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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동 평양냉면

한파가 왔다. 냉면 먹으러 가자. 서울 영하 10도로 한파주의보가 내렸다는 기사를 보고, 그날이 왔구나 했다.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 냉면, 그동안 너무 오래 기다렸다. 입춘 추위가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지난번에 놓쳤던 그곳, 오류동 평양냉면이다.


한번 왔던 곳이라고, 오류역에 내려 지도앱의 도움없이 한번에 찾았다. 한파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춥다. 눈이라도 왔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욕심은 금물 한파만으로도 충분하다. 12시부터 영업시작인데, 10분 전에 도착을 했다. 문이 닫혀 있으면 밖에서 기다렸을텐데, 열려있으니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니 된단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올려놓고, 들어가니 관계자들만 있다. 즉, 이날 첫손님은 바로 나야나 나야나~


1972년에 시작해, 3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2대째로 보이는 어머니와 3대째로 보이는 아들이 운영을 하고 있는 거 같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은 6.25무렵의 모습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내부는 양반다리를 할 수 있는 테이블밖에 없다. 철푸덕 자리에 앉기 전에, 사진 촬영 양해를 구했다. 


리얼코리아 참 재미나게 봤는데, 요즘은 스브스를 멀리가 아니라 거의 안본다. 


평양냉면 가격 실화냐? 여기서 가까운 광명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이 8,000원, 확실히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은 참으로 아니 좋을 수 없다. 빈대떡은 지난 명절에 줄기차게 먹었으니 통과, 만두도 살짝 끌리지만 냉면이 먼저라서 역시 통과다. 편육은 좋아하지 않으므로, 평양냉면(7,000원)만 주문했다. 

가격을 보면 미국산 소고기를 써도 이해할텐데, 호주산이다. 휴무일은 매월 첫째, 넷째주 월요일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2시 40분부터 4시까지다.


테이블에 겨자, 식초, 고춧가루가 있지만, 손대지 않을 생각이다. 평양냉면은 나온 그대로 먹는걸 좋아하니깐. 냉면집이니 제면기는 당연, 주인장은 두번째로 온 손님이 주문한 빈대떡을 먼저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의 지난 후, 웅~하는 진동음이 났고 잠시후 제면기에서 면이 뽑아져 나왔다. 면이 나오는 장면은 촬영이 안된다고 해서 못찍었다.  


평양냉면집에 오면 물대신 면수가 나온는데, 여기는 면수가 아니고 육수같다. 아니면 섞을 것일지도, 그런데 맛을 보니 육수에 가깝다. 반찬은 중간정도 익은 배추김치와 새콤함이 강하지 않은 무절임이다.


어떠한 겉치레 하나 없이 투박하지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평양냉면이 등장했다.


돌돌 말려있는 메밀면. 잠시후 헝클어뜨려야 하니, 잠시 감상 중이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육수가 부족해 보인다. 평양냉면을 먹을때, 면을 풀기 전 벌컥벌컥 육수부터 마시는데 아무래도 육수 추가를 해야할 듯 싶다.


삶은계란은 마지막에 먹기도 하고, 육수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으니 미리 치워놨다. 수육 2점에 오이는 여러개 들어 있다. 


맑고 투명한 육수, 전날 혼술을 하지 못한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우선 이상태 그대로 육수부터 마신다. 쭈욱 마셔줘야 하는데, 두모금만에 멈췄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대체로 염도가 강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건 많이 과하다. 아~ 이래서 처음부터 육수가 적게 나왔구나 했다. 육수 추가는 늘 기본이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다. 


서둘러 면을 풀었다. 면을 풀면 그나마 육수의 짠맛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육수가 부족해 보이지만, 추가는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 짠맛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두번째로 온 4명의 남자손님도 누구하나 육수를 추가하지 않았다. 


짠맛에 당황했지만, 면은 참 좋았다. 육수가 먼저 넘어가고 면만 남게 되는데, 이때 바로 식도로 보내지 말고 오래오래 저작운동을 해주면 메밀의 구수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도톰한 면발은 메밀향을 더 느끼게 해주기 위함일까? 그렇게 한번, 또 한번 먹다보면, 어느새 평양냉면에 푹 빠지게 된다. 


고기랑 같이 먹어도 좋지만, 온전히 메밀향을 즐기고 싶다면 면만 먹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양이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많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는 않다. 즉, 적당하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으면, 엄청 든든하다. 사실 짠맛이 강해 육수를 남길까 살짝 고민했지만, 완냉을 위해 다 마셔버렸다.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동태되는 줄 알았다. 어찌나 춥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엔 냉면이다. 이렇게 먹고 몇시간 동안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는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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