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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동 히바치광

지방에서는 성공을 했는데, 서울에서는 아직이다. 몇번 시도는 해봤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혼밥 만렙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뷔페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성공이 맞다. 혼자서 고기 구워서 먹기, 통인동에 있는 히바치광이다.


자고로 고깃집이라고 하면, 널찍한 사각이나 원형 테이블이 있고, 100명이 와도 거뜬없는 공간만 생각했었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고깃집에서 혼밥은 불가능이라 여겼다. 지난달에 춘천에서 닭갈비를 혼자 먹었지만, 그건 지방에만 가면 혼밥력이 상승했기에 가능했다. 여기는 서울하고도 서촌이다. 머리는 '넌 가능하다'고 용기를 주고 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히바치광을 알기 전에는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다. 혼자서 고기 구워먹기, 참 쉽다.


히바치광은 야키니쿠 전문점이다.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랬더라면 고깃집 혼밥을 지나, 뷔페에 도전했을 것이다. 바테이블이 있는 고깃집이라니, 정말 맘에 든다. 일드 심야식당에서 보던 괘종시계도 있고, 분위기가 딱 내스타일이다. 

그나저나 손목터널증후근인지, 미러리스임에도 소니알파7이 무거워졌다. 박물관이나 여행지는 어깨에 걸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니 괜찮은데, 음식사진은 들었다놨다를 반복해야해서 손목에 무리가 간다. 좋은 카메라가 옆에 있는데도, 어른폰으로 담아야 하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음식 사진 전용 작은 미러리스를 구입하거나, 기변을 해야할까나? 그동안 아이폰으로도 잘 담았는데, 이번에는 겁나 뿌옇다.


여기에 온 목적 중 첫번째는 혼밥이 가능한 고깃집, 두번째는 닭목살이 있어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위이기도 하고, 뼈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뼈 제거를 어떻게 하는지 의문이지만, 뼈없는 닭목살이 있어 주문을 했다. 사실 안창살도 무지 끌렸지만, 원산지를 보고 선택을 굳혔다. "닭목살(12,000원)과 샤토 녹색이 그리고 후라가케밥(2,000원) 주세요."


상차림. 드뎌 혼자서 고기구워 먹는다~

작지만 은근 화력이 강한 화로가 들어오고, 상큼한 샐러드는 기본찬인 거 같다.

소금과 간장 그리고 깨소스(?) / 가지와 버섯 그리고 파인애플

정녕 닭목살이 맞나 싶다. 치킨이나 백숙을 먹을때는 촘촘히 뼈가 막힌 원통형인데, 뼈가 없으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관절 목살의 뼈는 어떤 방식으로 제거를 할까? 주인장은 알고 있을까 싶어 물어보니, 손질이 되어 있는 걸 주문해서 모르겠단다. 여전히 궁금하지만, 제발 비위생적인 방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짠고짠(고소+짭조름) 후리가케밥이다.


비계보다는 살코기 비중이 더 많은데도, 굽다보면 기름이 꽤 많이 나온다. 닭목살은 웰던이 될때까지 구우면 된다. 소고기에 비해 육즙은 덜하지만, 식감은 끝내준다. 


맛나게 익기 바라면서, 첫잔은 후리가케밥과 함께 했다. 앗~ 밥을 섞어야 하는데, 그냥 먹었더니 겁나 짜다. 실수는 반복하면 안되므로, 잘 비벼줬다.


뼈를 제거한 닭목살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원래는 한데 합쳐 있었는데, 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일까? 알 수 없어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아니 먹을 수 없다. 우선은 소스없이 먹었는데, 밑간이 되어 있는지 간이 맞다. 굽기 전에는 항정살과 비주얼이 비슷하더니, 맛을 보니 뼈없는 오돌뼈같다. 즉,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하다. 빨간양념이 아니라서 걱정했던 누린내같은 잡내는 전혀 없다. 소스없이 그냥 먹어야 좋고, 밥과 고기는 언제나 절친이다. 


보기와 다르게 기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마치 항정살처럼 구울때 지글지글 기름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맛은 오돌뼈이니, 참으로 특이하다. 닭발과 다르게 닭목살은 확실히 뼈가 없어야 더 좋다.


옆자리에 있던 분과 고기 바꿔 먹기를 했다. 그쪽은 둘이라서 닭목살 2점을 줬고, 안창살 한점과 닭껍질 만두가 왔다. 안창살을 먹기 전까지 그건 미국산이고 이건 국내산이야 하면서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역시 소고기는 클래스가 다르다. 고기는 식감이 아니라, 육즙임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다. 닭껍질 만두는 불에 다시 구워 조금이라도 더 바삭해지기 바랬는데, 이렇게 한번 먹어본 걸로 영원히 만족하기로 했다. 은행은 주인장이 준 서비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닭목살을 처음 받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토마토 껍질만 남긴채 완벽하게 다 먹었다. 단 한 점이었지만 안창살의 유혹은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간다면, 또 닭목살을 먹을 거 같다. 서촌에 대림미술관이 있고, 올레vip는 티켓이 무료다. 으흐흐~ 다시 갈 구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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