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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함흥냉면

함흥냉면하면 오장동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한때는 자주 가던 곳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오장동보다 영등포가 먼저 생각이 난다. 유행에 따라 바뀌는 영등포 먹자골목에서 50년을 지키고 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 겨울엔 냉면이니, 평양냉면에 이어 함흥냉면을 먹다.


1967년 창업, 함흥냉면. 뭐가 더 필요할까 싶다. 반세기가 넘도록 함흥냉면을 파는 집, 간판에서부터 아우라(?)가 팍팍 느껴진다. 오류동과 광명은 평양냉면, 영등포는 함흥냉면이 있는데, 굳이 을지로나 필동 그리고 오장동으로 갈 이유가 없다.


혼밥을 할때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한다. 혼합을 즐겨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난감하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안쪽에도 자리가 있는데, 양반다리를 해야하니, 여기에 앉으려고 하는데 주인장이 안으로 들어가란다. 왜일까?


신뢰가 팍팍~

지난번에 왔을때에 비해 가격이 천원올랐다. 냉면집이니 주문은 당연히 냉면이다. "회비빔냉면(10,000원) 주세요." 맛있게 먹는 방법이 나와 있지만, 식초와 겨자만 사용한다. 참기름은 기름져서 패스, 설탕은 단음식을 싫어해서 패스다. 


왜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양반다리를 하기 싫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싹 달라졌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불편하다는 손님이 많아서 바꿨단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컵부심(?)이라고 해야 할까나? 냉면을 좋아해도 육수는 잘 마시지 않는데, 아무래도 컵때문인 듯 2잔이나 마신다. 나름 냉면을 먹을때 룰이 있는데, 가위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평양냉면에 이어 질기고 탱탱한 함흥냉면을 먹을때도 절대 가위질은 하지 않는다. 


테이블마다 설탕, 후추, 참기름, 식초, 겨자가 있고, 기본찬으로 냉육수와 무절임이 나왔다. 냉육수는 리필이 되는데, 한번은 꼭 해야 한다. 이유는 있다가...


두둥~ 회냉면(메뉴판에는 회비빔냉면) 등장이오. 


무지 매운 냉면이 아니라면, 삶은계란은 마지막에 먹는다. 고로 무절임 그릇에 옮겨놓는다. 오이와 배를 살짝 치우니, 간재미회가 등장했다. 회만으로 냉면을 비빌 수 없으니 양념장도 같이 들어 있다. 평양냉면과 확연히 다른 100% 고구마전분의 면발이다. 가위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먹기 수월하겠지만, 함흥냉면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맛에 먹어야 한다.


비비기 전에 도톰한 간재미회부터 먹는다. 오래 삭히지 않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회만 골라먹고 싶지만, 함께 먹어야 하니 한점으로 만족했다.


추가 양념없이 먹어도 되지만, 확실히 식초와 겨자를 조금 넣는게 좋은 거 같다. 새콤함이 더해지니, 좀 더 비빔냉면스러워졌다.


회냉면이니, 같이 먹는다. 네버엔딩 스토리도 아니고, 면발이 끊어지지 않다보니 계속 들어오고 또 들어온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평양냉면처럼 면이 잘 끊어져서 당황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함흥냉면이 맞다. 질김이 어찌나 강한지, 가위를 쓸까 말까 몇번 고민을 했을 정도다. 그래도 꾹 참아냈다. 함흥냉면은 이맛에 먹는 거니깐.


아삭한 오이랑도 함께~ 그저 좋기만 하다. 


냉면을 80%정도 먹었다면, 찬육수를 리필할 타이밍이다. 시작은 비빔으로 했지만, 마무리는 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고민할 필요없이 두가지를 다 먹으려면, 순서가 가장 중요하다.


가격은 올랐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양은 많다. 그런데 거북할 정도는 아니지만, 실내에 살짝 쿰쿰한 냄새가 난다. 이유를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육수때문이란다. 50년이 넘도록 매일매일 사골을 끓이다보니 냄새가 밴 것이란다. 생각해보니, 국밥이나 곰탐집에서 났던 냄새와 비슷했다. 국밥이나 곰탕은 즐겨먹지 않지만, 함흥냉면은 사랑한다. 고로 쿰쿰땨위가 내 앞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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