단골아니 단골집으로 향했다.


단골집으로 가기 전, 수산시장이지만 여수이니깐. 갓김치 매장이 있다. 밥만 있음, 시식용 갓김치 한 접시를 다 해치울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 절대 안되니, 살짝 맛만 봤다. 역시 여수는 갓김치다.  


멸치어가

3년 전부터 와서 사진은 겁나 찍으면서, 막상 검색을 해보면 찾을 수 없다는 주인장 말에, 상호명을 넣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대답해줬다. 혹시나 이번에도 또 검색을 할지 모르니, 여수 멸치어가임을 밝혀둔다. 그저 판매만 하는게 아니라, 멸치잡이도 같이 하고 있고, 여행친구 너님은 주기적으로 택배 주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직접 음식을 한다면 미치도록 샀을텐데, 모르니 그냥 주인장이랑 수다만 떨었다. 


청정젓갈

멸치어가 옆집에는 청정젓갈이 있다. 맛깔나고 다양한 젓갈이 참 많은데, 나의 픽은 낙지탕탕이젓이다. 그냥 낙지젓갈에 비해 씹히는 맛은 덜하지만, 요게요게 밥 아니 비빔밥 도둑이다.


뜨끈한 밥에 낙지탕탕이젓을 올리고, 쓱쓱 비비기만 하면 끝이다. 김에 싸서 먹어도 좋고, 오이소박이를 올려서 먹어도 좋고, 계란후라이까지 더하면 게임오버다. 9,000원인데, 뚜껑이 덮히지 않을 정도로 꽉꽉 담아줬다. 딱히 먹을만한 반찬이 없을때, 이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공기 후딱이다. 새조개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한, 여수로의 여행은 당분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거 같으니, 이제는 택배로 주문해서 먹어야겠다. 


원래는 새조개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참돔회 그리고 도다리 세꼬시회(오른쪽)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맛나는 회이야기는 내일로 이어집니다. 

ps... 공주횟집 주인장이 들려준 새조개가 줄어든 원인, "지난해 여름 폭염의 여파가 새조개까지 영향을 미친거다." 올해 여름도 엄청 더울거라고 하던데, 이제 새조개는 영원한 안녕인가? 동해에 오징어가 돌아왔다고 하던데, 새조개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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