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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고기는 살코기만 먹지만, 물고기는 내장에 껍질까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그래서 안심하고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겨울이 좋다.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 석화, 대방어는 먹었는데, 꼬막은 아직이다. 벌교에 가면 좋은데, 여건상 힘들 거 같아서 가까운 용강동 작은섬소년으로 향했다.


작은섬소년은 주출몰지역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다. 작년 여름부터 가야지 하면서 눈치만 보다가, 한겨울이 되어서야 왔다. 그동안 몇번 이 앞을 지나갔는데, 그때마다 만석이라서 못 들어갔다.


공간이 무지 협소하다. 입구쪽에 4인 테이블이 하나 있고, 안으로 들어오면 커다란 바테이블이 있다. 즉, 마주보고 앉을 수 없고, 옆으로 앉아야 한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찍은 사진이며, 주인장에서 양해를 구했다. 


들어오자마자, 센터에 싱싱한 해산물이 뙇. 석화, 가리비, 전복, 소라, 해삼, 키조개, 구이용 생선 등등이 놓여 있다. 해산물 덕후에게 이 집은 천국과도 같다. 그동안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들어오지 못하고 되돌아 갔던 지난 기억에 눈물이 찔금(?). 안으로 들어 왔는데, 앉을데가 해산물이 있는 정중앙뿐이다. 아무리 혼술을 좋아하지만, 센터는 불편하다. 다시 나갈까 하다가, 혼자 왔다고 주인장에게 말하니 혼술하기 딱 좋은 구석진 자리로 안내해줬다.  


의자 수에 맞춰, 나무 접시(도마)가 있다. 나무 상자에는 간장, 초장 등 양념과 나무젓가락이 있다. 


구이가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었고, 가자미 구이를 먹을 생각이었다. 허나, 겨울철 별미인 꼬막을 아직 못 먹었기에, 메뉴판에는 없지만 꼬막이 있다고 해서 주문을 했다. 꼬막은 진열되어 있지 않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확신을 갖고 주문을 했다.  


꼬막을 기다리며,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뒷편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달그락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담아서 나온다. 쓱 보니, 꼬막이다. 주방으로 가는 주인장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꼬막을 완벽하게 삶지 말고, 살짝 덕 익혀주세요." 벌교 지인으로부터 꼬막 먹는 법을 3년 동안 배웠기에, 현지인처럼 먹기위해 부탁을 했다.  

꼬막 데침(20,000원)이 나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살짝 덜 익혀달라는 의미는 80%정도의 익힘인데, 그러한 것도 있지만 완전 날것에 가까운 것도 보인다. 괜한 말을 했구나, 바로 후회했다.  


검붉은 빛이 도는 요정도가 원하던 익힘이다. 


그래야 피같은 국물을 같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익히면, 촉촉함도 사라지고 질겨질 수 있다. 


야들야들한 꼬막을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샤토 녹색이가 술술 들어간다. 원하는 익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선도가 좋으니 비린내같은 잡내는 없다. 


껍데기를 보아, 새꼬막이다. 참꼬막은 워낙에 삐싸니깐. 삶고 난 후 껍질을 까는 시간이 있다보니, 막상 먹을때는 뜨끈하지 않다. 서울에서 먹으니, 서울식으로 해달라고 할 걸, 또 한번 후회를 했다. 


검붉은 색으로 변한 건 그나마 먹을 수 있는데, 시뻘건 꼬막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아까운 꼬막을 남길 수도 없고, 다시 해달라고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시뻘건 새꼬막을 모아보니, 10개는 족히 넘는다. 우짜스까?


메뉴판을 정독하니, 해물라면이 있다. 라면이 나오자마자, 꼬막을 넣으면 어느정도 익지 않을까? 그래 이거다. 바로 주문을 했다. 라면이 나오자마자, 후다닥 한장만 찍고는 투하.


이따 다시 만나자

잠시 후, 잘 익은 새꼬막이 모습을 들어냈다. 이때 주인장이 다가와, 꼬막이 괜찮냐고 물어봤다. 사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라면을 주문했고, 여기에 시뻘건 꼬막을 넣으니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다시 해달라고 하면 해줬을텐데, 괜찮냐고 다시 묻기에, 이렇게까지 덜 익은 상태로 나올 줄 몰랐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가 부탁한거니 괜찮다고 말했다. 


원래 해물라면(6,000원)은 바지락과 새우만 들어 있다. 


하지만 나의 해물라면은 꼬막 가득이다. 바지락도 괜찮은 조개인데, 꼬막 옆에 있으니 기가 팍 죽었다. 확실히 완벽하게 익으니, 검붉은 색깔이 사라졌다.


처음 먹은 꼬막라면, 고급지고 은근 괜찮다. 꼬막이 익는 동안 기다려야 했기에, 꼬들한 면발은 진작에 포기했다.


바지락 껍질도 있지만, 꼬막 껍질이 훨씬 많다. 이럴거면 말이나 하지 말 걸. 앞으로 괜한 객기는 부리지 말아야겠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부터는 쉽다. 고로, 여기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가자미구이를 먹으러 다시 갈 예정이다. 그리고 꼬막은 현지(벌교)에서 먹는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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