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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자동 서촌계단집

혼자는 못갈 줄 알았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됐지만, 이 근처를 지날때마다 언제가 먹겠지 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 위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홀로 앉아 참소라를 기다린다. 역시, 기다렸던만큼 행복감도 크다. 내자동에 있는 서촌계단집이다.


수요미식회를 본 후, 정말 가고 싶었다. 세종마을 먹자골목을 지날때마다 늘 이집을 쳐다본다. 하지만 언제나 인산인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날이 왔다. 현재 시간 오후 2시 30분,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오랜만에 이곳에 왔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왔건만, 오후 4시에 오픈을 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아무도 없다면 그냥 갔을텐데, 영업 준비를 하는 직원분이 보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물어봤다. "혹시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너무 일찍이라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는데, 너그러운 주인장이 들어오란다. 아싸~


그나저나 인기는 여전한가 보다. 바로 맞은편에 또다른 공간이 생겼다. 


왜 계단집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안으로 들어오면 주방 옆으로 공간이 있고, 3~4개 정도 되는 계단을 오르면 또다른 공간이 나온다. 오픈 전이니, 손님은 당연히 나뿐이다. 아무도 없을떄 누릴 수 있는 테이블 선택의 자유, 벽에 가려져 있는 공간을 찾아 앉았다. 


이것은 간판인가? 낙서인가?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테이블을 맘대로 고를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메뉴 선택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해산물이다보니, 당일 낮에 물건을 받기 때문이다. 제철 주꾸미가 먹고 싶었는데 준비를 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단다. 그럼 바로 먹을 수 있는게 뭘까요라고 물어보니, 참소라는 가능하단다. "참소라(29,000원) 주세요."


푸짐푸짐한 해산물 한상이오.

제철 홍합탕은 기본찬

참소라가 나오기 전에 홍합탕이 먼저 나왔다. 요즘 홍합이 제철이라서 좋단다. 홍합에 당근까지 메인이 나오기도 전에, 샤토 녹색이는 술술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삶은 참소라는 먹기 좋게 손질이 되어 나왔다. 그저 젓가락으로 하나 혹은 두,세개씩 집어 먹으면 된다. 비린내는 단 1도 없고, 쫄깃하고 달달한 살에 구수하며 고소한 내장까지 다 들어 있다. 


그냥 먹어도 좋고,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서 먹어도 좋고, 와사비 간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참소라가 메뉴판 첫번째를 차지한 이유를 알 거 같다. 질기지도 물컹거리지도 않는다.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공존하는, 아무래도 삶는 시간이 비법인 듯 싶다. 이걸 혼자 먹을 수 있어서, 그저 행복하다. 


커다란 참소라 5개에서 나온 양이라서 은근 많다고 여겼는데, 어느새 딱 2점 남았다. 배고픔에 너무 허겁지겁 먹었나 보다. 추가 주문을 해야 하는데, 가격이 착하지 않으니 살짝 부담이 된다. 솔직히 저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는 당연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주문했는데, 이게 신의 한수였다.


해물라면도 아니고, 바다라면(7,000원)이라는데 오호~ 조개탕인 줄 알았다.


라면은 보이지 않고, 피조개에 가리비, 백합, 홍합 등 온통 조개만 보인다.


이거 잘못 주문했나 싶었는데, 조개 속에 라면과 콩나물이 숨어 있다. 마치 바다 속에 라면이 빠진 거 같다. 라면을 먹기 전, 커다란 피조개부터 먹는다. 바다의 맛을 제대로 품고 있는 피조개는 덜 익은 듯, 다 익은 듯 질기지도 않고 부드럽기만 한다. 


한입 깨물면, 톡하고 터지면서 바다맛이 나는 미더덕(혹은 오만둥이)까지 들어 있다. 내용물이 워낙 많다보니, 국물은 뒷전이다. 


참소라도 물론 좋았지만, 바다라면이 훨~씬 더 좋았다.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 같다. 


라면에 김치가 빠지면 서운한 법이니, 야무지게 올려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먹다보니, 국물만 남기고 내용물은 다 먹었다. 일찍 왔기에 혼술할 수 있어 좋았는데, 서촌계단집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와서 다양하게 먹어야 더 좋을 거 같다. 안내문에는 오후 4시가 오픈이라고 나와 있는데, 원래는 오후 3시부터란다. 밤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지만, 낮에는 한산하니 서촌계단집은 밤술보다는 낮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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