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동 개봉분식
평양냉면을 먹고자 오류동에 갔다.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때문일까? 가게 문이 닫혔다. 포기란 배추를 세는 단위다. 고로 기필코 냉면을 먹어야겠다. 을지로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개봉동으로 향했다.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는데, 개봉분식이다.
오류동에는 아는 사람만 간다는 유명한 평양냉면집이 있다. 광명에 있는 정인면옥은 자주 갔는데, 여기는 말로만 들었지 가본 적은 없었다. 큰 맘먹고 왔는데, 식당 앞이 너무나 조용하다. 아직 영업 전인가 하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무란다. 아뿔사~ 미리 전화라도 하고 올 걸. 냉면을 꼭 먹어야겠기에, 요즘 핫한 을지면옥이 생각났다. 그런데 오류동에서 을지로까지 가려고 하니 귀찮다. 이때 번쩍하면서, '오류동 옆동네가 개봉동이었지. 지난번에 못 먹었던 비빔냉면이나 먹으러 가자.'
길찾기를 해보니, 797미터라고 나온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평냉을 못 먹어서 아쉽지만, 추억의 비빔냉면을 먹을 생각에 룰루랄라~ 신났다. 오류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도 보고, 멋들어진 작품도 보면서, 평탄한 길을 가뿐하게 걸어갔다.
그저 거리가 참 짧구나 했는데, 험준한(?) 오르막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몰랐다. 뒤를 돌아 오류역으로 가서,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을지로3가에 내려 을지면옥에 갈까? 고작 오르막이 무서워, 머나먼 을지로까지 가려고 하니 무지 귀찮다. 등산도 아니고, 저 계단만 오르면 되는데 하면서, 계단을 밟았다. 그렇게 올라왔고, 다시 내려오니, 개봉동이다.
7살 어린아이에게 인생 첫 냉면은 동네시장에서 먹었던 비빔냉면이다. 나무젓가락에 순대를 꽂아서 먹던 그 아이는 비냉 맛에 빠져, 지금도 냉면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새콤하고 달달했던 추억의 냉면을 만나고자, 개봉분식에 다시 왔다. 며칠 전, 여기서 쫄면을 먹었는데, 양념이 어릴시절 추억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내부 모습은 예전에 담았으니깐. 이정도에서 마무리.
지난번에 튀김과 떡볶이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비빔냉면(4,000원)과 만두꼬치, 떡꼬치를 주문했다.
맵지 않은 달달한 고추장소스에 기름에 튀긴 만두와 떡볶이떡. 이 맛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각 400원씩 800원, 참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기름 먹은 떡은 쫀득하고, 바삭한 군만두는 고향만두인 거 같다.
1989년에 개봉한 빅(Big)이라는 영화가 있다.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내용인데, 반대로 나는 7살 어린아이가 됐다.
양념을 살짝 찍어 먹어보니, 새콤, 달콤 어릴적에 먹었던 그맛과 비슷하다. 그때는 단골이라고 계란을 통으로 줬는데, 여기는 두번째 방문이라 단골이 아니다.
분식집 냉면다운 면발
비비고 있는데도 어찌나 침이 나오던지, 참느라 혼났다. 양념이 살짝 추가하고 싶지만, 7살 아이에게 매운맛은 가당찮다.
새콤, 달달, 그래 이맛이다. 엄마가 시장을 볼 동안, 등받이 없는 길다란 나무 의자에 혼자 앉아서 먹었던 그 냉면과 많이 비슷하다. 시장 안에 있던 분식집은 아니었던 거 같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실내포장마차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장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화장을 진하게 했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만약 지금도 있다면, 낮에는 절.대. 안가고 밤에만 갈 거 같다.
그시절 그 맛도 좋지만, 매운맛이 없으니 무지 허전하다. 쫄면을 먹을때 매콤했기에, 주인장에게 양념장을 더 달라고 했다. 새콤, 달콤, 매콤 이제야 삼박자가 딱 맞다.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가 없다. 계란은 디저트용으로 남겨두고, 찰칵. 평냉은 아쉽게 놓쳤지만, 대신 추억을 먹었다. 오류동 평양냉면, 언제가 기필코 먹고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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