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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본가삼치 

동인천역에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방면으로 오면, 작은 골목이 하나 있다. 동인천삼치거리로 후라이드치킨버전의 삼치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작년 가을, 처음 왔을때는 당연히 삼치구이를 먹었다. 두번째는 다름을 추구해야 한다. 요즘 엄청나게 귀하다는 노란빛깔 박대구이를 본가삼치에서 먹었다. 


오른쪽 건물이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고, 옆골목이 동인천삼치거리다. 지난번에 갔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양산박삼치를 가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업중이라고 현수막 위로 박.대.구.이라는 글자를 봤기 때문이다. 수미네반찬 괌편을 보고 궁금했던 그 생선, 박대가 저곳에 있다. 이상민의 오징어입처럼 방송 여파로 박대를 구하기 어렵다던데, 본가삼치에는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쁜 점심시간이 끝난 후라 식당 안은 한산하다. 들어오기 전에 전화로 박대구이가 되는지 물어봤고, 전화한 사람이라고 하자 바로 주문이 들어갔다. 서둘러 자리에 앉고, 두꺼운 패딩을 벗고, 주인장에게 촬영 양해를 구했다.


고로 메뉴판은 그저 촬영용일뿐이다. 보고 있을때는 주방에서 박대를 굽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편 메뉴판에서 조명땜에 가려져 국산밖에 보이지 않지만, 원래는 (국산)박대구이다. 가격은 15,000원, 살짝 과한 느낌이 있는거 같지만, 국내산에 두마리가 나온단다. 공깃밥은 별로여서 따로 주문했다. 


처음뵙겠습니다. 박대구이

박대구이가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나왔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시금치무침, 단무지무침, 콩자반, 배추김치, 깍두기, 숙주나물무침, 멸치볶음 그리고 어묵햄볶음이다. 가정식 백반집이라고 해도 될만큼, 하나하나 직접 만든 듯 다 괜찮다. 


미역국이 나왔을때, 실망했다. 맹탕처럼 끓인 미역국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호라~ 소고기 미역국이다. 고기는 딱 한 점뿐이지만, 국물이 진국이다. 가장 아쉬운 건, 밥이다. 개인적으로 진밥보다는 고두밥을 좋아하는데, 이건 떡인지 밥인지 밥알들이 헤어지기 싫은지 서로 끌어앉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밥은 중요치 않다.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깐. 바로 여기, 지금 내 눈앞에, 박대구이가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방송에서 봤을때는 무지 삐쩍말라보였다. 반건조이니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앞에 있는 박대구이는 겁나 오동통하다. 다 먹고 계산을 할때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주인장 왈, 반건조가 아니라 생물이다. 건조를 할 수 없어, 생물을 쓰고 있다. 원래는 13,000원을 받았는데, 박대 가격이 껑충 올라서 15,000원으로 인상했단다.


이때만해도 생물인지 몰랐지만, 글은 알고 있었던 거처럼... 노란빛깔 박대구이, 침샘 폭발이다. 


접시에 비해 박대가 크다보니, 꼬리부분은 잘려져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져 있으니, 생선맛 과자처럼 씹어 먹는다. 작은 가시는 먹을 수 있지만, 굵은 가시는 안 먹는게 좋다. 


사이드에 있는 뼈는 덜어내고 몸통뼈를 중심으로 숟가락을 넣어 살살살~ 긁는 느낌으로 치고 나가면, 요렇게 살만 나온다. 흰살 옆으로 보이는 길쭉한 무언가는 내장인 줄 알았는데 박대 알이다. 두마리 다 알이 있었고, 당연히 입 속으로 보내버렸다. 


짜지 않지만, 간은 되어 있다. 고로 굳이 간장을 더하지 않아도 된다. 밥은 조금 올리고, 큼직한 박대구이 한점을 올린다. 비린내가 단 1도 없다. 그동안 먹었던 생선구이 중 가장 비슷한 맛을 찾으라고 한다면, 가자미가 아닐까 싶다. 기름짐보다는 담백함이 더 강하고, 비리지 않으니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혼자서 2마리를 다 먹어버렸다. 


밥보다 박대를 더 많이, 혼밥이니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이제 한마리의 반을 먹고 있을 뿐인데, 도저히 못참겠다. 떡같은 밥 혼자서 박대구이를 상대하는 건, 애당초 잘못이었다. 


동인천삼치거리에 와야 마실 수 있는 막걸리 소성주를 추가 주문했다. 흔들지 않고 맑은 상태일때 첫잔을 마시고, 다음부터는 흔들어서 마셨다. 참고로 소성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막걸리다. 


막걸리 한잔 했으니, 오동통한 박대구이는 안주가 됐다. 그나저나 반건조 박대구이의 맛은 어떨까? 생물은 오동통함과 담백함이 강점인데, 반건조는 크기가 작아지면서 맛이 응축됐으니 감칠맛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박대가 군산특산품이라고 하던데, 군산으로 훌쩍 떠나야겠다. 


혼밥이기에 가능한, 박대구이 1/4 한번에 먹기 도전. 원래는 펼쳐서 먹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떨어지는 바람에 한번 접고, 두번 접고 그리고 한번 더 접은 다음에 저상태 그대로 한입만을 조용히 외쳤다. 삼치구이골목에서 박대구이를 먹었지만, 후회는 없다. 새로운 맛을 알게 됐으니, 즐쳐찾는 생선구이로 등업 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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