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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포장마차

마포 소방서와 염리초등학교 건너편에는 요즘은 찾기힘든 포장마차 거리가 있다. 낮에는 평범했던 그 길이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오면 주황색 포장마차가 들어온다. 여름에는 벌레로 인해 가지 않았던 그곳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왔다. 도화동 포장마차 거리에 있는 가든의 집이다.  


마포 포장마차 거리

정말 요즈음 보기 드문 포장마차다. 여의도와 영등포에도 있다고 하던데, 이곳은 마포구 도화동이다. 6곳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혼술이다보니,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고로 주인장에게는 죄송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았고 들어갔다. 그나저나 찬바람을 막기위해서인지,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딱봐도 정면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측면으로 갔다. 살짝 열린 틈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만한 구멍이 아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찍찍이로 되어 있는게 보인다. 아하~ 여기가 입구로구나 하면서 과감하게 찍~ 뜯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때도 확실히 포장마차였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더 확실하다. 이런 포장마차가 정녕 얼마 만인가 싶다. 밖이나 안이나 똑같이 추웠지만, 분위기가 이런데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포장마차 테이블 가운데에는 모든 먹거리들이 쫘악~ 진열되어 있다. 고등어, 닭똥집, 돼지껍데기, 홍합, 꼼장어, 소라, 아나고, 삼겹살, 꼬막, 오징어 등등 뭘 먹어야하나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할 거 같다. 


혼자 왔다고 하니, 주인장(이모라고 불렀음)이 추우니 불 옆에 앉으라면서 본인의 옆자리를 내어줬다. 히터나 난로는 아니고, 석유곤로같은데 겨울에는 불을 끄지 않고 난로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포장마차의 여름은 벌레땜에 힘들고, 겨울은 추위땜에 힘들다. 주인장 옆자리에 앉으니 마치 식구가 된 듯, 다른 사람들이 올때까지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메뉴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참으로 포장마차스럽다. 더구나 샤토 녹색이가 3,000원이다. 다 먹고는 싶지만, 위가 무제한이 아니니 하나만 골라야 한다. 포장마차 대표 메뉴는 오돌뼈, 꼼장어, 닭똥집이 아닐까? 이중에서 매콤하게 먹을 수 있는 걸로 뭐가 있을까 하고 물어보니, 청양고추를 더 넣으면 되니 다 된다고 한다. 셋 다 끌리지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 머리는 오돌뼈, 마음은 닭똥집이라고 하는데, 입이 주인에게 컨펌도 받지 않고 지맘대로 말했다. "꼼장어 매콤하게 해주세요."


요근래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컷. 요런 분위기와 운치 참 오랜만이고 정겹다.


기본 안주 하나, 오이와 고추장이다. 오이가 아삭하니 무지 괜찮다.


기본 안주 두울. 주문 후 바로 끓어준 오뎅국. 넙데데 오뎅에 후추 톡톡, 알던 그 맛인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또한 무지 괜찮다.


그리고 잠시 후, 사실 옆에서 볶는 과정을 다 봤지만, 암튼 잠시 후 꼼장어가 나왔다. 우선 매운향이 솔솔~ 딱 봐도 매콤하다. 사실 꼼장어를 주문하고 난 후, 예전에 먹었을때 군내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잘못 주문한게 아닐까, 내심 불안했는데 불안감은 안도감으로 바꿨다.


양파와 호박, 당근, 마늘이 들어있고 깨조차 맛깔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주인공인 꼼장어가 매운 양념을 품고 있다. 


비주얼과 냄새는 합격인데, 맛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입에 넣고, 저작운동을 시작한다. 어라~ 이상하다. 맵다, 달다, 짜다 이런 맛이 아니다. 맛이 보이고 들린다. 눈 덮인 길을 걸을때 나는 소리, 뽀드득~ 뽀드득~. 분명 포장마차에 앉아 있고 꼼장어를 먹었는데, 지금은 눈길을 걷고 있다. 아니 이건 입 안에서 나는 소리다. 진짜 식감깡패가 나타났다. 뽀드득 소리 후 꼼장어가 품고 있는 수분이 터지면서 살짝 얼얼했던 입안은 개운해졌다.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 좋기만 하다. 식감도 좋고, 매콤한 맛도 좋고, 함께 마실 수 있는 녹색이가 옆에 있으니 나쁠 이유가 한개도 없다. 더구나 이곳은 포장마차이니 분위기 맛까지 왜 이제서야 왔나 싶다. 


하나 남은 오뎅 조각을 마지막으로 포장마차에서의 추억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어둠이 내려오는 퇴근 길,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포장마차가 있는 용두동 염리초등학교 부근으로 갈 거 같다. 이제 꼼장어 하나를 먹었을 뿐이다. 아직 가야 아니 먹어야할 안주가 많으니 종종 주황빛깔 포장마차로 달려가야지. 

제목에 나와 있는 가든의 집은 여기 이름이다. 포장마차라고 부르지만, 각 포장마차마다 이름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카드 결제는 당연히 안되고, 현금만 된다. "이모님, 곧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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