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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는 어김없이 분식집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늘 그랬듯 분식집으로 달려간다. 50원에서 100원 그리고 500원으로 초증고로 가면서 가격은 올랐지만, 그럼에도 학교앞 분식집은 언제나 저렴했다. 다시 중학생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먹고는 싶다. 개봉중학교 맞은편에 있는 개봉분식이다.


개봉중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학교앞 분식집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른쪽이 학교요, 왼쪽인 분식집이다. 즉, 학교를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다.



개봉동에 있고, 개봉중학교 맞은편에 있는데, 오류분식, 고척분식이라고 이상할 것이다. 개봉분식이니, 개봉역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역에서 여기까지 2.2km, 걸어서 오기보다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는게 편하다. 



학교앞 분식집답게 정문이 바로 보이지만, 목적지는 학교가 아니므로 뒤를 돌아 문을 열었다. 참고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이며,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문을 열기 전에는 21세기였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20세기가 됐다. 졸업생이 아닌데, 낯설지 않은 친숙함에 마치 이 학교 출신같다.



커다란 철판에는 매움보다는 달달한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떡볶이가 있으니, 친구들도 있어야 한다. 순대와 오뎅이 있고, 직접 만드는 새우, 만두, 김말이, 오징어, 고구마 튀김이 있다. 



개봉분식의 놀라운 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떡국과 떡만두국이 가장 비싼데, 5,000원이다. 튀김은 3개에 천원, 떡볶이 역시 천원이다.  요즈음 보기드문 백원대 가격도 있다. 오기 전, 폭풍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쫄면은 무조건 무조건이란다.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주문하는 메뉴가 쫄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떡볶이보다는 튀김을 주문하는게 이득이라고 나와 있다. "이모님, 쫄면이랑 튀김(김말이, 만두, 오징어로 직접 고름) 주세요. 그리고 튀김에 떡볶이 국물 살짝 올려주세요."


사진은 양해를 구하고 찍었는데, 대뜸 졸업생이나고 물어본다. 옆동네 학교 출신이라고 말했더니,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찾은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어 간단다. 하긴 2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오뎅국물조차 겁나 정겹다. 살짝 맹물맛이 감도는데, '그래 어릴때 먹었던 그맛이다.' 



튀김을 주문했는데, 떡볶이가 함께 나온다. 그저 국물만 조금 달라고 했을뿐인데, 학교앞 분식집답게 인정이 넘쳐 흐른다. 그나저나 이게 천원이라니, 가성비 완전 짱이다.



만두, 오징어, 김말이


오뎅국물에 이어, 떡볶이도 전혀 맵지 않고 달달하니, 아직 매운맛을 모르던 시절에 먹었던 그 맛이다.



왜 쫄면을 무조건이라고 했는데, 나오자마자 바로 알았다. 4,000원이라는 가격이 그저 고마울 정도로, 비주얼은 물론 구성도 겁나 좋다. 



얼마전 종로3가에 있는 분식집에서 쫄면을 먹었다. 여기보다 500원이 더 비쌌는데, 퀄리티는 하늘과 땅차이였다. 왜냐하면, 양배추와 콩나물, 오이가 코ㄸ찌만큼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쫄면을 멀리했는데, 여기서 위로를 받게 될 줄이야. 당근, 오이, 상추, 콩나물 등 쫄면에는 채소가 많아야 한다는데 한표.



탱글탱글 잘 삶아진 면 역시 완전 맘에 든다. 이제 해야할 일은, 서로서로 잘 비벼줘야 한다. 



아직 먹기도 전인데, 입안은 벌써 침샘 폭발이다. 이집 쫄면의 비법은 아무래도 양념장인 듯 싶다. 왜냐하면 냄새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새빨간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 잡더니, 새콤함이 코 안에서 통통 뛰어다닌다. 먹어보나마나, 이집 쫄면 무조건 인정이다. 



희망고문은 여기까지, 드디어 첫대면이다. 역시 내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삭함과 쫄깃함 그리고 떡볶이에서 맛볼 수 없었던 매콤함에 새콤함까지 쫄면의 정석이다. 



굳이 단무지를 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쫄면만으로도 완벽하다.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 없기에 야무지게 다 먹었다. 이제 쫄면이 먹고 싶을때면, 어김없이 개봉중학교 방향 마을버스를 타고 있을 거 같다.



평양과 함흥냉면을 몰랐던 어린 시절, 최고의 냉면은 동네에 있는 시장 분식집에서 먹은 새콤, 달콤 비빔냉면이었다. 만약 쫄면 양념장과 비빔냉면 양념장이 같다면, 7살 어린 아이가 혼자서 비빔냉면 한그릇을 다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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